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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희 Jan 28. 2025

카지노 게임 잃은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

잘 카지노 게임? 요즘 어때?

카지노 게임 잃고 몇 개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카지노 게임를 금요일에 보내고 나서, 하루도 쉬지 않고 월요일에 바로 출근했다. 도저히 휴가를 쓸 수가 없었다. 출근을 하면 눈앞에 해야 할 일이 주어지는데, 휴가를 내면 나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었다.내 상사는 몇 년 전 아내를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 주었다.


그저 있어야 할 곳으로 몸을 옮겼다. 아무런 의지도 힘도 없었다. 예전의 나를 흉내를 내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마치 이중인격이었다. 진짜 나는 내 안에 갇혀있고, 카지노 게임를 잃기 전의 예전의 나의 기억이몸을 조종했다. 시간이 되면 일을 하고, 출근해서전과 다름없이 전에 했을 법한 말을 하고 농담을 했다. 내 안의 나는 그런 나를 보면서 괴리감을 느꼈다.


정해진 시간에 이를 닦고, 방문한 엄마가 밥을 차려주면양에 상관없이 전부 먹었다. 체육관에 가서 몸의 한계를 넘어선 운동을 했다. 그러면 잠을 잘 잘 수 있겠지. 남편이하자는 대로 외출도 하고 여행도 갔다. 출장도 갔다.남는 시간에 슬픔을 극복하는 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에서 제안한 모든 방법들을 적어서 하나씩 지워 나갔다. 상담사를 예약하고, 카지노 게임를 잃은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하고, 그야말로 하루를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면서 채웠다.영혼은 없지만 몸은 계속 움직였다. 할 일이 없는 나 자신은 텅 빈 껍데기였다.


몸은 계속 안 좋아졌다. 많이 먹고 많이 자는데도 계속 붓고, 감염에 걸리고, 어지럽고, 관절이 아프고, 신경 이상이 온다. 코피가 난다.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잠을 자면 악몽을 꾼다. 배가 아프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데 누군가 '잘 카지노 게임? 요즘 어때?'라는 말을 하면 모든 게 마비되었다. 나 요즘 어떠냐고? 어떻게 지내냐고? 설명할 수가 없었다.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겉으로 잘 움직이고 있으니 잘 지내는 건가?


어쩌다 해야 할 일이 없어지기라도 하면 또 마비되었다. 태연하게 빨래를 개다가 집에 있던 가족이 외출하면 갑자기 수행할 역할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개어놓은 빨래를 보면서 그걸 제자리에 돌려놓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울증에 걸리면 무기력하다는 걸 그제야 이해했다. 내 영혼은 딸과 함께 일부 죽었다. 나는 죽어있는 상태로 살아갔다.


길을 가다 장애가 있는 카지노 게임를 보았다. 예전 같으면 최대한 안 본 척하고 지나갔을 텐데 너무 부러운 마음에 물끄러미 그 카지노 게임를 한참을 보았다. 다운신드롬 같았다. 카지노 게임를 곁에 둔 그 부모가 너무 부러웠다. 열 살 정도로 보이는데 벌써 저 부모는 카지노 게임와 10년을 보냈네. 좋겠다. 예전의 나는 얼마나 오만한 존재였던가. 그저 운이 좋아서 모든 행복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게 내가 잘나서, 그럴 만해서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을 올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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