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를 한주먹 잡아 냄비에서 볶다가 대접에 물을 가득 담아서 둘이 먹을 거니까 두 번 하고 반, 팔팔 끓이다가 멸치를 거르고 기다린다. 식탁 준비가 끝나고 뜸 들인 밥을 떠 놓고 개별 포장된 김 봉투의 갈라진 끝을 양 손가락으로 잡고 반대방향으로 힘주어서 뜯어서 0.1 냥쭝 정도 될 법한 김 대여섯 장이 납작하고 엄지손톱만 한 작은 종이봉투에 ‘먹지 마시오’가 적힌 실리카겔의 보호 위에 가볍게 올려진 주름 잡힌 얇고 투명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면. 그때 된장을 한 큰 술 풀어 넣고 시금치를 두 움큼 정도 가득 담아서 숨을 죽이며 기다린다. 모든 잎들이 짙은 색을 머금는 순간, 소금도 한 꼬집, 불을 끄고 따끈하고 부드러운 것을 떠서 그릇에 담는다. 오늘은 시금치, 내일은 용문산 산 취, 모레는 달래, 냉이, 씀바귀는 안 먹어 본 지 오래인데, 어느 날은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참, 쑥을 안 먹었네, 1년에 한 번은 먹는 편인데, 쑥덕쑥덕. 어느 때보다 지금, 계절이 바뀌는 때 부드럽기도 하고 쌉싸름하기도 한 가벼운 된장국을 먹는다. 진득한 것과 맑음 사이에 된장 한 스푼과 초록의 나물들 그리고 봄.
그리고
엄마가 잘 익혀서 보내 준
풋마늘 간장절임.
눈보라 몰아친 3월의 마지막 주에 텃밭 개장식에서 받아온 상추는 베란다에 며칠 두었다가 심었는데, 그다음에도 추운 날이 있어서 마냥 쌩쌩하지가 않고, 주변에도 냉해 입은 것들이 보인다, 때맞춰 핀 목련은 축 늘어졌고, 그늘에서 햇빛을 모으던 것들이 지금 활짝 피었다. 발그레하며 장미보다 수줍은 빨강 산당화꽃이 동글동글하게 맺힌 학교 주변 낮은 관목 지대는 화살나무 새싹으로 환하다. 이 와중에 벚꽃이 만개하여 꽃잎이 흩날리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 털모자를 벗지 않았고 이 정도면 다 지나온 것 같아서 오늘은 패딩들을 정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