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뒤죽박죽 세계여행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개로 삼겠느냐(그리운 무료 카지노 게임/정호승 시)
소설을 많이 읽어서 연애에 대해서는 자주 소설 속 여주인공이 되었다.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에 익숙했기에 잠재의식 속 나의 연애는 행복하게 끝날 수 없었다. 썸타던 남자친구에게 대학교 2학년 비 오는 날 수원역에서 바람을 맞은 후 나를 정비하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돌 때부터 일곱 살 이전까지 살았던 곳, 손자 손녀 중 유독 나를 이뻐하셨던 친할머니께서 살아계셨던 영주가 목적지였다. 여행의 의미를 만들고 싶어 아버지께서 재수 시절 공부하셨다던 부석사 무량수전과 ‘안씨’ 가문의 시조인 ‘안향’을 기리기 위한 소수서원도 일정에 넣었다. 오전 10시쯤 입구에서 10분간 경사진 길을 걸어 소백산맥이 내려다보이는 부석사 무량수전에 닿을 수 있었다. 부처님 오신 날이 코앞이라 평일의 부석사는 조용한 가운데 분주했다. 고즈넉한 부석사를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데, 하얀 남방을 걸치고, 자주색 모자를 쓴 남자가 무량수전 옆 돌 위에 앉아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평일에 나처럼 부석사에 올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져 먼저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경계하는 눈빛 없이 남자는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대답했다. 대학생 신입생이었으니 나보다 한 살 어렸다. 연하라는 말에 약간은 실망했다. 이성이더라도 연하는 남자로 보지 않을 때였다. 하지만 연하라는 게 장점으로 작용해 편하게 말을 틀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대학의 사학과 학생이었다. 친한 친구가 우리 학교에 다닌다며 공통점을 찾았다. 부석사 무량수전 이후 목적지는 둘 다 소수서원이었다. 사학과 학생답게 소수서원의 역사적 의의와 건축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사적인 여행가이드가 되어주었다. 하루를 함께 다니고,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기차를 타고 다음 여행지인 병산서원으로 간다고 했다. 그는 다음 여행지의 동행자가 되어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걱정하실 테고, 우리 만남은 너무 소설 같은 이야기라 갑작스러운 마음에 삐삐 번호만 주고받고 헤어지기로 했다. 풍기역에서 할머니 댁에 가는 버스를 타자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맨 뒷자리에 앉아 버스 창밖을 보니, 버스 뒤를 따라와 비를 맞으며 손을 흔드는 하얀 남방을 입은 그가 보였다. 집에 와서 설레는 마음으로 그에게 온 삐삐 음성을 확인했다. “여행이 아름다운 이유는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래요. 서울에서 만나요, 우리”
이스라엘에서 현대 히브리어 연수와 여행을 마치고 무료 카지노 게임 여행을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카이로에서 짧은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람세스 신전이 있는 무료 카지노 게임의 아부심벨, 룩소르까지 여행한 후 귀국하는 일정이 있었다. 이스라엘 여행을 마치며 무료 카지노 게임의 람세스 신전까지 가겠다며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람세스 시리즈를 읽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몇 명의 동기들과 무료 카지노 게임 카이로 여행만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무료 카지노 게임에 가려면 예루살렘에서 무료 카지노 게임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했다. 동기 두 명이 대표로 이스라엘 주재 무료 카지노 게임 대사관에 신청한 우리 모두의 비자를 가져오기로 했다. 그런데 동기들이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예루살렘 시내의 버스정거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조금 전에 예루살렘 버스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랐고, 동기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동기들은 무사히 돌아왔고, 우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 국경 근처에 밤늦게야 도착했다. 일정상 우리는 무료 카지노 게임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 성지 순례에서 빠지지 않는 시내 산에 오르기로 했다. 나는 날라리 기독교인이기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이라니, 의미 있는 곳을 방문하는 것 같아 들떠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국경에서 시내 산까지 약 2~3시간 정도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동기들은 택시기사들과 교섭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부터 무료 카지노 게임 사람은 바가지를 잘 씌우니 무조건 가격을 후려쳐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를 성실히 이행했다. 택시기사들도 만만치 않다. 어느 가격 이하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한 달간의 짐이 들어있는 무거운 케리어를 끌고 다시 이스라엘 국경 쪽으로 움직였다, 아니 움직이는 척을 했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무료 카지노 게임 택시기사는 우리가 원하는 금액을 받아들였다. 시내 산 정상에서 일출을 봐야 하니 새벽 3시까지는 시내 산 아래에 도착해야 했다. 열심히 이동한 지 2시간 정도 지났을까, 밤이 깊었고 우리는 좀 쉬고 가자고 하여, 택시에서 내렸다. 그때의 밤하늘은 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니 어쩌면 앞으로도 보지 못할 그런 광경이었다. (지금 있는 뉴질랜드의 밤하늘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하늘의 별은 틈도 없이 빼곡히 차 있었고, 너무 아름다웠다. 순간 쏟아지는 별들을 본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스라엘로 떠나기 전 연하의 연인으로부터 받은 머라이어 캐리 카세트테이프를 택시기사에게 건네주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카세트테이프를 틀자마자 엉망으로 엉키고 말았다. 연하의 연인이 준 머라이어 캐리의 카세트테이프는 그렇게 운명을 다 했다.
오래전에 다녀온 여행이고, 짧은 여행이었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 시내 산을 떠올리면 과거의 인연이 생생하다.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부석사 무량수전을 떠올리며 정호승 작가의 ‘그리운 부석사’ 시를 읊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