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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만약 안 되더라도, 선생님은 도전 자체가 굉장히 좋은 거라고 생각해”
3학년이 되어서 처음으로 상담을 받게 되었을 때 들었던 소리였다. 성적으로만 계산한 가내신은 정말 다행히도 191.7이 나와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확신이 없는 어조와 억양, 그리고 말을 통해 나에게 불안감을 다시 조금씩 채워주고 있었다. 사실 당사자인 나도 말로만 털어냈다지 불안을 전혀 떨치지 못했기에, 그저 그런 학생이라고 판단되는 나의 모습에 명확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동아리도 어느덧 3개가 되었다. 상장을 준다고 하는 마음돌봄글쓰기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써서 꼭 상을 받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독서로에 읽은 책의 감상평도 올릴 것이다. 쉬는시간과 점심시간에도 딱 몇 분이라고 공부하려고 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판단될 수도 있겠지만, 처음 시도하게 된 나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버거운 일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내 몸에 깔린 팔의 저린 느낌도 인식하지 못한 채 2시까지 잠을 잤으니, 점점 나의 나약함을 알아가는 년도인 것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점점 튀어야 한다 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 생각은, 1학년 때 가졌던 것과는 연관성이 없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다. 광대짓을 하며 자신의 자아를 드러내고, 그렇게 사람들에게 제멋대로인 학생, 문제 있는 학생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성숙해질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댄스부를 하면서 공부하는 시간에는 잠에 들고, 춤만 추는 학생이 되는 것이 아니라. 토론부에서 논리적인 근거를 드러내는 학생. 취재부의 부장으로써 성실함과 좋은 글감, 좋은 문체를 가지고 있는 학생. 학생회 안전체육부의 부장으로써 리더쉽과 함께 열심히 학교 일에 참여하는 학생. 이런 타이틀을 목에 걸며 학생들보다는 선생님에게 눈에 띄고 싶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나에게 승산이 보이기에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단평가를 실시했을 때에도,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그 결과를 보고 ‘이 학생은 이러한 학생이구만’ 이라는 판단을 두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점점 보여주기 식의 삶을 살아가는 것도 같았다. 이제는 사복이 아닌 교복을 입는다. 예쁘지 않아서 늘 체육시간에는 후드티를 입었던 내가 이제는 그 고추장 색의 체육복을 잘도 입고 다닌다. 지퍼를 목 끝까지 다 채워서 교복임을 확실히 보여주며 말이다. 점점 나만의 개성을 잃어가며 학교에 복종하는 태도, 전에는 거부하며 반항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의 기계가 되어버리는 일에 대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도 같았다. 사회가 원하는 것, 학교가 원하는 것. 그것들을 우리들은 결국 나의 미래와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그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전부다 수용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아리는 아닌데, 그냥 행사나 버스킹 있을 때, 이제 해체한 워리어 대신해서 공연 시간 좀 채워주는 활동이야. 혹시 할 마음 있니?“
이건 어제 들었던 장호민 선생님의 권유였다. 더이상 내 꿈이 묻혀있던 워리어는 활동을 그만하게 되어 아예 자취를 감췄고, 나는 결국 그렇게 원하던 춤의 경험을 아무런 노력없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다고 대답했던 나는, 뭔가 원하는 것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고민들을 떠올렸다. 춤을 추면 안 될 것만 같았다. 학원을 다녀온 후 9시에, 그렇게 모인 학생들의 단톡방에서는 어떻게 회의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단톡방은 점차 조용해지는가 싶으면, 개인 디엠을 통해 나에게 의문과 불만을 털었다. 얘네들 때문에 힘들다던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던가, 이런 건 정해진 적이 없는데 쟤는 왜 저러는거냐 등등의, 나는 알리가 없는 내용들로 말이다. 책을 읽는데, 점점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절대 마음을 뺏기지도, 시간을 잡아먹히지도 않은 채, 춤을 출 때에만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던 나였는데, 결국 다시 그 활동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돋우고 있었던 것이다. 막상 내가 잡고 싶어했던 책과 공부는 그 생각들 속에서 방해를 받아 배스밤이 물에서 부스러기마냥 퍼지듯이 퍼져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는지, 내 진정한 목표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지만 곧 ’너도 좀 놀아!‘ 라는 친구의 메세지의 디엠을 받고 정신을 차렸다. 이 귀한 시간은 공부하거나, 정말 제대로 놀 때 사용카지노 게임 사이트 게 값진 거지, 시답잖은 친구관계와, 화합을 맞추기도 글른 이 팀에서의 활약과 활동에 괜한 기대와 가능성을 걸며 환상에 빠지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부적절함을 느꼈다. 나는 춤을 추고 싶은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진정하게 합을 맞추면서 하나가 되는 것을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 하나가 열등히 튀어서 하나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런 멍청한 학교 팀이 아닌, 통일성을 이뤄서 대중들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완전체였을 때 비로소 빛이나는 그런 모습을 원했던 것 같다. 이런 가능성조차 없는 부실한 팀에 내 신경과 시간을 쏟는 것이 결국 부적합한 일임을, 나는 결국 깨닫게 되어버렸다. 결국 나는 그렇게도 간절히 원하던 춤의 활동을 자진하여 거절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후련했다.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전화를 통해 얻었던 때보다 더. 그 감정이 사회의 기준에 맞출 수 있다는 안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마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애매모호한 상태에서 사회의 기준에 맞춰가고 있다.
