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필연의 확률로 변환시켜 드러내는 작업을 AI라고 한다. 자연의 우연을, 인간이 기계적 학습과 추론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에 인공(人工 ; artificial)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신의 술수를 인간이 읽어낸 것이다. 인간이 신이 되어버렸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호모데우스(Homo Deus) 세계다.
신(神 ; god)의 다른 이름이 '우연'이다. 그것도 완벽한 우연을 말한다. 하지만 완벽한 우연도 우연일 뿐이다. 모든 일이 일어날 가능성의 확률이다. 그래서 신은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세상만물, 우주의 모든 존재와 실존들은 이 현상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
나머지는 인간이 생각하는 데로 만들어지고, 그럴 것이다라고 의미를 가져다 붙일 뿐이다. 그것을 인문아리고하고, 물리라 하고, 산다고 한다.
완벽한 우연의 확률을, 양자역학을 통해 결과를 알아냈지만 중간 과정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이, 신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된 바 없으나 현상을 통해 있는 것으로 믿는 것과의 상관관계로 얽히는 것조차 무한화서처럼 번지는 확률의 경우의 수일뿐이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 맞아떨어져 현상으로 보이는 장면을 보고 "어쩌면 이럴 수 있지!"라고 감탄을 한다. 감탄은 감정이 되고 기적을 본 믿음처럼 가슴속에 자리 잡게 된다. 아주 사소한 카지노 가입 쿠폰일지라도 여러 개의 카지노 가입 쿠폰이 겹치면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지난 이틀 1박 2일로가까운 지인 2명과 강원도 봉평에 있는 또 다른 지인을 찾아갔다.
모두들 같이 AI 플랫폼 공부를 하는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다.봉평의 전원주택에서 부사와 홍옥 사과나무를 키우는 농장주이시자 야생화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지인 분께서, 어떻게 하면 AI를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사과밭도 가꾸고 야생화에 대한 지식을 종합하여 책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고심하고 계시는데 연배가 칠순이 좀 넘으셔서 AI 도구를 컴퓨터에 설치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코치해 드리기 위한 여행이었다.
코칭을 핑계로 개나리 진달해 목련꽃 흐드러지게 피는 생명의 현장을 보고 싶은 욕망에 의기투합했다.
봉평에 계신 지인의 동네사람이 운영하는흥정계곡에 잔디밭 넓은 정원이 있는 예쁜 펜션으로 내려갔다. 4명이 모이면서 3끼의 식사는 할 텐데 무얼 준비하고 무얼 사고 해야 하는지는 전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그냥 내려갔다.
그런데 정말 희한하게도 각자 서로 다른 먹을거리들을 준비해 와서 완벽한 식사 한 상차림을 마련했다. 마치 준비물 목록을 자세히 써놓고 "너는 과일하고 밑반찬 가져오고 너는 와인이나 맥주,치즈 등 안주 준비하고 너는 삼겹살 충분히 사 오고, 참 김치찌개라도 얼큰하게 끓여야 하니 집에 김치 맛있는 거 있는 사람은 좀 싸와"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먹는 부심이 모두 다 똑같아서 그랬을까?
4명이 가져온 먹을거리들을 식탁에 올려본다. 와인 3병, 맥주 475ml 4캔, 체다 치즈, 스트링치즈, 딸기, 토마토, 감, 횡성한우 3팩, 상추 및 야채, 소금, 참기름, 라면, 가락국수, 김치 한통, 차, 인스턴트커피가 있다. 각가 가져온 품목 중에 쌀이 빠져서 그렇지,펜션에서하루 저녁의 거의 완벽한 식사 재료들이 갖추어져 있다. 누구에게 뭐 가져오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겹치는 품목 하나도 없이 이렇게 각자 다른 것들을 챙겨 왔을까?
부수적으로 침향 향초도 피워 소고기 굽는 냄새를 향기로 전환시키고 블루투스 스피커도 있어 재즈의 선율로 식탁이 있는 공간을가득 채운다. 기타도 가지고 갔으니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 노래도 MR를 틀어놓고 라이브로 부르고 다 함께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도 불러본다.
이런 완벽한 우연의 확률이라니! 이런 완벽한 호사라니! 이른 아침 영하 5도의 아침공기가 머릿속을 쨍하고 치고 지나가는 명징함까지, 완벽한 우연의 확률은 그렇게 봄의 꽃이 아직 숨어 있는 봉평의 골짜기에 찬 서리처럼 내려와 있었다.
아! 밤새 펜션을 울리던 코 고는 소리만 아니었으면 더욱 완벽했으리라! 코 고는 불협화음으로 지인들의 곤한 잠을 설치게 했으니 송구할 따름이다. 이 또한 우연이 만든 피해 가지 못할 확률의 하나였겠지만, 참고 내색하지 않으신 다른 지인분들께 머리 숙여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