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처럼 내게 함부로 다가온 사람은 처음이었다. 마침 얼마 전 누군가와 만나고 있다는 김에게 이런 물음을 전한 참이었다.
"너무 다정해서 겁에 질린 적은 없어? 네가 가진 사랑이 상대에 비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김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사랑에 자신이 있었다. 나는 주방 테이블에 앉아 김과의 대화를 생각하다가 방금 잘 움켜쥔 고백을 펼쳐 보았다. 금세 식어 있었다. 침묵이 만들어낸 긴장과 중단, 호기심이 미약해지고 있었다. 그는 조심성과 조급함이 제멋대로 뒤섞인 사람으로 보였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내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쥐고 온 것이 세상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나는 그동안 누군가에게 진심을 드러내는 인간을 이리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다.
나의 마음을 전달한 적은 여러 번 무료 카지노 게임. 확신으로 가득 찬 자만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언제부턴가 나는 확신 그 자체를 부정했다. 그것은 객관적인 것일 수 없거니와 착각과 아주 사소한 차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강한 믿음이 새로운 방향의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라면 그것이 착각일지라도 우습게 볼만한 것이 아니다.
책방은 11시에 연다. 아침형인간인 나는 이 시간에 일을 시작해 서너 시간 정도 공간을 돌보는 것이 잘 맞았다. 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차려 먹고 집안일을 하고 나올 여유가 무료 카지노 게임. 이상한 것은 삶에 있어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바라지도 않는데 자꾸 스스로를 비난하려 든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고백에 대한 내 대답을 듣기 위해 오늘 중으로 이곳을 찾아오거나 내게 연락할 것이며, 나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꾸짖고 있다. 별다른 생각 없이 책을 정리하고 바닥을 쓸고 손님을 응대하던 지난날들이 간절해졌다. 누군가의 진심을 미뤄둔다는 것에 상당한 부채가 느껴졌다.
지난 연인이던 신을 생각했다. 그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이로 작고 마른 몸에 조용한 말씨를 가졌다. 이따금 그가 사용하는 비유들은 내가 가진 결과 비슷했고 어색하거나 튀지 않아 좋았다. 비유 없이 말할 때에 그가 전하려는 말이 더 흐려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잠들기 전에 비유말하기 놀이를 자주 했다. 비유가 없는 문장은 뱉을 수 없는 규칙이었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의 사랑은 밀랍으로 만든 날개 같은 것이어서 볕을 오래, 강하게 쬐면 녹아 부서지려는 것이라고 했다. 날개를 부정하고 빛을 미워하고 추락을 기꺼이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너무나 식상한 비유니까 이 말은 지워줘. 나는 잡고 있던 그의 손의 뼈가 더 도드라진 것 같다고 느끼며 방금까지 좋았던 그의 비유를 '식상한 비유'라는 그의 표현으로 인해 더 이상 좋다고 말할 수 없게 된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식상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나를 수정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신과 나는 점차 이전의 신, 이전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저 책을 둘러보러 이곳에 오기도 하지만 오늘은 첫손님이 책을 사갔다. 그는 『브람스를 아세요…』를 골라 바로 구매했다. 연애는 자신을 변화시킬 기회라고, 알 수 없는 힘이 내게 불어 닥치는 것 같았다. 언제나 그렇듯 기묘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탐구하고 싶은 충동이 끓어오르고 무료 카지노 게임.
신과 이별하는 순간에 신과 나는 그대로 신과 나였다. 내가 처음 인식한 그에서 지금 마주하는 그가 연속적으로 이어져 신을 이루고 무료 카지노 게임. 이별은 더 이상 그를 연속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침대 끄트머리에서 시체처럼 잠을 자던 신이 이제는 나를 껴안고 잠들게 되었다는 것. 그 이후의 신을 알 수 없어진다는 거였다. 죽음을 선고받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심지어는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죽음보다 슬펐다.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스스로를 달래야 했다.
차를 마시다 입으로 들어온 작은 잎을 뱉어내고 보니 초파리를 닮은 듯 했다. 나는 그것을 손수건 위에 올려두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이 진짜 초파리일 것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차를 타고 가다 길에 있는 물체가 쓰레기임을 확인하고 안도하는 것과는 달랐다.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집으로 가지고 가 소중히 돌볼 수 있을까 의심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소극적인 부류가 되었지만 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준비라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준비를 생각하면 끝도 없이 실행을 미룰 수 있었다.
나는 부채를 덜고 찻잎 쪼가리를 챙겨 나갔다. 우스운 동시에 손쉽게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료 카지노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