”걱정할 것 따윈 없어! 모두들 앞만 보는 거야! 등 뒤는 내가 지켜줄게“
누군가를 만나 하나의 팀을 이루고, 활동을 시작카지노 게임 사이트 일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인 것 같다. 모두가 튀어야 나도 튈 수 있고, 모두가 단정해야 나도 단정해진다. 만약 이 공동체에서 나 혼자 다른 경로를 찾아간다면, 당연히 다른 이들이 꺼려카지노 게임 사이트 존재가 된다. 통일된 팀이 우리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상기시키게 하고, 그것을 통해 학교에서는 그 감정들을 이용해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허가받을 수 있게 되기에 말이다. 가장 흔한 교복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기 시작하고, 성실하기로 유명한 회장이 교복을 차려입으니,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더 교복을 착용하게 된다. 그럼 학교에서는 이 분위기를 끌어 교복 착용을 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벌점을 주겠다는 규칙을 내세울 것이고, 학생들은 ’어차피 나도 남들처럼 잘 입을거니까’ 라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허락한다. 이처럼 마치 우리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 만나고 뭉치며, 정확히는 나라의 지시에 따르는 그 주자의 말에 따른다.
위의 대사는 하이큐에서 나온 대사로, 니시노야 라는, 배구 속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역할을 맡는 학생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키가 작은 사람도 할 수 있는 역할로 주로 뒤에서 공들을 세이브시키는 담당이다. 이 사람은 뒤에서 존재하기에 잘 주목받지 못하지만, 실은 팀 내에서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일을 맡아 한다. 팀원이 놓친 공이 아웃라인으로 나가는 순간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그 공을 리시브하는 것. 그렇기에 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큰 비중을 갖는다.
누군가의 등 뒤를 지켜주는 것, 그렇게 팀원들을 안심시키는 것. 이것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또 다른 역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공동체가 잘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믿지 못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뒤에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의심하여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뿌듯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하나의 경기가 무너지게 된다. 나는 사회에서 이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우리들은 이런 공동체의 본성과 감정을 통해 어떨 때에는 이용을 당하여 배울 수 있는 지식의 단계를 제한받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책 나무에서 나온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 똑똑한 사람 4명이서 공동체를 만들고 나라를 만들어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데에도 공동체의 본성이 큰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끼리끼리 만나는 행위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수준은 조금 높지만, 그럼에도 조금 낮게 평가되는 사람들인 그 누군가는 그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고자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으며 노력하기도 한다. 꼭 공동체라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학교의 독점을 위해서만 조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동체는 누군가를 믿으면서 단단해진다. 나라에서 이용하는 공동체는 늘 뭉침이 있는 만큼 분열도 있기 마련이다. 늘 거짓이 들통나기에 말이다. 그러나 경기에서나 지식의 모임에서는, 거짓이랄 것 없이 서로를 믿으면서 시작한다. 서로를 믿어야 경기에서 승리하고, 더 많은 지식을 배우기에 말이다. 등 뒤에 있는 사람을 믿는 것. 우리가 삶을 살면서도 늘 우리 뒤에 존재할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믿는 것. 남들의 삶에서는 내가 될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사회에서의 진정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지키려고 하는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위해, 지키고자 마음 먹은 나를 위해 서로를 믿고 손을 잡는 것이 바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