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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Apr 22. 2025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재능있는 리플리

영화 <태양은 가득히 1960년

영화 <리플리(1999)는 이전에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태양은 가득히〉는 꽤나 각색이 들어가 있지만, 이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1955년에 출간된 <재능있는 리플리는 이후 36년 동안 다섯 편의 시리즈로 이어질 정도로 인기 작품이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은 알랭 들롱과 맷 데이먼을 주연으로 각각 <태양은 가득히와 <리플리로 영화화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때문에 소설의 주인공 톰 리플리는 거짓된 언행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를 가리키는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의 유래가 되었다. 다만 리플리 증후군은 정식 의학에서 취급되지 않는 유사과학적인 개념이다.


다섯 편의 시리즈는 <재능있는 리플리, <지하의 리플리, <리플리의 게임, <리플리를 따라온 소년, <심연의 리플리이다. 범죄소설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리플리의 게임은 빔 벤더스 감독의 스릴러 영화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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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가입 쿠폰 뒤를 돌아보았다. 어떤 남자가 그린 케이지에서 따라 나와 쫓아오고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길을 재촉했다. 남자가 자신을 미행하는 게 분명했다. 5분 전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눈에 들어와 유심히 살펴봤었다. 설마, 거의 확실해 보이자, 잔을 비우고 계산한 후 밖으로 나온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길모퉁이에서 몸을 수그린 채 총총걸음으로 5번가를 건넜다. 라울이 보였다. 들어가서 한잔 더 할까? 모든 걸 운명에 맡겨 볼까? 파크가로 내뺀 다음, 컴컴한 입구 중 하나에 몸을 숨겨서 저 남자를 따돌릴까? 카지노 가입 쿠폰 라울로 들어갔다.

카지노 가입 쿠폰 바 테이블의 빈자리로 걸어가면서 아는 사람이 있는지 자기도 모르게 안을 둘러보았다. 붉은 머리에 덩치 좋은 남자가 보였다. 볼 때마다 이름이 가물가물한 남자가 금발 여성과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손을 흔들었다. 톰도 맥없이 손을 흔든 다음 입구가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에 앉아 한쪽 다리만 스툴에 걸친 채 태연히 도발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진토닉이요.” 톰이 바텐더에게 주문했다.

저 남자가 날 미행하나? 설마, 아니겠지. 맞으려나? 경찰이나 탐정 같아 보이진 않던데. 저 남자는 사업하는 사람처럼 생겼다. 한 집안의 가장 같은 외모였다. 건장한 체격에 차림새도 멀끔한 남자는 관자놀이가 희끗희끗한 얼굴로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혹시 미행한 후에 이러려는 걸까? 남자가 술집으로 들어와 슬슬 말을 걸더니 느닷없이 한 손을 톰의 어깨에 올린 다음, 다른 손으로 경찰 배지를 내밀며 말한다. ‘톰 리플리, 당신을 체포한다!’ 톰은 출입문을 주시했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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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뉴욕의 분위기가 점차 묘해졌다. 뉴욕에서 뭔가 빠져나간 것 같았다. 뉴욕의 정수나 알맹이는 다 사라지고, 이 도시가 거대한 쇼를 하는 것 같았다. 차도를 오가는 버스와 택시, 인도를 바삐 걷는 사람들, 3번가에 있는 술집마다 켜 놓은 TV쇼, 대낮에도 번쩍거리며 영화 상영을 알리는 네온사인, 수천 대의 자동차가 울리는 경적이 배경음으로 깔리고 실없이 떠드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토요일. 그가 탄 배가 부두를 떠나는 순간. 무대 위에 골판지로 지어진 세트처럼 뉴욕이란 도시 전체가 폭삭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아니면 두려운 마음에 그리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카지노 가입 쿠폰 물이 무서웠다. 배를 탄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뉴욕을 떠나 뉴올리언스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배를 타 본 게 전부였다. 당시에 그는 갑판 밑에서 바나나 보트 일을 하느라 자기가 배에 탔다는 사실을 거의 인지하지 못했었다. 갑판 위로 올라가서 난생처음 바다를 보는 순간, 겁이 나서 속이 울렁거리는 바람에 아래로 황급히 내려갔었다. 남들과는 달리, 카지노 가입 쿠폰 갑판 밑에 있어야 속이 한결 편안했다. 그의 부모는 보스턴 항구에서 익사했는데, 그가 이러는 게 그때 그 사고와 관계있는 것 같았다. 물은 톰의 기억 속에 늘 두려운 존재로 남아 있었다. 수영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런지, 헛헛하고 메슥거리는 느낌이 창자 저 밑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수심이 수십 킬로가 넘는 심해 위를 항해할 날이 고작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보나 마나 그는 배에서 바다를 쳐다보며 대부분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먼바다를 오가는 정기선에 몸을 실은 사람들은 대개 갑판 위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었다. 뱃멀미라도 했다간 유난히 촌스러워 보일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한 번도 뱃멀미를 한 적이 없는데도, 배를 타고 프랑스 셰르부르까지 간다고 생각만 해도 지난 며칠간 뱃멀미와 흡사한 증상이 여러 번 도지곤 했다.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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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재주가 많고, 이 세상은 넓다! 일단 일자리를 구하면 끝까지 버티겠어. 끈질기게 버티는 거야!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헨리 제임스의 <대사들 있나요?” 톰이 일등석 객실 도서관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 책이 선반에 보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만, 없습니다.” 담당자가 대답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실망했다. 그린리프 씨가 읽어 봤냐고 물어본 책이라서, 꼭 읽어 봐야 할 것 같았다. 이등석 객실 도서관으로 갔다. 카지노 가입 쿠폰 선반에서 그 책을 발견하자 대출하려고 묵고 있는 객실 번호를 댔다. 그런데 담당자가 미안하다면서 일등석 승객은 이등석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없다고 했다. 톰이 우려하던 바였다. 그래서 그는 그 책을 얌전히 갖다 놓았지만, 사실 선반 앞에서 어물쩍거리다가 책을 재킷 안으로 쓱 밀어 넣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 아침이면 갑판 위를 여러 번 돌았다. 아주 느리게 도는 바람에 그가 한 바퀴 돌 때 아침에 산책하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두 바퀴나 돌았다. 산책을 마친 후 갑판 의자에 앉아 수프를 먹으며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심했다. (P33)

