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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니 Feb 14. 2025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이지

서부지방법원에서 발생한 폭동사태를 보며

내가 93년생이라는걸 딱히 싫어한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지 싫어할 건덕지가 없었는걸. 13일의 금요일 같은 상징성도 없고, 뭔가 중대차한 일이 벌어진 해도 아니고, 그저 철쭉 피고 질 때즈음 태어난 93년의 4월생이니까. 근데 요즘은 내가 93년생이라는 것에, 아니 조금 더 나아가 내가 30대 남성이라는 것에 상당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살면서 나의 년생에 특정한 감정을 느끼게 될거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는데 1월 19일, 나의 이 안일한 생각을 깨부숴주고 싶었는지 내 동년배들 몇몇이 소화기로 유리창을 깨고 카지노 가입 쿠폰의 수호를 외치며 법원으로 난입했다. 흥분한 시위대들을 해산시키느라 소집된 경찰만 1300명. 나는 그 하염없는 적의가 적나라하게 들어나고 있는 뉴스의 짤막짤막한 영상들을 보며, 누나에게 카톡을 했다. "그냥... 남자 하지 말까...?"


종종 웹진에 칼럼을 기고하는 편인데 12.3 내란사태때는 기고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전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에 대해서 칼럼을 써봤자 다들 모르는 내용이 없을 뿐더러, 그러면 내가 쓸 거라고는 정치적 성향을 노출시키며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한 호소문같이 변할 것 같았으니까. (원하진 않은) 역사적 사건의 기로에 선 사람으로서 무언가에 대해 호소해봤자 누군가를 감정적으로 이끌 뿐이지 남는 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다행히 계엄령은 2시간짜리로 끝났고, 수사는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래.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계엄은 잘못된 게 맞지. 어르신들 마저도 계엄만큼은 아니었다고 난색을 표하는 걸 보니. 피의자 윤석열의 구속이 진행되고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자택에서 경호처와 함께 나오지 않고 있었을 때는 혹시 모를 두 번째 계엄이 또 일어나는게 아닐까도 생각했거든.


다행히 계엄은 또 일어나지 않았다. 사법부가 망가질 뻔한게 문제지만.


나는 부디, 그 폭력시위에 참여했다는, 구속된 인원들중의 절반이 넘는, 그 2030의 남성들과 내가 아무런 접점이 없길 바랄 따름이다. 참담하고 처참했다. 재작년 강간살인사건 피의자인 최윤종이 나랑 동갑이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느꼈던 그 환멸과 당황스러움이 뭔가 유사한 결로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폭동을 저지른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 뭐라고 하려는게 아니다. 보수와 진보는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 쪽이며, 서로의 의견이 대립하더라도 그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카지노 가입 쿠폰가 발전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대립'에 대한 민주적인 최고의 해결책은 '합의점을 찾아 내는 것'에 있다. 한 측이 다른 한 측을 일방적으로 때리면서 말을 들으라고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누나는 내게 답장으로 '도대체 왜 저러는거야?'라고 되물었다. 사법부는 삼권분립의 체제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기구다. 입법이 국회고 행정이 정부라면 사법은 '법원'에 있다. 사법부에 있다가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부부처 관계자로 가는 경우는 봤어도, 입법부와 행정부에 있다가 사법부로 가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국회와 정부는 출마를 하고 지지를 받는 정치활동이라면 사법부는 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판단에 대한 공정함을 위해서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으로 올라가는 항소, 상고 절차가 있으며, 박근혜 시기때의 파면과 관련해서도 8명의 헌법재판관이 의결을 모아 발표했다. 단독적인 판단 자체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한 곳에서 대통령을 구속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리문을 깨고 들어와 경찰까지 폭행하면서, "XXX판사 어딨어!?"라고 외치며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일까. 반복되는 라이브 뉴스를 보면서 나는 계속 생각해봐야 했다. 이 모순의 모순이 겹쳐져 발생하는 폭력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국민 저항권을 앞에다 내세울거라면 포고령이 말카지노 가입 쿠폰 저항조차 처단하겠다는 경고는 왜 옹호카지노 가입 쿠폰가.

자유 카지노 가입 쿠폰를 외치면서 왜 남의 자유에 대해서는 침해하려고 하는가.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디있냐는 말과 중과부적이었다는 말이 양립할 수 있다고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가

완전무장한 계엄군이 입법부에 들어와 의원들의 출입을 막는것이 헌법상 정당하다고 생각카지노 가입 쿠폰가

폭력시위가 해산되고 사태가 정리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옥상과 지하에서 박혀서 두려움에 밖으로 나가지 못한 서부지방법원의 직원들은 당신들이 말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대상이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쟁취하려는게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을 가져오고 싶어서.


사실 사람은 서른이 넘으면 체념이 빨리진다는 특이점이 온다. 어차피 뇌과학적으로라도 20대 초에 뇌가 굳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이 지구에서, 정말 사랑카지노 가입 쿠폰 사람이 아닌 이상엔 내가 누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설득하고 대립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하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되거든. 그래서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구속절차를 밟았다는 30대들을 두고 '너희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아주마'라는 역사적 사명을 띌 생각은 없다.


다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이나마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폭력으로만 바로잡을 수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가 과연 카지노 가입 쿠폰냐고. 일제강점기때는 군화발에 짓밟혀도 만세운동을 했고, 군부독재시대때 시위대에게 들이밀어진 게 비합리로 무장한 총구였음에도 우리는 민주화를 맞이했다. 2000년도 이후부터는 각목과 쇠파이브보다 촛불을 들기 시작했으며, 이번 12.3에는 아이돌을 응원하던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 격발되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함성으로, 피를 보려는게 아닌, 그저 아닌 것에 아니라고 말하는 것으로, 마틴 루터 킹의 "인간은 부당한 법에 불복종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말을 실천하는 것이 여기 한반도 아니었나.


나는 누나에게 답장했다.


- 미안하다. 나도 30대 남성인데 이유를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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