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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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지 Feb 24. 2025

그냥 그것

누구도 결백을 원하지 않는다면


바람이 세계를 천천히 쓸어 넘겼다

시간이 단정하게 걸어갔다

소리를 내며

들풀과 시계에 의존해

한참 작은 소리를 내며


모든 얼굴이 환해진다


폐부가 맑아진다


소리 없이 가능한 것들이 몰려온다


카스테라 속에 누운 것처럼

포근하고 따뜻해진다


난 이제 책 모서리를 접지 않아

개가 웃고 나도 웃고 내 앞 사람이 웃는다

내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쉽게 흘리고 쉽게 주웠다


빈손으로 흘러가는 강물은

밤에도 반짝이고 있었다

결백 이전과 이후

그리고 종말 내내


떨어진 귀들이 길바닥에 낙엽만큼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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