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나기
친구 딸의 결혼식이 있었다. 어지간한 친구라면 계좌로 축의금만 보낼 텐데, 그 친구의 근황을 아는 터라 보고 싶었다. 폐암 판정을 받은 후,방사선 치료를 안 하고, 폐절개 수술 후 김천의 산골로 들어갔다고 했다. 한마디로 자연적인 회복을 바라며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간간이 소식을 전해왔다. 이전에 심근경색으로 스텐트만 3개를 심은 친구인지라 암수술 후의 그의 근황이 자연스레 궁금했다. 스포츠 경기장 1층의 식장은 회랑을 따라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나 또한 과년한 딸애가 있으니 자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이 년여를 먼저 퇴직한 잘 아는 선배 한 분은 이 친구와 같은 병으로 수술 후 유명을 달리했기에 자연치유의 과정과 결과도 궁금했었다. 회랑 복도를 한참을 돌자 그가 모습을 나타냈다. 신부의 부친이니 한참 빼입은 그의 얼굴은 의외로 좋아 보인다. 오히려 살까지 오른 그의 얼굴은 다른 하객들보다 좋아 보였다. 일전에 그의 부친상에서 본 일이 있기에 옆에선 그의 처에게
"병도 다 나았는데 뭐 하러 시골에 놔두세요?"
"데려다 일을 시키세요!" 등의 말로 너스레를 떠니 둘 다 함박웃음을 짓는다.
보기에 좋은 결혼식이었다.
식사를 위해 연회장으로 가니, 몇몇 눈에 익은 사람들이 있어 좌석에 합류카지노 쿠폰. 전에 같이 근무한 직원도 있고, 익히 아는 얼굴들이었다. 혼주인 그와 막역한 사이인 아직 근무 중인 직원에게 몇 마디 물었다.
"얼굴을 보니 거의 완쾌된 거 같아 보기에 좋더구먼!"
"아직 두고 봐야 할 거예요. 3~4년은 지나야 완치 판정이 나올걸요!"
하긴 병이 암이니 그리 쉽게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진 않을 것이다. 방사선 치료를 거부한 그는 폐한쪽을 거의 절개카지노 쿠폰고 카지노 쿠폰. 재활을 위해 근처 황악산 자락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누빈다고 들었다. 덕분에 전의 활기찬 모습을 보일 수 있어 한편으론 대견한 생각도 들었다. 일전에 퇴직을 앞두고 나는 세종에서 그가 있는 김천을 가보려 했었다. 차로 한 시간 거리니 그리 멀지 않아 가려했으나, 피치 못할 일이 생겨 가진 못카지노 쿠폰.
이 친구는 직장에서 만났으나 왠지 친숙했다. 그의 말투나 행동은 고등학생 때 내 짝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아마도 그런 점이 단순한 직장동료 관계를 넘어서 친밀감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정작 이 친구도 학생 때 말썽깨나 부리는 축에 속했다고 한다. 내 짝인 친구도 온갖 싸움에 왈패짓을 서슴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다. 요즘 아이들 말로 '일진'이었다고 하는데 곧이 들리진 않는다. 말투나 하는 짓을 봐서는 삼진 정도가 어울리니 말이다. 나는 희한하게 정반대의 기질인데도 그런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학생 때의 짝꿍인 친구도, 이 친구도 늘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고는 했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어쩔 수 없는 나름의 틀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런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굳어져갔다.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교정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각자의 틀속에서 기질적인 성격을 갖고 나름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사람 사는 모습은 그래서 재미있다. 일생을 번잡한 도시에서 살다가 말년에 건강상의 문제로 김천의 시골로 갔다는 그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말은 나에게 흥미를 돋웠다.
어느 휴일 나는 카지노 쿠폰이 되었다는 그 친구를 찾아 김천으로 핸들을 잡았다. 키로수로는 두 시간이 안되니 갈만했다. 나에게 보낸 주소로는 김천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마침 봄도 완연하니 언듯 언 듯 개나리며 양지쪽의 벚나무도 화사하게 망울을 터뜨리니 기분이 좋았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한참을 오르니 그에게서 전화벨이 울렸다. 그 친구의 말대로 비포장 너른 공터에 차를 대고, 내려서 걷기를 이십여분을 가니 컨테이너 박스를 니은자로 붙인 구조물과 텃밭, 그리고 가꾼듯한 화단도 있었다. 그의 봄볕에 검게 그을린 얼굴이 무척 인상 깊었다.