리처드 같아 보이는 남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른거리는 열파 때문에 멀리 있는 사람들이 분간이 가지 않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모래사장 위에 발을 디뎠다가 도로 뺐다.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나무 데크가 깔린 산책로를 끝까지 뛰어가 모래사장으로 내려선 다음에도 쉬지 않고 내달려 차가운 바닷물에 두 발을 담갔다. 황홀함이 밀려왔다. 그러고는 걷기 시작했다.

한 블록쯤 떨어진 곳에 카지노 가입 쿠폰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분명했다. 그런데 피부는 구릿빛으로 그을렸고, 구불구불한 금발은 톰이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밝았다. 옆에 마지도 보였다.

“카지노 가입 쿠폰 그린리프?” 톰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요?”

“나야, 톰 리플리. 몇 년 전에 우리 미국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나?”

카지노 가입 쿠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님이 내 얘기를 편지에 쓴다고 하셨는데.”

“아, 맞다!” 카지노 가입 쿠폰 그걸 멍청하게 까먹었다는 듯이 이마를 짚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름이 톰 뭐였더라?”

“리플리.”

“이쪽은 마지 셔우드, 마지, 이쪽은 톰 리플리.”

“안녕?” 톰이 인사했다.

“안녕.”

“여기엔 얼마나 있을 거야?” 카지노 가입 쿠폰 물었다. (P41)


“내가 미국을 떠난 이유 중에 하나지. 그런 살림살이들은 사람을 많이 부릴 수 있는 나라에서는 돈 낭비라니까. 에르멜린다가 요리하는데 30분밖에 안 걸린다면 지겨워서 뭘 해야 할지 모르지 않겠어?” 카지노 가입 쿠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와 봐, 톰. 내가 그림 보여 줄게.”

카지노 가입 쿠폰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톰이 샤워하러 오가면서 몇 번 들여다봤던 방이었다. 두 개의 창 아래에 기다란 소파가 놓여 있었고, 중앙에는 큼직한 이젤이 서 있었다. “이건 내가 작업하고 있는 마지야.” 카지노 가입 쿠폰 이젤 위에 놓인 그림을 가리켰다.

“아.” 톰이 관심을 보이며 대답했다. 그가 보기엔 별로였다. 누가 봐도 별로일 것이다. 한바탕 웃는 마지의 모습이 좀 과장되게 그려져 있었다. 피부색은 인디언처럼 검붉었다. 마지가 이 동네에 사는 유일한 금발 여성이 아니었다면 누군지 아예 알아채지도 못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풍경화가 많아.” 카지노 가입 쿠폰 탐탁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지만, 톰의 칭찬을 기다리는 게 분명했다. 디키는 자기가 그린 그림들을 뿌듯해하는 게 분명했다. 투박하게 아무렇게나 떡칠을 해 놓아서, 이 그림이나 저 그림이나 죄다 비스비슷해 보였다. 그림마다 적갈색과 쨍한 파란색 범벅이었다. 적갈색 지붕과 산, 눈부시게 파란 바다. 디키는 마지의 눈도 시퍼렇게 칠해 놓았다.

“초현실적인 시도를 해 본 작품이지.” 카지노 가입 쿠폰 어떤 그림을 넓적다리에 대고 손으로 잡은 채 설명했다.

톰은 자기가 다 민망해서 움찔거렸다. 이번에도 마지를 그린 게 확실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기다란 구렁이 같아 보였다. 무엇보다 최악은 마지의 눈동자에 그려 넣은 지평선과 수평선이었다. 한쪽 눈동자엔 몽지벨로의 풍경을, 다른 눈동자에는 벌건 사람들로 꽉 찬 해변을 그려 넣었다. “그렇구나, 좋은데?” 톰이 말했다. 그린리프 씨의 말이 맞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이런 그림이라도 그리는 이유는 문제를 끝까지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미국 전역에 있는 수많은 수준 미달의 아마추어 화가들이 뭐라도 줄기차게 그리는 이유와 동일했다. 톰은 카지노 가입 쿠폰 아마추어 화가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웠다. 카지노 가입 쿠폰 훨씬 더 실력을 갖춘 화가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내가 화가로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며 큰 기쁨을 얻고 있어.”

“그렇구나.” 톰은 그림이라면, 카지노 가입 쿠폰 그린 그림이라면 머리에서 죄다 지우고 싶었다. “다른 데 구경해도 돼?” (P52-53)


톰은 감색 실크 넥타이를 골라 정성껏 맸다. 양복이 몸에 꼭 맞았다. 가르마를 다시 탔다.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가르마를 조금 더 옆에서 타서 넘겼다.

