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차 안에서 우연히 'Distance'라는 곡을 들었다. 급한 대로 사진을 찍어두고 집에 도착해 찾아보니 세상에 영화 <세렌디피티 삽입곡 중 하나였다!
며칠째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데 어쩐지 입안에서 달콤한 바닐라 카지노 게임 맛이 났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행운, 뜻밖의 행운"
영화 세렌디피티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며 모든 이에게는 저마다의 카지노 게임이라는 큰 계획이 있다고 말한다. 이 안에서 얽히고설켜 결국 만나게 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영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김종욱 찾기'다. 지독한 카지노 게임론자인 주인공은 인도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후 자연스레 연락을 이어가는 대신 만나게 될 인연이라면 어차피 만나게 될 것이란 카지노 게임에 맡기겠다며 연락처도 묻지 않고 헤어진다. 다시 만나기로 한 날 그 만남은 불발되고 그녀는 그 이후로 그를 지독히도 그리워하지만 정작 그를 만나려는 노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카지노 게임에 기대어 그를 한없이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림이란 쳇바퀴에 몸을 맡긴다.
서로 다른 영화지만 카지노 게임과 더불어 서로를 원하는 간절함을 바탕으로 주인공들이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만들어 간다. 그들이 원했던 방식은 아니지만 저마다의 해피엔딩 결말을 맞는다.
기독교에서는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신의 큰 계획 속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설명하듯 불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모든 일은 자신이 과거 생에서 지은 업의 결과로 흘러가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 조건에 따라 일어난다고 말한다. 카지노 게임 맞는 모든 순간들은 바로 그 순간에 주어진 조건 내지 환경에 하필이면 딱 맞물려 지어진 결과라고.
개인적으로 두 관점 모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반면 완전히 동의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의 자유 의지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9년 전 5월, 5년을 다닌 학교에서 해고를 당하고 무작정 캐나다로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떠난 곳에서 우연히 만난 지금은 남편이 되었지만 - 당시엔 만난 지 2주가 조금 넘은 낯선 외국인이었던 그와 한국에 돌아가기 전 몬트리올로 여행을 떠났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주변을 돌아보면 불어로 이야기하는 작지만 클래식했던 프렌치 식당에서 함께 아침을 먹으며 한참 동안이나 우리는 자유의지와 카지노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몬트리올로 떠나기 전 그는 나에게 한 영상을 보여줬는데 미국의 전설적인 스탠드 업 코메디언이자 사회 비평가였던 George Carlin의 10분짜리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서 그는 종교에 관한 날카로운 의견과 함께 결국 카지노 게임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달라고 비는 소원이 이뤄질 확률은 50:50이라고 말한다. 카지노 게임 비는 소원이 이뤄질 확률은 딱 반반이라고.
한때 나는 불교에 심취한 적이 있다. 앞서 언급한 불교에서의 설명에 믿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늘 한 가지 물음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모든 것이 기억나지도 않은 과거 생에서 온 업 때문에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이 일어났고 결국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흘러갈 것이니 애쓰지 말고 그저 내버려두라고. 저렇게 믿으면 모든 일이 억울할 것도 없고 그냥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어떤 것에 대한 절실함은? 그것 또한 업이고 조건에 맞물려 생긴 결과라고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그와 나는 이 주제로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했다.
결론은 모든 일은 반반이라는 것. 살다 보면 내가 정하지 않는 환경(조건화된 것)을 바탕으로 살고 있는 것은 카지노 게임 같다. 그렇기에 반은 정해져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조건에서 선택하는 건 나의 몫이다. 그래서 반은 조건, 반은 나의 선택이다. 그리고 미래는 알 수 없다.
그와 내가 만난 것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둘의 마음이었고 예정에 없이 해고를 당했고 갑자기 캐나다에 가서 하필이면 그 순간에 내가 그를, 그가 나를 찾은 것은 카지노 게임 같다.
식당에서 나와 6월 초의 날씨답지 않게 한여름의 향기가 실린 바람을 맞으며 활기찬 거리를 그의 손을 잡고 걸었다.
저 멀리 골목 코너에 자그마한 카지노 게임 가게가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 카지노 게임콘을 들고 레몬 셔벗을 한 입 떠서 먹고 있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난 건 카지노 게임이야.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서 이렇게 너와 먹는 것은 내 선택이지."
순간의 선택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게 좋은 것이건 나쁜 것이었든.
9년 전 카지노 게임 한 선택으로 시작된 우리 만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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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화요일 시작하셨나요?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작가#라이팅게일입니다.
캐나다도 조금씩 봄이 오고 있습니다. 공기가 조금은 달라졌어요. 봄이 오면 무작정 설레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Distance'라는 곡을 우연히 들으며 오래전에 써둔 글을 찾아 다듬어 봤습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우연히 또는 뜻밖에 좋은 것을 발견하거나 행운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는 현상이나 능력을 가리키는 단어로 과학 분야나 다른 산업에서도 의도하지 않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우연히 가치 있는 발견이나 발명을 했을 때도 쓰입니다.
제게도 세렌디피티가 있는데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바로 당신입니다. 우연히 브런치에 제 날것의 개인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제 글을 읽어주시고 귀한 격려 보내주시는 당신을 우연히 만나는 특별한 행운을 누리게 되었거든요.
이 글을 읽고 계신 아름다운 당신께 9년 전 제가 느낀 설렘이 전해지길 바라며 로맨틱 영화만큼 설레는 3월 마지막 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라이팅게일 드림
P.S 9년 전으로 돌아가게 해준 영화삽입곡 <Distance, 함께 들어보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tV6udsiP8k4&list=PLA88D39031FA3DA04&index=6&ab_channel=serendipity
#라이팅게일#설레는봄
#Serendipity#우연히찾은행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