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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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연지 Mar 20. 2025

번역할 세계

봉준호, <미키17을 보고

Hey, Mickey!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언제나 있고 어디에나 있다. 죽은 뒤에도 기억과 신체를 연속할 수 있는 복제 기술로 인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죽고 다시 태어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되살리는 이유는 죽이기 위해서다. 한 번의 생애만 갖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대체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죽어도 되기 때문이다.

마카롱가게는 몰락해 가는 지구에서 너무 달콤한 것이었다. 가게 빚을 청산하지 못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무자비한 사채업자에게 전기톱으로 사지가 잘릴 위기에 처하고 지구를 떠나기 위해 ‘익스펜더블’의 삶을 살기로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복제를 택한다. 살기 위해 복제를 택한다. 그러나 그는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무려 열여섯 번 죽는다. 그리고 ‘미키17’이 ‘프린트’된다.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티모’는 지구 어디에서든 죽음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지구를 떠나려는 많은 이들은 불안정한 기후와 경제 탓에 우주선에 탑승한다.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이들은 조종사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요원으로 지원해야 하며 아무런 능력이 없다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처럼 자신을 완전히 물화해야 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삶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며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미키18’과 마주친 ‘미키17’은 죽어야만 했다. ‘미키17’이 죽은 줄 알고 ‘미키18’을 ‘프린트’했기 때문이다. ‘멀티플’이라 부르는 복제인간의 다수는 법에 위배된다. 위반되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몸을 숨겨야만 살 수 있다. 최초의 ‘멀티플’이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멀티플’은 악마적인 것이 된다. 자신의 복제와 마주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다툼한다.

‘17’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고 ‘18’도 '미키'다. ‘멀티플’을 숨기려 스스로를 살해하려는 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그(들)의 애인 ‘나샤’와, 동료 ‘카이’와의 대화를 통해 공존하기로 한다. ‘나샤’와 ‘카이’는 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는 인물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오랜 연인 ‘나샤’는 ‘미키1’에서부터 ‘17’까지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모두 성격이 조금씩 달랐다고 말한다. ‘나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이 죽는 동안 항상 그 옆에서 죽음을 함께했다.

‘17’과 ‘18’은 연속적인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성격과 사고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우주선의 책임자이자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의 지배자 ‘마샬’에게 발각된 후 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모두 소각될 위기에 처한다. ‘마샬’은 지도자로서의 권력만 좇는 자이며 그의 아내가 이를 거든다. ‘마샬’부부는 자신 이외 모든 대상을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으로 나누어 판단한다. 이들은 고민하거나 인내하지 않는다. 이들은 ‘니플하임’의 원주민 ‘크리퍼’ 역시 미개한 종족으로 여기며 몰살하려고 한다. 과학기술은 발전했으나 소통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은 언어가 존재하지 않던 문명 이전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심지어 문명 이전의 사람들에게도 소통의 매개가 있었다.

불통 혹은 단절의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소통의 끈을 붙잡고 있는 이들은 이 세계에서 쫓겨난다. 포클레인이 흙을 뒤엎듯 기계가 신체를 난도할지도 모른다.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면 소각장의 불구덩이로 던져질지도 모른다.



행운의 비둘기

비둘기는 더 이상 행운을 의미하지 않는다. 차에 치여 다리를 다쳤거나 길가의 쓰레기를 쪼아 먹고 있다. 우주선 내 행사인 ‘마샬’부부와의 저녁식사 초대권을 전달하는 이는 ‘행운의 비둘기’다. 비둘기 인형탈을 쓴 이가 행운을 전달하듯 초대된 이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이 장면이 우주선 내에 방영된다. 초대받은 ‘미키17’은 기뻐해야 하지만 방금 막 ‘18’과 ‘나샤’가 단둘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기에 집중할 수 없다. 하지만 ‘미키17’은 자신 앞에 강제로 주어진 행운을 거절할 수 없다. 거절은 지배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으로 오역되기 때문이다.

‘미키17’의 접시에 놓인 건 함께 초대된 ‘카이’의 접시에 놓인 것과 다르다. 익힌 음식처럼 보이지 않는다. 우주선 내 식량 문제로 인해 그동안 제한된 식사를 해온 ‘미키17’은 순식간에 몇 접시나 더 먹는다. 건강과 기능의 효율을 명목으로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철저히 계산된 식사만 허용된다. ‘마샬’은 ‘니플하임’에 도착하면 끝내주는 가족제도를 마련하겠다며 비행하는 동안 섹스도 금지한다. 먹일 입이 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샬’부부는 식사 자리를 ‘카이’의 오랜 동료 ‘제니퍼’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처럼 보이도록 아주 조금 애쓰지만 이들의 본래 목적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유전자를 가진)‘카이’에게 다음 세대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제니퍼’가 ‘카이’의 연인이던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완벽한 ‘니플하임’을 꿈꾼다. ‘카이’는 자신을 재생산의 도구로 여기는 것에 분노하지만 ‘마샬’부부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것은 모두 어리석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해가 결여된 일방의 대화는 식사 자리를 끔찍하게 만든다. ‘카이’ 옆에는 생명의 도구인, 그러니까 모든 것의 도구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앉아 있다.