“마지, 내 말 잘 들어. 난 널 사랑하지 않아.” 톰은 거울 앞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의 말투를 흉내 냈다.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강조할 단어는 조금 더 높이고 문장을 끝맺을 때는 성대가 살짝 긁히는 소리를 냈다. 이렇게 말하면 기분에 따라 유쾌하거나 불쾌하게, 혹은 다정하거나 쌀쌀맞게 들렸다. “마지, 그만하라니까!” 톰이 몸을 홱 돌리더니 마지의 멱살을 쥐듯 두 손으로 허공을 움켜쥔다. 마지를 흔들며 목을 비틀자, 마지가 슬슬 주저앉다가 바닥에 쓰러져 축 늘어진다. 톰은 숨을 몰아쉬며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이마를 훔쳤다. 손수건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자, 서랍장 맨 위 칸을 열어서 손수건을 꺼낸 다음 다시 거울 앞에 섰다. 벌어진 입매가 카지노 가입 쿠폰하고 비슷해 보였다. 카지노 가입 쿠폰는 수영하다가 숨이 차면 아랫입술을 밑으로 당겨 아랫니를 드러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했는지 넌 알겠지.” 톰은 계속 헐떡거리며 마지에게 말했지만, 시선은 거울 속 자신을 향해 있었다. “톰하고 내 사이를 방해한 건 너야..... 아니, 아니라니까! 우리는 끈끈한 사이라고!”

톰은 뒤돌아서서 가상의 시신을 타고 넘어 창문으로 살며시 다가갔다. 구불구불한 길 너머 마지의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흐릿하게 보였다. 계단에도 길에도 디키는 보이지 않았다. 둘이 지금쯤 뒹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역겨움에 목구멍이 더욱 조여 왔다. 톰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디키는 쑥스럽고 서툴러서 별로 느끼지 못할 테고, 마지는 좋아 죽겠지. 카지노 가입 쿠폰 고문을 해도 마지는 좋다고 할걸! 톰은 다시 옷장으로 시선을 돌려 맨 위 선반에 있는 모자를 꺼냈다. 챙에 녹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깃털이 꽃힌 회색 티롤리언해트를 비스듬히 썼다. 정수리와 이마를 가리니 디키하고 닮아도 너무 닮아 보여 톰은 흠칫했다. 머리색이 톰이 조금 더 진하다는 것만 달랐다. 그것만 빼면, 코도 --평범하게 생기긴 했지만-- 좁은 하관도 비슷했다. 힘만 제대로 주면 눈썹까지 빼닮았다.

“뭐 하는 거야?”

톰이 몸을 홱 돌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P69)

디키는 기차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졸리다는 핑계로 팔짱을 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톰은 맞은편에 앉아서 앙상하고 오만하나 잘생긴 디키의 얼굴을 살피다가 양손에 끼고 있는 녹색 반지와 금색 인장 반지로 시선을 내렸다. 떠날 때 저 녹색 반지나 훔쳐야겠군. 어려울 거야 없지. 카지노 가입 쿠폰 수영하는 사이에 훔치면 돼. 마지막 날에 훔치자. 톰은 눈을 감고 있는 디키를 쳐다보았다. 애증과 조바심과 절망이 뒤섞여 미칠 것 같은 감정이 가슴속에서 부글거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디키를 죽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예전에도 두어 번 든 적이 있었다. 화가 나고 실망할 때면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다가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나서 수치심만 남았다. 지금은 1~2분 내내 그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어찌 됐든 디키와 헤어질 텐데 민망할 게 뭐가 더 있어? 디키와 관계된 건 모조리 실패했다. 톰은 카지노 가입 쿠폰 미웠다. 그간 있었던 일을 아무리 살펴봐도 톰이 실패한 건 그만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디키의 비인간적인 오만함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거기에 디키의 퉁명스러운 무례함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디키에게 우정이며 동료애며 존경심까지 줄 수 있는 건 모조리 주었다. 그런데도 카지노 가입 쿠폰 배은망덕으로 갚는 것도 모자라 이젠 적의까지 품다니. 카지노 가입 쿠폰 매정하게 날 내치다니, 이번 여행에서 디키를 죽인 다음, 사고였다고 둘러대면 된다. 기발한 생각이 방금 떠올랐다. 내가 디키 그린리프가 되자, 그러면 카지노 가입 쿠폰 하던 걸 내가 다 할 수 있어. 일단 몽지벨로로 돌아가서 디키의 물건부터 챙기고, 마지한테 끔찍한 사고 경위를 들려주는 거야. 그런 다음, 로마나 파리에 아파트를 마련하고 매달 날아오는 디키의 송금 수표를 받아서 디키 대신 서명하는 거야. 그러면 내가 디키의 자리를 고스란히 차지할 수 있어. 그린리프 씨를 손에 쥐고 흔드는 것도 가능해. 톰은 디키 그린리프인 척 연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그런 연기가 필연적으로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까지 대략적으로 파악하자 오히려 가슴이 불타올랐다. 톰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P86-87)

톰은 뭍을 살폈다. 산레모가 새하얀색과 분홍색으로 뒤섞인 채 뿌예 보였다. 톰은 가랑이에 끼우고 장난치려는 듯이 태연히 노를 집어 들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바지를 내리는 순간, 노를 높이 쳐들고 정수리를 내리쳤다.

“뭐야!” 카지노 가입 쿠폰 소리치며 노려보았다. 나무 벤치에서 디키의 엉덩이가 반쯤 미끄러졌다. 뜻밖의 상황에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기겁하며 색 바랜 눈썹을 치켜떴다.

톰은 몸을 세워 다시 카지노 가입 쿠폰를 노로 후려 팼다. 고무줄을 튕기듯 살벌하게 있는 힘껏 후려갈겼다.

“아니 너....” 카지노 가입 쿠폰 웅얼거리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지만, 푸른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정신을 잃고 있었다.

