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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rgb Mar 03. 2025

빛나는 카지노 쿠폰 바닥

급류, 정대진

<급류를 읽고 얇고 질긴 실같은 인연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작년 급류같던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나를 제대로 보는 게 쉽지 않았다. 꼭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말은 하지 않고 입을 다물던 사람. 무슨 이유인지 농담도, 말도 많이 하는데 진짜 감정은 늘 말을 아끼던 사람이 있었다. 뭔가를 참고 있는 게 보여서, 참지 않아도 된다고 한 번쯤은 말해주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용소 저 바닥까지 감정이 내려갔던 느낌을 기억한다. 밤에 걸었던 한강 물 냄새와 물결에 비치던 아파트 불빛들을 보고 와 예쁘다- 하면서도 울었던 때를 기억한다. 술만 마시면 한강을 걷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계속 그때가 떠올라서 그렇게 못한다.


퇴근을 할 때는 고개를 꺾어서 달이 있나 본다. 별이 있을 때도 있고, 달이 크게 떠 있을 때도 있는데 그 빛만 보면 생각난다. 지금은 잠잠해진 마음이 가끔 씁쓸하다. 내 주위에는 그때 생긴 인연들이 남아있는데 당사자만 없다. 따뜻한 성품을 가진 이 사람들이 나보다는 그의 곁에 더 있어줬으면 한다.


3부의 급류. 10년 터울로 만나는 얇고 질긴 인연을 생각한다. 각자의 성장을 거쳐서 상처를 직면할 수 있을 때,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때, 사람들은 운명이라고 하나보다. 늘 함께 할 것 같던 친언니는 이제 자신의 상처, 질투심, 죄책감 등을 공유할 사람을 만났다. 내가 친언니에게 해주지 못한 역할을 하는 형부에게 고맙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의 용소 바닥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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