‘미키17’이 먹은 것은 연구 중이던 ‘배양육’ 임이 밝혀진다. ‘미키17’은 부어오른 목을 쥐고 누워 통증을 호소한다. 요리연구자는 힘들어하는 ‘미키17’에게 알레르기를 잠재울 거라며 또 다른 연구 물자를 들이민다. 누군가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죽기 전까지 실험체로 이용된다. 이후 통증을 억지로 잠재운 ‘미키17’은 몸을 일으키며 말한다. “저녁 식사 감사합니다” ‘카이’는 지구에서 가져온 귀중한 차를 ‘미키17’에게 건네며 그의 소화를 돕는다. 이때 ‘미키17’은 벽에 붙은 ‘제니퍼’의 사진을 발견하고 ‘카이’의 죽은 연인 ‘제니퍼’와 지구는 아득하게 느껴진다. 이곳에 행운은 없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화려한 강요다.



전지전능하지 않은

‘미키18’과 대조되는 ‘미키17’의 겸손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신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러 번 태어난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부활한 존재이며 인간이 겪을 고통을 대신 겪는 실험체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살고 싶었을 뿐인데 죽고 다시 태어나며 인간의 아픔을 짊어지는 존재가 된다. 신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손익의 논리에 의해 이용당하거나 죽임 당할 것이다. 그러니까 신은 이 세계에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인류의 발전을 위한 ‘익스펜더블’의 업적은 역사에 기록되겠지만 그것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삶이 아닌 ‘익스펜더블’의 삶이다. 어떤 기록은 발전을 위한 희생을 정당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키17’은 ‘리프린트’된 자신을 ‘불량식품’처럼 여긴다. ‘크리퍼’가 자신을 먹지 않은 것은 맛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단정한다. 스스로를 물화하는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그가 아는 것은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뿐이다. 그가 무능해 보이는 것은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무지는 ‘마샬’부부의 것과는 다르다. ‘마샬’은 무지를 전복시킬 권력을 가진 자이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무지에서 비롯된 사랑을 품는 자다. 무지한 권력은 무지한 사랑에 패배한다.



크리피한 언어

‘마샬’은 호명하기 위해 원주민에게 ‘크리퍼’라고 이름 붙인다. 기이하거나 소름 끼치는 것을 뜻하는 ‘creepy’에 ‘~하는 사람 혹은 도구’인 접미사 ‘er’을 붙인 것이다. 발견하거나 창조한 것은 지배자의 언어로 명명된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자들을 자신 아래에 둔다. 혐오의 언어를 낳는 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누군가로 표상되는 권력자들은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까? 안전하기 위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복제하고 실험하지만 소통을 거부하는 곳엔 위험이 도사린다. 자신이 행운 그 자체라고 믿는 권력자들은 모든 것을 정복하고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착각 안에 갇힌 자는 소통의 기회를 거부한다. ‘크리퍼’ 몰살은 ‘마샬’은 물론 우주선에 타고 있던 모두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었다.

가족을 되찾기 위해 모여든 거대한 ‘크리퍼’ 떼는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우주선을 둘러싼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소각장에 밀어 넣는 인간의 모습과 대조된다. 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크리퍼’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샤’의 입에 재갈이 물린다. 이 손잡이는 소각장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아기 ‘크리퍼’ ‘조코’와 연결돼 있다. 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연구원이 만든 통역기를 차고 나가 ‘크리퍼’와 소통을 시도한다.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이들과 타자의 목숨을 버리는 이들이 대립한다. 해결방법 또한 다르다. 한쪽은 손쉬운 무기를 사용하고 한쪽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통을 시도한다. 이들은 ‘크리퍼’와 대화를 통해 위험으로부터 벗어난다. 미개한 언어는 없다. 질 낮은 언어는 혐오로부터 태어나는 것이다.



빨간 버튼

‘미키17’은 이제 버튼을 누를 수 있다. 그것은 모두 차량의 결함이었다고 ‘미키18’이 말해줬기 때문이다. 엄마가 운전을 미숙하게 했던 탓도 아니며 ‘미키’가 빨간 버튼을 누른 탓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시스템의 결함이 원인이었다. 죄책감을 극복한 ‘미키17’은 복제기를 폭파하는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지배하는 논리로 인해 죄인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시스템의 결함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소통을 택하거나 소통을 방해하는 것을 부술 것을 택할 수 있다.



괴물에서 크리퍼로

<괴물(2006)에서 ‘괴물’은 이름조차 없는 괴생명체로 이해 밖의 영역으로 묘사된다.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일 뿐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태어났지만 죽임 당해 마땅한 존재다. <미키17의 ‘크리퍼’는 낯설지만 소통 가능한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가 변화된 것처럼 보인다.

시스템에 저항하는 것은 어렵다. 고착된, 거대한 논리를 깨닫는 것은 절대로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미키17’과‘18’을 공존하게 만든 ‘나샤’와 ‘카이’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했다. ‘나샤’의 애정으로 ‘17’과 ‘18’은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연구원 ‘도로시’가 만든 통역기를 통해 ‘크리퍼’와 대화할 수 있었다. 새로운 행성 ‘니플하임’에서 인류도 원주민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선악의 논리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손쉬운 선택을 의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서로를, 세계를 제대로 번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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