톰은 왼손으로 노를 쥐고, 디키의 옆통수를 후린 다음, 노의 날에 맞아 둔탁하게 움푹 팬 상처에 피가 길게 고이는 모습을 구경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보트 바닥에 쓰러진 채 안 그래도 뒤틀린 몸을 더욱 뒤틀고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신음을 섞어 으르렁거리며 대들었다. 톰은 기가 느껴지는 시끄러운 음성에 겁을 먹고 노의 날로 디키의 옆 목을 세 번 내리친 다음, 난도질하듯 잘게 후려갈겼다. 노가 도끼고, 디키의 목이 나무인 양 찍어 댔다. 보트가 출렁거리자 뱃전에 버티고 있던 발에 물이 튀었다. 노로 디키의 이마를 긋자 노가 할퀴고 간 자리에서 피가 널찍하게 스며 나왔다. 톰은 몸을 세우려는데 휘청거리자, 잠시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때, 카지노 가입 쿠폰 보트 바닥을 더듬으며 톰에게 손을 뻗으면서 긴 다리로 일어나 덤비려고 했다. 톰은 총검을 쥐듯 노를 움켜쥔 채 손잡이를 디키의 옆구리에 내리꽂았다. 바닥에 길게 누운 몸이 축 늘어지더니 꼼짝하지 않았다. 톰은 허리를 펴고 힘겹게 숨을 골랐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배는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는 작고 흰 점만 빼면 아무것도 없었다. 뭍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보트였다. (P90-91)


톰은 시멘트 덩어리를 내던졌다. 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시멘트 덩어리가 물거품을 뒤로하고 맑은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가라앉을 만큼 가라앉았는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발목에 묶인 밧줄이 팽팽해졌다. 이제 톰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양쪽 발목을 뱃전으로 넘겨 놓고 한쪽 팔을 잡아당겨 가장 무거운 어깨를 넘기려고 했다. 축 늘어진 카지노 가입 쿠폰의 손은 뜨뜻하고 흉했고, 어깨는 보트 바닥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톰이 카지노 가입 쿠폰의 팔을 잡아당기자 팔만 고무줄처럼 늘어날 뿐, 몸통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카지노 가입 쿠폰를 옆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배만 휘청거릴 뿐이었다. 톰은 여기가 바다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가 두려운 건 오로지 바닷물뿐. 선미로 넘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선미가 물에 더 많이 잠겨 있기 때문이었다. 축 늘어진 시신을 선미로 질질 끌고 가자, 밧줄이 뱃전을 훑으며 끌려왔다. 바다로 내던진 시멘트 덩어리의 부력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시멘트 덩어리가 바닥에 닿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톰은 머리와 어깨부터 바닷물에 빠트리려고 카지노 가입 쿠폰를 엎어서 보트 밖으로 슬금슬금 밀어냈다. 머리는 물에 잠겼지만 허리가 뱃전에 걸렸다. 이번에는 미칠 듯이 무거워진 두 다리가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며 톰의 힘을 버티고 있었다. 아까는 어깨가 그랬는데, 지금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두 다리가 보트 바닥에 쩍 달라붙었다. 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두 다리를 바다로 내던졌다. 카지노 가입 쿠폰를 바다에 빠뜨리는 순간, 톰은 균형을 잃고 틸러에 부딪히며 넘어지고 말았다. 공회전하던 모터가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P92)

그럼에도 톰은 주로 디키로 살았다. 프레디나 마지하고 조용히 얘기할 때도, 디키의 어머니와 장거리 전화를 할 때도, 파우스토와 수다 떨 때도, 디너파티에서 만난 이방인과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섞어서 말할 때도 톰은 카지노 가입 쿠폰 되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가지고 다니던 휴대용 라디오를 틀어 놓았는데, 혹여 그린리프 씨가 혼자 투숙 중이라는 걸 아는 호텔 직원이 복도를 지나가다가 그를 괴짜라고 오해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가끔 라디오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혼자 춤을 추었다. 그런데 춤마저도 카지노 가입 쿠폰 여자하고 추는 것처럼 췄다. 톰은 카지노 가입 쿠폰 마지와 조르조의 테라스에서 춤을 추는 것도 봤었고, 나폴리에 갔을 때 오렌지 정원에서 추는 것도 봤었다. 디키는 발은 성큼성큼 떼지만 몸이 뻣뻣해서 아주 잘 추는 건 아니었다. 방에 혼자 있을 때도, 로마 거리를 거닐 때도 톰에게는 매 순간이 기쁨이었다. 관광을 겸해서 아파트를 보러 다니면서도 톰 리플 리가 디키 그린리프로 변신한 이상, 절대로 외롭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P105)


톰은 카를리노라는 이탈리아 화가에게만 이름을 알려 주었다. 마르구타 거리에 있는 선술집에서 만난 카를리노에게 자기도 그림을 그린다면서 다 마시모라는 화가에게 배우고 있다고 했다. 디키가 실종되고 오랜 세월이 흘러 톰이 다시 톰 리플리로 돌아온 후에, 혹시나 경찰이 로마에서 디키의 행적을 추적할 경우 바로 이 이탈리아 화가의 진술에 기댈 수 있을 것이다. 카를리노는 디키 그린리프가 1월에 로마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는 말을 자기가 들었다고 진술할 것이다. 카를리노가 디 마시모라는 화가는 처음 들어 본다고 하자, 톰은 카를리노가 절대로 잊지 못하도록 디 마시모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해 주었다.

