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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누리 Mar 28. 2025

깨우기

글쎄. 무엇무엇을 하다가-무엇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음-문학의 길을 선택한 작가들의 산문집을 보면 대개 그런 식이다. '(학교 또는 멀쩡한 직장을)뛰쳐나왔다.', '선택해버렸기때문에 별 수 없었다.' 그들은 어쩐 일인지 계획적으로 옮겨가는 법이 매우 드물다. 배수의 진을 치는 전략인 것인지 전략없음이 전략이었는지는 검증에 어려움이 있으나. 수많은 작가들은 본인을 진퇴의 양난으로 몰아놓고서는 자의와 타의의 합작 아래서 도무지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상태에서 전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기어코 회사를 정리하였다.

*따끈따끈한 소식이다. 25-03-27 목요일부로 본인은 소속없음의 상태에 진입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멋드러지게 먼저 놓아버린 양 보이지만,

회사도 마음이 콩밭에 있는 본인을 서서히 정리무료 카지노 게임 있던 터 였을 것이다.



궤도 밖으로의 다짐은 의외로 글 바깥무료 카지노 게임 결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소속없음의 득과 실을 감내무료 카지노 게임서 쓰겠다는 마음이 100이 들어찬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지병이 한 가지 생겨버렸고,

더이상 소란한 도시무료 카지노 게임 삶을 이어가기가 곤란해졌고,

그러다보니 어쩌면 반짝거리던 선택지들이 소거되어 내게 남은 것은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 뿐이었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것에 비해

그닥 멋드러지지도 우아하지도 않은 연유로

나는 매일같이 같은 분량의 타이핑을 이어가는 시간을 선택했다.



선택의 순간은 짧고 명확했다.

이월의 마지막 주간이었고.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은 과업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수요일에는 엑셀 오백개,

목요일에는 엑셀 사백개였나 아니아니 그 날도 육백개였을 것이다.

여전히 AI의 뒷바라지를 위한 엑셀을 다듬다가

분명 그런 소리가 들렸는데 ..

- 나의 몸과 정신이 더 이상은 매일같이 엑셀 육백개를 볼 수 없다.


그러고 칫솔질과 치실을 야무지게 챙기고는 침대방에 들어갔더랬다.

침대의 가장자리무료 카지노 게임 삐죽빼죽 잘못 튀긴 새우튀김처럼 웅크려 잠을 청하던 그런 순간에

- **펑!**


몸의 구석구석무료 카지노 게임 이상신호가 삐걱이기 시작했고

지난 해 한 해의 절반을 가져가버린 지병의 이력이 번개보다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리고 그날 밤에 몹시 앓았고.

식은땀을 닦아내던 아침에는 이 일이 더 이상은 내 몫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별 수 없이 금요일의 저녁에는 퇴직을 선언하였고

퇴근 후에는 오랫동안 위시리스트 강좌 개설의 알림만 구독하고 있던 <한겨레 작가아카데미의 등단작 입문반을 등록하였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사람처럼

또는 이미 이 순간을 여러 차례 마주해 본 사람처럼

선언과 등록의 흐름은 지체없이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뛰쳐나왔다'

'별 수 없었다'

그런 작가들의 사연을 너무 많이 읽어버린 탓일까.

아니 이런 무모한! 하며 남일처럼 바라보던 사건을 답습무료 카지노 게임 있는 본인을 마주무료 카지노 게임 있었다.


그래그래 별 수 없지.

그 날부터는 퇴직일을 곱씹으며

퇴직인사 메일의 작문에 심혈을 기울이는 서른일을 보냈다.

엑셀을 들여다보는 일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

해야할 것이 끝이 나면 메모장을 열어 퇴직인사 메일 v.1 v.2 v.3 ... (그리고 어제 v.8.2.1 을 작성하였다.)을 갱신 및 경신하였다.



매일같이 퇴직인사 메일을 고치며 지난 업의 여운을 음미했던 탓이었던 건지

마지막이니 과업을 더욱 성실히 마무리하자는 태가 올라왔다.

결국 최종일까지 엑셀 육백개를 피하기가 어려웠고,

그렇게 모니터를 보느라 굳어버린 척추를 간신히 침대에 뉘일 때면

근래 인기를 끌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의 조각본을 귀로나마 들었다.

(엑셀의 여파로 안구가 아파서 책을 볼 수 없었고 내일의 과업을 위해 잠을 청해야 했기에

가정주부들의 오랜 스킬이라는 '드라마 듣기'를 선택하였다.)


드라마를 들으면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를 머릿 속무료 카지노 게임 돌돌 굴렸다.

'폭싹 속았수다'무료 카지노 게임 본 장면인지 스스로 떠올린 장면인지 헷갈리는 것들을 지우고.

하고싶은 이야기를 잠자리무료 카지노 게임 두서없이 지껄였다.

초안을 배설무료 카지노 게임 나서는 무엇이 살아남을 것인가.

어제는 분명 이게 좋아보였는데 오늘은 정말 후지게 보였다.

그렇지만 그마저도 아쉬웠기 때문에 노트에 피곤한 글씨로 기록해두었다.



아무튼 그런 방식으로

바라면 이루어지는 것인지

또는 그럴 수 밖에 없게 스스로 상황을 몰아간 것인지에는 헛갈림이 있지만

퇴직까지의 서른일은 기다림 없이도 나의 앞을 지나갔고.

준비해온 퇴직인사 메일은,준비해왔다는 사실이 겸연쩍은 마음이 들어, 종국에는 발송하지 않은 채.

본인은 어제부로 글로 밥 벌어먹(어야만 하)는 소속없음의 상태에 진입하였다.


이 글쓰는 공간을 개설한 지 십년이 되는 해에..





< 침실무료 카지노 게임 주운 낙서 조각

소설을 본진으로

뻑뻑하게 난 척 하는 마음이 일렁일 때는 본인의 민낯을 드러내는 에세이로


사랑-소망-꿈과 용기를 수호무료 카지노 게임 싶다는 다짐을

글밥에 퀘퀘한 내가 새어나오지 않게 ..

혼자만의 생각일지라도 부끄러울 것이 없어야 한다는 다그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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