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시선 33
지난 주말에 전남 영암에 있는 월출산에 다녀왔다. 긴 겨울이 답답했던 터라 어디든 가자, 싶었는데 산일 줄은 몰랐다. 바위산이라 험하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던 월출산이라니, 장소를 정한 나조차 어이없었다. 어제까지 봄 마냥 포근하던 날씨가 잔뜩 흐리고 간간이 빗발까지 긋는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까짓 드라이브라고 생각하자며 가볍게 길을 나섰다.
등산화, 스틱, 사탕 한 개 준비하지 않고 텀블러에 보리차 한 병 달랑 챙겨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고 날씨도 우중충해서 그런지 산을 오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래도 국립공원인데 왜 이렇게 아무도 없을까 생각하며 한참을 오르는데 앞에서 한 청년이 내려오고 있다.
슬슬 꾀가 났다. 그냥 내려가고 싶다. 옆에서 남편이 피식 웃는다. 내 꼼수가 훤히 보이나 보다. 좀 쉬어가지 싶어 바위에 앉았는데 초록 이파리를 여름처럼 무성하게 달고 있는 카지노 게임 한 그루가 눈앞에 있다. 그러고 보니 올라오는 내내 그 카지노 게임를 본 것 같다. 온통 무채색의 산에 유난히 돋보이는 카지노 게임다. 바로 ‘사스레피카지노 게임’이다. 동백카지노 게임잎보다 더 단단한 잎을 달고 있는데, 앞면이 광택이 나는 가죽질의 잎이다.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무엇보다 처음 들어 본 이름이 시선을 끌었다.
이 카지노 게임가 없었으면 더욱 힘들었을 산행이었다. 카지노 게임가 보일 때마다 어루만지고 이름을 외우며 기대 쉬었다. 월출산에만 유난히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정상까지는 무리다 싶어 구름다리까지만 가자는 암묵 아래 오르고 또 올랐다. 산행에 능숙한 사람들은 엄살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힘을 다해서 올랐다.
월출산, 오래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던 산이다. 바위산이라 아무나 갈 수 있는 산이 아니라는 말을 수년째 들었다. 등산하려면 미리 체력 단련이라도 해야지 다짐한 지도 오래, 그런데 느닷없이 떠오른 산이 월출산이었다. 대책 없이 뭘 믿고 갔는지 모르겠는 이유는 다녀와 며칠을 끙끙 앓았다. 온몸이 욱신욱신, 파스를 덕지덕지,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찍은 사진을 살펴보다가 월출산의 웅장한 바위도, 애써 올라간 구름다리도 좋았으나, 오가는 내내 초록으로 반기던 ‘사스레피카지노 게임’의 모습이 인상 깊다. 자료를 찾아보니 3월에서 4월에 연한 황록색의 꽃이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따로따로 핀다. 꽃에서 나는 향기가 독특하다는데 그리 향기롭지는 않은가 보다. 아마도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겠다. 꽃이 자잘하니 귀엽다. 자줏빛이 도는 검은색에 가까운 열매가 10월에 열린다. 아무래도 월출산에 한 번 더 가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사스레피카지노 게임’는 남부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카지노 게임로, 한국이나 일본, 중국,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꽃말이 ‘당신은 소중합니다’라고 한다. 참 귀한 말이다. 대체로 바닷가 근처에서 잘 자란다는데 어찌 국립공원 월출산에 그리 많은 것인가.
식물이나 카지노 게임, 꽃, 혹은 어떤 사물도 처음 알게 될 때는 사람을 새로 알게 되는 것만큼이나 새롭고 설렌다. 이름을 불러주면서 서로의 관계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름을 모르고 지나칠 때는 알 수 없었던 무심함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유의미하고 밀접한 관계가 된다.
아직 꽃이 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독특하다는 꽃 냄새와, 자잘한 열매도 보지 못했으나 이번에 알게 된 ‘사스레피카지노 게임’는 이제 내가 아는 카지노 게임가 되었다. 많이 보고 자주 불러주며 어느 곳에서 만나든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어루만질 수 있는 친근함이 형성된 것이다.
카지노 게임에 기댈 때가 많다. 그들이 흔들릴 때 나도 흔들린다. 카지노 게임가 성장하는 모습, 휘청이는 모습, 외로운 모습, 시련에 떠는 모습, 넉넉하게 나부끼는 모습, 늙어가는 모습, 품을 내주는 것까지, 언제나 제자리에서 묵묵히 생을 거둔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는 신뢰를 느낀다.
무심히 고개를 든 시선 끝에 우뚝 서 있는 카지노 게임를 보면 뾰족한 마음이 서서히 누그러진다. 들녘에 서 있는 카지노 게임든, 공원의 카지노 게임든, 숲을 이룬 카지노 게임든 빈집에 저 혼자 오래 서 있는 카지노 게임든, 세상 모든 카지노 게임가 있어, 떠도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혼자서 견딘 묵묵한 시간이 카지노 게임의 모든 것이다. 그 견딤의 시간이 있었기에 카지노 게임는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다정한 손을 내밀어 준다. 물론 기꺼이 다가서는 사람에게만 해당할 것이다.
월출산 험한 산등성이 구석구석, 바위틈을 딛고 견디고 또 견디며 건강한 생애를 살아내고 있는 ‘쌍떡잎식물 물레나물목 차나뭇과의 상록 활엽 관목’인 ‘사스레피카지노 게임’와 나는 올해부터 친근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