톰은 외롭지만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파리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낼 때도 비슷한 기분에 휩싸였었다. 이 세상 사람 모두가 관중석에 앉아서 그를 주시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톰이 실수했다간 큰일 나기 때문에 끝까지 패기만만한 척할 수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톰은 절대로 실수 같은 건 하지 않으리라 자신만만했다. 그러다 보니 그라는 존재에 순수함이라는 특이하고도 매력적인 분위기가 더해진 것 같았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주요 배역을 맡아 무대에 오르면서 누가 해도 자기보다 더 잘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것과 비슷했다. 그는 톰이면서도 톰이 아니었다. 떳떳하고 자유로웠지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식적으로 조종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몇 시간 내내 의식하며 행동하다 보니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아무렇지 않았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굳이 긴장을 풀 필요조차 없어졌다. 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 이를 닦으러 가는 순간부터 톰은 카지노 가입 쿠폰 되었다. 디키처럼 오른쪽 팔꿈치를 쭉 빼고 이를 닦고, 삶은 달걀을 끝까지 퍼먹겠다고 숟가락을 넣고 껍질을 뱅글뱅글 돌렸다. 디키처럼 옷걸이에서 처음 꺼낸 넥타이는 매번 도로 걸어 놓고 두 번째 것으로 맸다. 그림을 그릴 때도 디키처럼 그렸다. (P118-119)


카지노 가입 쿠폰 낮게 욕을 지껄였다. 문을 살짝 열고 프레디가 잰걸음으로 계단을 타다닥 내려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는 부피 부부하고 마주치지 않고 나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바로 그때, 프레디가 “부온 조르노, 시뇨라.” 하고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 계단통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3층 아래에서 프레디의 코트 소맷귀가 살짝 보였다. 프레디가 부피 부인하고 얘기하고 있었다. 부인의 음성이 더욱 또렷하게 들렸다. “그린리프 씨만 사는데요. 아니에요. 혼자 살아요....... 누구라고요? 아닌데...... 오늘 외출한 것 같지 않던데요. 제가 틀렸을 수도 있죠!” 부인이 웃었다.

톰은 프레디의 목을 조르듯 계단 난간을 두 손으로 비틀었다. 이제 프레디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톰은 아파트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자기는 이 집에 살지 않는다고, 디키는 오텔로에 있다고 끝까지 우길 수도 있다. 아니면 카지노 가입 쿠폰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딱 잡아 떼거나, 그랬다간 프레디가 디키를 만날 때까지 줄기차게 찾아다닐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톰을 아래층으로 질질 끌고 가서 부피 부인에게 이 녀석이 누구냐고 묻거나.

프레디가 문을 두드리더니 문고리를 돌렸다. 문은 잠가 두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묵직한 유리 재떨이를 집어 들었다. 재떨이가 가로로 잡히지 않아서 모서리를 움켜쥐었다. 2초만 더 생각하려고 했다. 빠져나갈 다른 방법은 없을까? 시신은 어쩐다? 막막했다. 유일하게 빠져나갈 길은 이것뿐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왼손으로 문을 열고 재떨이를 든 오른손은 뒤로 빼서 내렸다.

프레디가 안으로 들어왔다. “혹시 말인데......”

카지노 가입 쿠폰 재떨이의 굽이진 모서리로 프레디의 이마를 후려쳤다. 프레디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미간을 망치로 후려 맞은 황소처럼 무릎을 꿇고 고꾸라졌다. 카지노 가입 쿠폰 발로 차서 문을 닫은 다음 프레디의 목덜미를 재떨이 모서리로 내리쳤다. 정신없이 내리찍었다. 프레디가 쓰러진 척 하고 있을까 봐 겁이 났다. 프레디가 굵은 팔뚝으로 느닷없이 톰의 두 다리를 휘감아 자빠뜨릴까 봐 무서웠다. 톰이 프레디의 머리를 빗겨치자 피가 줄줄 흘렀다. 카지노 가입 쿠폰 자신에게 욕을 퍼부으며 욕실로 뛰어가 타월을 가져다 프레디의 머릿맡에 받쳤다. 그러고는 맥을 짚어 보았다. 맥이 흐릿하게 잡혔다. 프레디의 손목에 댄 톰의 손가락이 맥을 잠재웠는지, 맥박이 띄엄띄엄 뛰다가 그대로 서 버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 문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귀를 세웠다. 부피 부인이 문 앞에 서서 망설이듯 미소 짓는 모습이 떠올랐다. 부인은 자기가 방해한 것 같으면 늘 어정쩡하게 웃곤 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톰이 재떨이로 내리칠 때도, 프레디가 쓰러질 때도 큰 소리는 나지 않은 것 같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바닥에 너부러진 산만 한 프레디를 내려다봤다. 순간 구역질이 치밀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분이 그를 덮쳤다. (P123-124)

기사에 따르면 얼룩은 핏자국으로 추정될 뿐, 확인된 건 아니라고 했다. 경찰이든 누구든 얼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뭔가를 하긴 할 것 같았다. 보트 관리인이 보트가 사라진 날에 대해 진술할 경우, 경찰이 사건 발생 당일 인근 호텔에 투숙한 사람들의 명단을 확인할 것이다. 이탈리아 보트 관리인이 미국인 남성 두 명이 보트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걸 기억할는지도 모른다. 경찰이 그 무렵에 작성된 호텔 숙박계까지 굳이 확인한다면 리처드 그린리프라는 이름이 붉은 깃발처럼 휘날릴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실종자는 당연히 톰 리플 리가 된다. 그날 죽임을 당한 사람이 톰이 되는 것이다. 상상이 여러 가닥으로 갈라졌다. 경찰이 수색하다가 디키의 시신을 발견한다면? 그렇다면 그 시신은 톰 리플리의 시신이 될 테고, 디키는 살인 용의자가 된다. 따라서 프레디를 죽인 용의자도 디키가 될 것이다. 하룻밤 새 디키가 ‘살인을 저지를 유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탈리아 보트 관리인이 보트 한 대가 반납되지 않은 날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억한다고 해도, 경찰이 호텔 투숙객까지 확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경찰이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진 않을 것이다.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있을지도 모르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 신문을 접고 계산한 다음 밖으로 나갔다. (P140)

