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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Mar 03. 2025

⟨카지노 게임 추천 결혼한 남자⟩ 2: 개인적인 단상

존 바우어의 삽화



⟨악령과 결혼한 남자⟩가 내게 흥미롭게 느껴진 것은 세 번째 아내인 가난한 랍비의 딸이 지닌 매력 때문이었다. 가난한 랍비의 딸은 현실을 직시하는 판단력,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할 수 있는 대담성, 말과 침묵이 지니는 힘을 알고 있다. 부자 랍비의 아내가 며느리로 삼고 싶다고 구빈원에 찾아왔을 때, 랍비의 딸은 어머니의 만류에도 '빈자의 삶은 시체의 삶과 같다'라고 말하면서 목숨을 걸더라도 결혼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목숨을 걸고 얻은 결혼계약서만이 모녀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줄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해서이다. 랍비의 딸은, 악령과 대면했을 때, 두려움에 떨면서도 정신 줄을 놓지 않고, 적대자의 심정을 헤아려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길을 찾는다.


랍비의 딸은, 많은 구전설화 속의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강한 호기심과 대담성을 지닌 여성이다. 침실에서 사라진 남편의 행방을 찾아서 사다리를 타고 지하계로 내려가는 것이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일인 줄 알면서도 모험을 감행한다. 지하 세계에서 랍비의 딸은 남편과 악령이 껴안은 채로 침대 위에 잠든 모습을 보면서 질투심을 갖기는커녕 악령의 금발이 바닥까지 늘어져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의자를 가져와 침대 옆에 놓고 머리카락을 올려놓는 보살심을 보인다. 이러한 주인공의 예사롭지 않은 행동은 여러 의문을 품게 한다. 그녀에게 남편의 사랑은 삶의 필수 조건이 아니어서 다른 여성과 공유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닌 것일까? 남편이 결혼 서약을 자신보다 악령에게 먼저 한 이상, 본처의 권리가 악령에게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질투심과 두려움을 잊을 정도로 악령이 아름다웠던 것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녀의 대담성과 넓은 도량은 악령을 물리치고 자신과 남편을 구원한다.


16세기 유럽에서 전승된 설화에서 악령을 물리친 존재가 랍비가 아니라 한 지혜롭고 대담한 여성이라는 설정은 여느 유대 전설과는 다른 것이어서 내게는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유대 설화 문학에서 악령을 퇴치하는 인물은 대부분 영적인 힘과 가부장적인 권위를 지닌 랍비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랍비는 부와 권력을 지녔지만, 악령에 시달리는 아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배 집단의 남자-랍비, 정치 지도자, 학자-는 모두 악령의 힘에 대해 무지하고 무기력하다. 영적 지도자인 랍비의 아들은 악령에 사로잡혀 있고, 정치 지도자의 딸들은 악령에게 무례하게 굴다가 무참히 살해된다. 반면에, 구빈원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죽은 랍비의 딸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빠른 판단력과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읽는 지혜를 지님으로써 악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카지노 게임 추천존 바우어(John Bauer)의 그림, 왼쪽 그림의 제목은 ⟨숲속의 공주⟩이고 오른쪽은 ⟨프레야⟩


카지노 게임 추천 신부의 형상과 태도도 입체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흥미롭다. 우선, 카지노 게임 추천 신부는 사악하고 흉측한 마녀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고, 보석으로 치장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아름다운 미녀로 그려진다. 카지노 게임 추천 신부는 내 브런치북-⟪애니메이션 '유령신부'와 옛이야기⟫의 제3장-에서 소개한 ⟨팔룸부스 사제⟩ 설화 속의 비너스 신을 떠올린다. 랍비의 딸이 '어머니'라고 불러도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을 보면, 비너스와 프시케의 관계처럼 나이 차이가 많을 것 같다. 카지노 게임 추천 신부는 ⟨큐피드와 프시케⟩에 등장하는 비너스처럼 심술궂지 않고, 인간 신부의 행위 때문에 죽게 되었는데도, 복수심을 품기는커녕 그 행위가 경건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서 관용을 베풀고, 남편을 인간 신부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자신을 무시하는 인간은 쉽사리 죽이지만, 자신을 존중해 주는 인간에게는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이다.


⟨악령과 결혼한 남자⟩는 유대인의 집단 무의식이 담겨 있는 이야기라는 느낌을 준다. 숲속 나무에서 출현한 악령, 악령이 빼앗아 간 금반지, 깊은 잠의 수렁에 빠진 신랑, 지하계로 내려가는 사다리 등 이 이야기에는 심리학적 시각에서 볼 때 예사롭지 않은 모티프와 상징이 등장한다. 이 이야기에는 지상계와 지하계에 모두 숲이 존재한다. 숲(forest)은 심리학과 상징학에서 인간의 심층 심리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풀이한다.¹


숲은 마음의 영역이며 여성 원리이다. 시련과 이니시에이션이 벌어지는 곳이며, 미지의 위험과 암흑이 지배하는 곳이다. ⟨암흑의 숲⟩이나 ⟨마법의 숲⟩에 들어가는 것은 경계의 문턱을 넘어서 다른 세계로 들어감의 상징이다. 즉 숲은 혼이 미지의 위험으로 들어가는 것, 죽음의 영역, 자연의 신비, 그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서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영적 세계를 나타낸다. 숲은 영적인 통찰력이나 광명의 결여, 신의 인도를 받지 못해서 암흑 속에서 헤매는 인간을 나타내기도 한다. 숲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은 이니시에이션에서 재생하기 전의 상징적인 죽음을 의미한다.


랍비의 아들은 첫 번째 아내와 두 번째 아내가 첫날밤에 죽은 후 살인자 누명을 쓰고 오랜 세월 신붓감을 구하지 못해서 마음의 고통과 두려움이 무척 컸을 텐데, 세 번째 첫날밤에도 깊은 잠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공원 숲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반지를 빼앗긴 이후, 무의식의 세계 또는 부정적 아니마에 사로잡혀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인물로 보인다.


남편의 침대 아래 구멍에 놓인 사다리도 지하 숲과 연결되어 있어서 무의식과 관련이 깊은 상징물로 풀이할 수 있다. ⟪심층심리학적 꿈 상징 사전⟫(한국심리치료연구소 1997, 241면)에서는 "깊은 구덩이나 우물 안으로 사닥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꿈은 무의식 심층을 탐구하기로 작정했거나 또는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라고 말한다. 상징학자들은 사다리를 두 차원-하늘과 땅, 신과 인간, 어둠과 빛-을 연결하는 상징물로 간주한다. ⟨여자 악령과 결혼한 남자⟩에서 랍비의 딸이 사다리를 타고 지하계로 하강한 것은, 무의식 심층을 탐구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싶다.


만약 분석심리학자가 이 이야기를 읽는다면 어떻게 해석할는지 궁금하다. 여성의 자아(ego)가 자신의 그림자와 무의식의 영역에 잠들어 있던 아니무스를 의식의 세계로 이끈 것일까? 아니면 남성의 자아가 긍정적인 아니마의 힘으로 부정적인 아니마를 극복하고 온전한 자기를 이룬 것일까?




¹진 쿠퍼, 이윤기 옮김,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까치글방, 1996. 14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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