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와 함께한 나날들
연휴마다 두꺼운 책 한두 권 읽는 습관을 쫓아 어제 손에 든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카지노 쿠폰와 함께한 나날들'이다. 첫 결혼에서 아내와의 사별 후 도스토옙스키가 맞이한 두 번째 아내 안나 도스토옙스카야가 쓴 회고록이다. 저자가 안나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한국에 오자마자 책장에 들였던 기억이 난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은 전기, 중기, 후기로 나누곤 하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들은 주로 후기에 속한다. 참고로 '죄와 벌'이라든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모두 후기 작품이다.
전, 중, 후 가릴 것 없이 카지노 쿠폰 작품을 모두 저마다의 개성과 맥락으로 사랑하는 나도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후기작이 카지노 쿠폰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카지노 쿠폰를 처음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권한다.
전기작은 도스토옙스키가 시베리아 유형 가기 전, 중기작은 유형 끝무렵부터 다시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 제대로 정착하기 전, 그리고 후기작은 도스토옙스키의 정수가 깃든 마지막 10여 년을 장식한다. 전문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기작이 차별화되는 이유를 도스토옙스키의 생애만으로 해석하곤 한다. 공상적 사회주의에 심취해 있던 도스토옙스키, 그 때문에 시베리아 유형을 간 이후 거기서 기적 같은 구원을 받은 경험과 유형 중 내내 읽었던 신약성경 덕분에 기독교 (러시아 정교회)에 안착했던 도스토옙스키, 그리고 그 당시 러시아를 시끄럽게 하던 허무주의, 무신론, 서구자유주의에 저항하며 그의 파란만장한 경험과 사상을 압축적인 문학으로 승화시켰던 도스토옙스키로 말이다. 여기에서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안나 도스토옙스카야의 존재 유무이다.
정확하게 카지노 쿠폰를 대표하는 후기작의 시작이 안나를 만나면서부터다. 카지노 쿠폰는 당시 빚 독촉에 쪼들리고 있었다. 방탕한 생활 때문이 아니라 그가 의도하지 않게 책임져야 했던 가족과 친지의 횡포 때문이었다. 착하고 고결했던 카지노 쿠폰는 그들을 한 번도 외면하지 않았다. 그들의 악한 의도를 모를 리 없었을 텐데 말이다. 카지노 쿠폰가 어떤 사람인지 명징하게 보여주는 한 가지 사례일 것이다.
속기사 안나와 함께 작업한 첫 작품이 바로 '노름꾼'이다. 한 달 만에 쓰인 작품으로써 경제적인 이유로 코너에 몰렸던 카지노 쿠폰를 살려낸 작품이다. 안나가 없었다면 그는 경제적으로 더 힘든 상태로 치달았을지도 모르고 뇌전증 (간질) 발작과 여러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가 아는 후기작들이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나는 그만큼 안나의 등장이 카지노 쿠폰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본다. 조금 과장해서 안나의 존재가 카지노 쿠폰 후기작을 가능하게 했다,라고 말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안나 도스토옙스카야의 회고록이다. 어제 약 오 분의 일 정도 읽었는데 카지노 쿠폰를 거의 다 읽은 나로서는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카지노 쿠폰 곁을 끝까지 지켰던, 첫 아내와 달리 카지노 쿠폰가 간질 발작으로 연거푸 쓰러질 때에도 부끄러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달려가 안고 보호했던 안나의 눈과 마음으로 카지노 쿠폰를 읽는 기분이다. 후기작의 맥락을 더 깊고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