새로 산 여행용 정장을 꺼내 입었다. 쭈글쭈글해진 채로 입고 황혼이 내린 팔레르코로 산책을 나섰다. 광장 건너편에 노르만 양식의 영향을 거대하게 받은 성당이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잉글랜드 대주교 윌터 오파밀이 성당을 지었다는 내용을 여행 책자에서 봤었다. 남쪽에 있는 시라쿠사는 라틴족과 고대 그리스인들의 치열한 해상전이 벌어진 현장이었다. 디오니소스의 귀며, 타오르미나며, 에트나산도 있었다. 이 넓은 섬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내가 시칠리아섬에 오다니! 줄리아노 성곽을 볼 수 있다니!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였으며 노르만족과 사라센의 침공을 받았던 곳에 오다니!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둘러볼 생각이었다. 지금은 정면에 높게 솟은 종탑이 달린 성당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땅거미가 진 성당 전면의 아치 구조를 바라보며 내일 저 안으로 들어가 수백 년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양초와 향이 타면서 밴 퀴퀴하고도 달착지근한 냄새를 맡을 상상을 하니 짜릿했다. 기대되네! 톰은 막상 경험하는 것보다 기대하는 편이 훨씬 좋았던 것 같았다. 이번에도 그러려나? 저녁에 홀로 카지노 가입 쿠폰의 소지품을 정리하고 손에 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반지를 내려다보고 카지노 가입 쿠폰의 모직 넥타이를 쓰다듬고 검정 악어 지갑을 매만지는 건 경험일까, 기대일까?

시칠리아섬 너머에 그리스가 있었다. 그리스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디키 그린리프가 되어 디키의 돈을 들고 디키의 옷을 입고 디키가 이방인들을 대하던 모습으로 그리스에 가 보고 싶었다. 디키 그린리프로서 그리스에 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려나? 살인, 의심, 사람들 등등 그를 방해하는 일이 연달아 생길지도 모른다. 그는 누굴 죽일 마음이 없었는데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미국인 관광객 톰 리플리로서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광장을 터벅터벅 걷는 모습은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았다. 당장은 가지 않을 것이다. 성당 종탑을 올려다보는 순간 눈물이 고였다. 몸을 돌려 새로운 길로 내려갔다. (P153-154)


황급히 짐을 챙겼다. 욕실 문에 걸린 목욕 가운과 파자마를 낚아채고 마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 준 카지노 가입 쿠폰의 이니셜이 박힌 가죽 파우치에 세면용품을 쓸어 담았다. 그러다가 순간 동작을 멈췄다. 카지노 가입 쿠폰의 물건을 카프리에서 모조리 없앨까? 아니, 나폴리로 돌아가는 배 위에서 버릴까?

이 질문은 저절로 풀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톰은 이탈리아 본토로 돌아가면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것인지를 순식간에 깨달을 수 있었다. 로마 근처에는 얼씬거리지 않고 곧장 밀라노나 토리노로 올라가거나, 베네치아 인근에서 주행 거리가 많은 중고차를 살 것이다. 두세 달간 이탈리아 곳곳을 차를 타고 돌아다니느라 토머스 리플리를 찾는다는 소리는 듣지도 못했다고 둘러댈 참이었다.

톰은 쉬지 않고 짐을 꾸렸다. 이것으로 디키 그린리프인 척하는 연기는 끝이라는 걸 직감했다. 톰은 다시 토머스 리플리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하찮은 존재가 되는 게 싫었다. 묵은 습관을 다시 몸에 들이는 것도 역겨웠고, 남들이 깔보는 것도 메스꺼웠고, 그가 익살꾼 노릇을 할 때만 빼고 따분한 인간 취급을 받는 것도 불쾌했다. 그때그때 잠시 남들을 웃기는 재주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무능한 자기 자신도 미웠다. 자신으로 되돌아가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P163)

톰은 편지를 다 쓴 다음에는 커피를 조금 더 마시면서 디키의 에르메스 베이비 타자기로 유언장을 작성했다. 디키의 수입과 각종 은행에 예치된 예금을 톰에게 주겠다고 적은 다음, 허버트 리처드 그린리프 주니어라고 서명했다. 은행이나 그린리프 씨 측에서 증인을 선 사람이 누구냐며 이의를 제기하지 않도록 증인 얘기는 쓰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실은, 카지노 가입 쿠폰 유언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라며 로마 아파트로 이탈리아 사람을 불렀다면서 그 사람 이름을 가짜로 지어 놓긴 했었다. 톰은 증인 없는 유언장에 운을 걸어 보기로 했다. 필체에 고유한 특징이 있듯, 수리가 시급한 디키의 타자기에도 디키의 것임을 알아 볼 수 있는 특이점이 있었다. 자필 유언장이면 증인이 필요 없다는 얘기도 어디선가 들었다. 서명은 완벽했다. 늘씬하게 쭉 뻗어 나가면서도 뒤엉킨 듯한 디키의 여권 속 서명하고 똑같았다. 톰은 유언장에 서명하기 전 30분이나 연습했다. 손에 긴장을 풀고 메모지에 연습한 다음 유언장에 단숨에 서명했다. 유언장에 적인 서명이 카지노 가입 쿠폰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으면 어디 해 보라고 할 것이다. 타자기에 봉투를 끼우고 ‘담당자’ 앞이라고 적은 다음 올 6월까지는 개봉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여행 가방 옆 주머니에 봉투를 집어넣은 다음, 한동안 가지고 다니다가 이 집으로 이사하느라 미처 열어 볼 생각도 못한 것처럼 보이도록 꾸몄다. 이제 에르메스 베이비 타자기를 케이스에 넣어서 1층으로 들고 내려간 다음, 카날레 그란데의 후미진 만 안으로 휙 집어 던졌다. 정면에서 바라본 집의 한쪽 모서리에서 정원 벽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라 곤돌라가 지나다니기엔 폭이 너무 좁았다. 타자기를 없애니 속이 다 시원했다. 사실 타자기를 버리고 싶은 마음은 여태 들지 않았었다. 장차 유언장이나 대단히 중요한 서류를 작성할 거라는 걸 무심결에 알았는지, 그동안 타자기를 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P184)

