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기의 후기
급기야는 눈발이 날린다. 입원할 때보다 날이 꽤나 쌀쌀해지는 바람에 츄리닝바지1, 태교여행을 다녀온 산모의 필수템-괌이라고 크게 써 있는 회색 반팔 1, 룰루레몬 바람막이 1로는 어림도 없게 됐다. 가지고 온 옷가지 중 수유용 나시와 버리려고 했던 산부용 내복, 여벌 티셔츠를 겹쳐입고선 있는줄도 몰랐던 바람막이의 모자까지 펼쳐 쓰고 길을 나섰다. 점심을 완밥+거대 밤빵까지 조졌으니 인간적으로 이제 좀 걸어야할 차례다. 라고 말한 게 무색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일트 커피는 조리원에서 5분정도 걸으니 금방 도착했다. 여기가 카지노 게임 이었다니. 창덕궁 옆 돌담길이 아니라 여기였다니?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격으로 유명 스팟을 발견해 버렸다. 주말인데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 곳이다. 고소한 크림이 묵직하게 올라간 시그니처 라떼는 꽤나 달아서 비교적 덜 단 크림이 오히려 그 맛을 잡아주고 있다. 진하게 들어오는 킥이 좋았지만 다음에는 '덜 달게' 까지 부탁해보기로.
코로나가 거의 끝나갈 당시 첫째 호돌이가 태어났다. 호돌이는 매우 건강했음에도 일단은 며칠 입원이 원칙이었으니까 + 나는 조리원에 못들어갔으므로 일단 나랑 남편은 퇴원을 카지노 게임 집에 갔어야 했는데. 병원에서 짐을 챙겨 나오는 길에 뭐 먹을지 고민하다가 디타워의 차알에서 배터지에 아메리칸 차이니즈를 먹었었다. 디타워 앞 교보문고에 피었던 4월의 아름다운 벚꽃과 햇살이 호돌이와의 만남의 배경이었다.
동동이가 태어난 날은 내 생일이다. 고작 며칠 차이지만 4월의 따사로움과는 공기가 달랐다.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하늘, 서늘카지노 게임 선명한 공기가 훅 카지노 게임 폐 속으로 들어오는, 며칠동안 미세먼지로 뿌옇던 대기가 맑아지고 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그런 날이었다. 맑은 공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겐 그야말로 선물같은 날, 내 안에서 꾸물꾸물 동동거리던 작은 존재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바람대로 동동인 뱃속에서 충분히 영글어서 건강한 채로, 또 너무 크지는 않게 (예상보다는 훨씬 크지만) 3.7킬로의 아가로 태어났다. 뱃속에서의 하루가 평생 살아갈 아기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양분이라 하니 어느 정도 수준카지노 게임는 잘 커서 나오면 좋긴 하지만 또 너무 크면 낳을때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에 그 황금비율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잘한건 별로 없지만 여튼 운좋게 좋은 비율로 태어났다, 동동.
이제까지는 좋은 공기를 마시거나, 노래를 틀 때 뱃속에 있는 동동이가 좋아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가 됐다는 생각에 아주 약간 쓸쓸하다. 아홉달 동안의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 후련카지노 게임 홀가분하지만, 어딜 가든 함께했던 (심지어 회사도..) 동반자가 내게서 똑 떨어져 나와서 저기에 누워있다. 이제는 짐과 함께 이고 지고 데리고 다니면서 함께 하기로 한다. 조금은 아쉬운 생각도 든다. 남편이 자기를 닮은 아들이 있었다면 얼마나 또 다른 마음으로 기뻐했을까 라는.. 하지만 자매들에게 서로라는 귀한 존재가 생긴것 또한 대단한 일이다. 나에게도 오빠가 있지만, 자매들은 보통 좀더 특별하다니깐.
이제 이름을 짓고, 출생신고와 여권 만들기도 하고, 또 젖병과 쪽쪽이를 시키고... 인생의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기중 하나일 것이다. 다른 어떤 좋은 것도 크게 부럽지 않다. 원래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던 나인데, 거울속의 부은 내 얼굴이 아무리 처참할만큼 못생겼어도 아무리 해도 태가 안나는 뚱뚱한 배와 후줄근한 차림새 (바지 3~4벌과 그나마 배가 가려지는 긴 티 몇개로 임신 기간을 보냈다)가 초라해 보여도 그다지 신경쓰이지 않았다. 제일 좋은 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