오느라 고생했다며 부리나케 미숫가루 얼음물 탄 걸 내오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전기가 들어오냐고 물으니 전기 없이 어찌 사냐며 당연 한걸 묻는 나에게 기반시설비용이 만만치 않았음을 토로하였다. 카지노 쿠폰으로 사는 것도 나름의 치열한 준비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 이곳을 내려와 적응하기까지 나름의 어려움을 나에게 토로하였다.
마침 그는 들깨를 털고 있었다. 나와 몇 마디의 대화를 잇다가, 불현듯 도리깨를 집어 들었다. 직접 수확을 한듯한 들깻대가 마당 한가운데 널게 펴놓은 천막용 비닐에 한아름 쌓여 있었다. 오후의 잔볕이 아직은 일하기를 종용하는 듯하여, 그의 깨털기는 꽤나 재밌어 보였다. 한참을 반복하여 둥글게 도는 도리깨를 후려치대니, 그의 이마엔 땀이 맺혀 볕에 아롱대어 건강에 도움을 주겠다 싶었다. 나도 문득 그 일이 하고 싶었다.
"그것 좀 줘봐!"
"보기보다 쉽지 않아! 잘못하면 도는 것에 머리를 맞을 수도 있어."
걱정하지 말라며 그에게서 도리깨를 건네받고, 있는 힘껏 깨를 털어 보았다. 돌아가는 것을 좀 멀리 잡으니 그리 위험하진 않았다. 한번 후려칠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깨가 쌓일수록 재미도 있었다.
"일 머리가 있구먼!"
"이거 재밌다야!"
그렇게 오후의 잔볕이 사그라질 때 즈음 일도 끝나갔다. 땀을 씻어내자니 벌써 어디선가 닭을 잡아 늘어진 놈의 머리를 잡고 들어서더니 닭볶음탕을 해 먹자고 한다. 가만히 보니 한두 번 잡아본 솜씨가 아니다. 큰 양푼의 끓는 물에 닭을 넣더니 털을 뽑는 일하며, 중식도용 칼로 토막을 내는 솜씨가 가히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간장에 고춧가루 갖은양념을 넣는 일도 많이 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큰 솥에서 푹 끓은 닭볶음탕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시에서는 도무지 느끼기 힘든 깊은 맛이 났다. 양념이 고루 배인 국물에 밥을 비벼 한 숟갈 먹자, 허기가 밀려들었다. 말없이 먹고 있던 나를 보고 그는 껄껄 웃으며 말카지노 쿠폰.
“맛이 있나 보네. 뭐든 직접 하면 맛이 좀 달라.”
“이거 집으로 택배라도 보내야겠는데?”
“에이, 여기 와서 먹어야 맛이지.”
닭볶음탕과 막걸리 한 잔으로 저녁이 무르익었다. 간간이 개 짖는 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릴 뿐, 도시는 까마득히 멀었다. 기분이 묘카지노 쿠폰. 마치 오래된 시절의 한 조각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안 심심하냐?”
“심심하지. 근데 그게 나쁘지 않아. 시간은 천천히 가고, 몸이랑 마음이 같이 움직이니까 그게 좋더라.”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처음엔 여기서 오래 못 버틸 줄 알았어. 전기도 그렇고, 물도 직접 퍼야 하고, 아무도 없고… 근데 하루하루 땀 흘리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쌓이더라. 그러다 문득 병도 까맣게 잊게 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몸에 새겨진 병의 흔적은 여전하겠지만, 그 속에서도 자기 삶을 새로이 세우려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날 밤, 그는 내게 따로 이불을 내주고, 나무로 만든 선반 위에 작은 전등 하나를 켜줬다. 밤공기는 쌀쌀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따뜻카지노 쿠폰. 조용한 시골의 밤, 텐트처럼 꾸민 컨테이너 안에서 나는 쉽게 잠이 들었다. 창문 너머로 별들이 또렷이 떠 있었다.
다음날 아침, 그는 새벽부터 밭일을 나갔다.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 커피포트에 물을 끓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들깨 한 봉지와 묵은지 몇 포기를 내게 안겨주었다.
“카지노 쿠폰산이다, 귀한 거야”라며 웃던 그의 얼굴은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차에 오르기 전 나는 그에게 말카지노 쿠폰.
“다음에 딸아이 데리고 올게. 너한테 배울 거 많다고 보여주고 싶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언제든 와. 여기선 시간도, 사람도 천천히 살아.”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벚꽃이 흩날렸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인생의 속도를 조금 늦춘다는 것, 그건 병 때문이 아니라 용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친구는 지금 그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하고도 단단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