마지는 산마르코 광장에서 산타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계단까지 오가며 한 번에 열 명 넘게 타는 곤돌라 말고 개인용 곤돌라를 타고 싶어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개인용 곤돌라를 탔다. 새벽 1시 반. 에스프레소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톰의 혀가 고동색 맛에 절여지고 새가 날개를 포닥이듯 심장이 펄떡거렸다. 카지노 가입 쿠폰 새벽까지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 카지노 가입 쿠폰 진이 빠진 나머지 곤돌라에서 마지처럼 나른하게 등을 기대고 앉아서 허벅지가 그녀에게 닿지 않도록 신경 썼다. 마지는 여태 기운이 남아도는지 예전에 베네치아에 왔을 때 봤던 일출 얘기를 혼자 떠들며 들떠 있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곤돌라와 리듬을 타며 노 젓는 사공 때문에 카지노 가입 쿠폰 멀미가 살짝 났다. 산마르코 광장 곤돌라 승강장에서 그의 집 계단까지 가는 물길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계단은 위에 있는 두 칸만 빼고 모두 물에 잠겨 있었다. 물이 세 번째 계단 위에서 찰랑거리며 이끼를 구역질 나게 흔들어 대고 있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기계적으로 사공에게 요금을 지불한 다음, 큼직한 대문 앞에 섰다. 바로 그때, 열쇠가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갈 수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계단이 있는 자리에서는 창틀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그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마지가 웃음부터 터뜨렸다.

“열쇠가 없다니! 거침없이 출렁이는 물에 둘러싸여서 꼼짝없이 계단에 갇혔는데, 열쇠가 없다니!”

카지노 가입 쿠폰 억지웃음을 지었다. 권총 두 자루를 차듯 두 뼘 가까이 되는 기다랗고 묵직한 열쇠를 두 개나 들고 다닐 생각을 도대체 왜 했어야 하는데? 톰이 뒤돌아서서 사공에게 돌아오라고 소리쳤다.

“이를 어쩐다!” 사공이 물 건너편에서 껄껄 웃었다. “미 디스피아체(미안합니다). 데브리토르나레 아 산마르코(산마르코 광장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호 운 아푼타멘토(예약이 있어서요)!” 사공이 쉬지 않고 노를 저었다.

“열쇠가 없어서요!” 톰이 이탈리아 말로 외쳤다.

“미 디스피아체(죄송합니다)! 만다로 운 알트로 곤돌리에르(다른 배를 보내 드릴게요)!”

마지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배가 우릴 데리러 온다니 근사하지 않아?” 마지가 까치발을 들고 서 있었다.

전혀 근사하지 않은 밤이었다. (P199)


“톰!”

톰이 눈을 떴다. 마지가 2층에서 맨발로 내려오자, 톰이 일어나 앉았다. 마지가 고동색 가죽 상자를 들고 있었다.

“방금 이 안에서 카지노 가입 쿠폰 끼던 반지 두 개를 발견했어.” 마지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 그거. 카지노 가입 쿠폰 준 거야. 잘 갖고 있으라고.” 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제?”

“로마에 있을 때.” 카지노 가입 쿠폰 한 걸음 물러나 구두 한 짝을 툭 차서 손에 들고는 태연한 척하려고 애를 썼다.

“카지노 가입 쿠폰 뭘 하려고 했을까? 이걸 왜 너한테 줬을까?”

마지가 브래지어 끈을 꿰매려고 실을 찾았던 것 같았다. 도대체 왜 반지를 딴 데 넣어 두지 않은 거지? 여행 가방 안감 속에 넣어 둘걸. “나야 모르지. 카지노 가입 쿠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겠지. 너도 카지노 가입 쿠폰 어떤지 알잖아. 무슨 일이 더 생길지도 모르니 나더러 반지를 맡아 달라고 했어.”

마지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 어디 갔는데?”

“팔레르모에 갔잖아. 시칠리아섬.” 카지노 가입 쿠폰 양손으로 신발 한 짝을 쥐고 나무 굽을 무기로 삼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지 재빨리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보았다. 구두 굽으로 마지를 후려 팬 다음 정문으로 끌고 가서 운하에 밀어 넣는다. 마지가 이끼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운하로 떨어졌다고 둘러대자. 그런데 마지가 수영을 잘해서 물에 뜰 텐데.

마지가 가죽 상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카지노 가입 쿠폰 자살하려고 한 거네.”

“그래, 네가 그 반지를 그런 식으로 해석하고 싶다면 그런 거겠지. 반지 때문에 카지노 가입 쿠폰 그랬을 가능성이 더 커졌어.”

“왜 진작 말 안 해 줬어?”

“까먹고 있었어. 반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잘 치워 뒀거든. 카지노 가입 쿠폰한테 받은 다음 아예 들여다볼 생각도 안 했어.”

