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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r Feb 17. 2025

정형화된 카지노 게임 추천 모델의 바깥에서

영화 〈부모 바보〉

카지노 게임 추천7★/10★



두 남성이 있다. 먼저 영진. 그는 현대 미술을 전공했으나 집에서 지지받지는 못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하는 중이다. 친구들이 벌인 대출 사기에 연루되어 전과가 있고 거처 없이 다리 밑에서 출퇴근한다. 같이 현대 미술을 공부한 친구들 중 일부도 영진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지만 그들은 결혼과 취업을 선택해 그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진현은 영진이 출근하는 복지센터의 직원으로 영진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그에게 자신의 집을 임시 거처로 내준다. 진현이 넉넉한 인품의 어른이어서는 아니다. 그는 친구들이 자신을 ‘좆밥 사회복지사’로 무시하는 일에 분노하면서도 수긍한다. 35살인 그는 누가 연봉 4천짜리랑 결혼하겠냐며 ‘좇됐다 싶기는 하다’면서도 영진에게 이 정도면 ‘평타 치냐?’고 묻는 동시대적 남성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주로 영진이 현진의 게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와중에 이뤄지는데, 게임 속 현진은 아마도 약자도 강자도 아닌 애매한 현실의 그와는 달리 조금 더 근사하고 힘이 셀 것이다.



그러니까, 〈부모 바보〉는 시혜와 자선에 관한 영화라기보다는 두 ‘루저’ 남성의 접속 가능성을 탐색하는 영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접속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 현진의 직장 생활은 권위적인 센터장과 ‘까탈스러운’ 여성 상사, 관심과 혜택을 요구하며 센터를 자주 오가는 노인 때문에 고난의 연속인데, 그럼에도 현진은 고시를 준비하다 죽은 동생 때문에 자신밖에 남지 않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꾸역꾸역 일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다. 현진이 영진에게 차라리 기대하는 부모가 없는 네가 부럽다고 툭 던지듯 말한 이유는. 내내 무기력하던 영진의 눈빛이 불타오른다. 화가 난 것 같다. 집에서조차 받아본 적 없던, 현진이 차려준 10만 원짜리 생일상에 감동한 영진이지만 현진의 무심한 말 한마디는 어렵게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를 처음보다 더 멀리 되돌린다.



현진이 다니는 센터의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듯, 온기 없이 말라 비틀어져 관성과 시스템으로만 작동하는 사회복지가 가 닿지 못한 영진에게 현진은 ‘루저 남성’의 동질감과 연민으로 손을 내민다. 즉 군 복무를 매개로 시작된 남성 연대에 기댄 현진의 호의는 실패한 사회복지의 틈새에서 그 본연의 역할을 되찾으려는 듯 나아간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영진을 놓쳐버린다.



영진이 현진의 마지막 말에 모욕감을 느낀 건 현진이 자신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그의 꿈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센터장의 핀잔에도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무언가를 촬영하는 영진은 거처가 없는 상황에서도 진지하게 무언가를 이어가려하지만 현진은 영진이 한 명의 ‘인간’으로서 거듭날 기회에 주목하는 대신 그를 선의의 수혜자라는 수동적 위치에 고정시킨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퍽퍽한 삶이나마 이어가는 현진(‘부모 바보’)은 누군가는 그 부담스러운 기대를 갈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연대하려는 의지와 직업적 소명을 모두 배반하고 만다.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한 상상력이 특정한 방식으로 고정화되어 가는 지금, ‘문제적’인 남성 연대 모델에 기댄 카지노 게임 추천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색하는 이 영화의 문제의식은 무척 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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