“카지노 가입 쿠폰 자살했거나, 신분을 바꾸었다는 얘긴데..... 설마 아니겠지?”

“맞아.” 카지노 가입 쿠폰 애석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그린리프 씨에게는 네가 말씀드리는 게 좋겠어.”

“그럴게. 그린리프 씨에게도 말씀드리고, 경찰한테도 말할게.”

“이렇게 되면 사실상 그쪽으로 결론이 난다는 건데.” 마지가 말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두 손으로 신발을 장갑처럼 움켜쥔 채 신발로 내리칠 자세를 풀지 않았다. 마지가 수상쩍은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여태 머리를 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가 날 놀리나? 이제야 눈치챘나?

마지가 진지하게 말했다. “양쪽 손에 반지를 끼지 않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모습이 상상이 안 돼.” 이제야 톰은 마지가 정답에서 벗어나 딴 길로 한참 샜다는 걸 간파했다. (P214-215)

다음날 매커런이 로마에서 톰에게 전화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 몽지벨로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 이름을 모조리 말해 달라고 했다. 매캐런이 찬찬히 이름을 받아 적으며 마지에게 받은 명단과 일일이 비교하는 걸 보니, 한 명도 빠짐없이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톰은 사람들의 이름은 물론 알아듣기 힘든 주소까지 일일이 확인해 주었다. 명단에는 조르조, 부두 관리인 피에트로는 물론 파우스토의 숙모 마리아까지 있었다. 톰은 마리아는 성이 뭐였는지 생각나지 않았지만, 집으로 가는 길은 상세히 알려 주었다. 마트에서 일하는 알도, 세치 부부, 은둔 생활을 하느라 마을 변두리에 사는 나이 많은 화가 스티븐슨도 있었는데, 톰이 한 번도 본 적은 없었다. 톰이 명단을 쭉 부르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 몇 분이었지만, 매캐런이 이걸 확인하기까지 며칠은 걸릴 것이다. 톰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름을 대면서도 푸치 씨의 이름은 쏙 뺐다. 푸치 씨는 디키의 집과 요트를 처분해 준 사람으로, 디키의 재산을 처분하려고 톰이 몽지벨로에 왔었다는 이야기를 마지가 하지 않더라도 탐정에게 말할 게 뻔했다. 톰은 디키의 재산을 처분한 사람이 톰이라는 걸 매캐런이 안다고 해도 별로 심각할 것 같지 않았다. 탐정을 반기며 그가 원하는 얘기를 죄다 떠들어 댈 알도나 스티븐슨 같은 사람들도 명단에 있었다.

“나폴리에는 누가 있을까요?” 매캐런이 물었다.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P231-232)

그는 사람을 둘이나 죽이고도 이치에 어긋날 정도로 운 좋게 빠져나갔으며, 카지노 가입 쿠폰인 척 연기했을 때부터 지금껏 요행이 따랐다. 톰의 초년 인생은 지독히 억울했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를 만난 이후의 인생은 초년의 삶을 보상해 주고도 남았다. 그런데 지금 그리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좋은 일일 리가 없었다. 그동안 톰은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경찰이 유서에서 그의 지문을 확보한 다음 그를 전기의자에 앉힐지도 모른다. 전기의자에서 죽어도 아프긴 아프겠지? 스물다섯에 죽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비극이겠지만, 그렇다고 11월부터 지금까지 몇 달간의 삶이 가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딱 하나 후회가 남았다. 세상 구경을 아직 다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주에도 가 보고 싶었고, 인도나 일본, 남아메리카도 구경하고 싶었다. 그런 나라들에 가서 그림 구경만 해도 좋을 것 같았고, 고생한 인생을 보상받을 것만 같았다. 톰은 카지노 가입 쿠폰의 그저 그런 그림을 따라 그리려고만 했을 뿐인데도 그림에 대해 많이 배웠다. 파리와 로마에 있는 미술 갤러리에서 예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자기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그림에 대한 흥미를 발견했다. 톰은 화가가 되고픈 욕심은 없었다. 대신 재력만 따라 준다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 모으고, 재능은 있으나 돈이 없는 젊은 화가들을 돕는 일로 큰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P242-243)


카지노 가입 쿠폰 크레타섬에 발을 내딛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길게 뻗은 섬에 있는 산 정상마다 주변이 삐죽삐죽 말라붙은 분화구로 덮여 있다. 그가 탄 배가 항구로 들어가자 부두가 부산해진다. 꼬마 짐꾼들이 짐을 들어 주고 팁을 받으려고 열을 올린다. 톰이 두둑이 팁을 쥐여 준다. 누구에게든 뭐가 됐든 넉넉하게, 상상 속 부두 위에 남자 넷이 미동도 없이 서 있다. 크레타섬 경찰관들이 팔짱을 낀 채 묵묵히 톰을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긴장하는 톰, 시야가 뿌예진다. 어디를 가든 그가 도착하는 부두마다 경찰이 대기하고 있으려나? 알렉산드리아? 이스탄불? 뭄바이? 리우데자네이루? 그런 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카지노 가입 쿠폰 어깨를 폈다. 상상 속 경찰을 걱정하느라 여행을 망칠 필요가 있을까. 경찰이 부두에 있다고 해도 그게 꼭 그 뜻은 아닐 것이다.

“아 돈다, 아 돈다(어디로 갈까요)?” 택시 기사가 서툰 이탈리아어로 톰에게 물었다.

“호텔로 갑시다.” 톰이 말했다. “일 멜리오 알베르고(최고급 호텔로 갑시다). 일 멜리오(최고로 좋은 호텔로요)!”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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