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취업 도전기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걷기가 힘들어진다. 일어서 걷기를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사회복지 실무자 과정의 학원강의를 수강키로 했다. 막상 수강 날짜가 되니 연기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자격증을 위한 수강이 아니다 보니 마지막에는 수강을 미루는 원생들 때문에 부득이하게 연기가 되었다고 한다. 2주 후에 어렵게 강좌가 열렸다. 나까지 모두 여섯 명이었다. 현역으로 사회복지기관에서 근무하는 분과 사회복지 봉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등이 있어서 수강은 저녁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였다.
강의를 이끄는 강사분도 현직 직업재활 장애청소년 사단법인을 운영하는 분이고,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중심이다 보니, 학교에서 원론적인 교육을 받을 때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사회복지 현장은 장기 요양기관이 늘어난 만큼 경쟁이 치열해 보였다. 현실은 한 명의 클라이언트를 유치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들은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영업사원처럼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공기관보다 민간기관의 수가 많은 것이 사회복지 현장이다 보니 수익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학원의 수강만으로는 현장의 분위기를 익히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자원봉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사회복지계열을 선택한 것이 과연 내가 잘한 선택일까 하는 회의감도 든다. 젊은 혈기라면 모르는데 나의 경우는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하고 전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분야의 사람들과 호환이 될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좀 더 알아 갈수록 적성에 맞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비가 하염없이 오는 봄날, 4월의 중순 하루가 그렇게 빗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전날 늦게까지 잠을 못이룬 탓에 눈을 떴을 때는 9시를 넘긴 시계를 처연히 바라보았다. 하루의 시작 치고는 예전과 달라진 일상이 가슴에 버겁다. 저녁에 학원 강의를 들어야 하니 준비를 해야한다.
오늘은 문서작성 실무를 한다고 했다. 간단히 세면을 하고 준비운동 삼아 허리를 몇번 휘돌리고 노트북이 있는 책걸상에 앉았다. 한글 파일을 켜고 문서마당으로 들어가 꾸러미를 뒤진다. 일반 기안문의 열기를 누르니 포맷이 열린다.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사무일도 자동화 되어 한편으론 기가 막힌다. 한글 뿐 아니라 파워포인트도 자동디자인 기능이 추가 되어 AI대세가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된다. 무심결에 연금공단에서 모집하는 뇌건강 홍보 강사모집에 응모했다가 덜컥 전화를 받았다. 양성과정이 있으니 집 근처의 성모병원 치매관리센터로 며칠 후 방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동안 쓸일이 없어 열지 않았던 PPT를 열어보았다. 대본이야 쳇GPT에게 10장 정도로 주문을 하니 빠르게 만들어 줬다. 파워포인트에 넣고 템플릿을 찾으려 했으나 맨 우측에 디자인기능이 있었다. 호기심에 누르니 오른창에 각종의 디자인을 입힌 대본이 나온다. 불과 한 시간만에 초등학생용과 중학생, 고등학생용까지 만들어 버렸다. 컬러까지 자유자재로 입힌 PPT를 만드니 프리젠테이션에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 하려는 일이 강의를 빼놓을 수 없으니 설득의 도구인 PPT는 필수인 셈이다. 한때는 공무원로 긴 세월을 보냈고,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것은 몸을 쓰는 일만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방향을 조금 틀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 특히 노인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마음이 끌리고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나도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중이다.
점심 무렵이 되자 창밖의 비는 잦아들고, 봄비 특유의 맑은 냄새가 바람결에 실려 들어왔다. ‘치매 예방’, ‘뇌 건강’, ‘세대 간 소통’ 같은 단어들이 메모지 한쪽에 적혀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런 단어들이 내 하루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낯설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마치 새로운 인생의 초안을 쓰는 느낌이다.
강의 연습을 몇 번 되풀이하다 보니, 어느새 PPT의 장표가 입에 붙고, 말하는 속도도 조절된다. “혹시 내가 강사로 어울리는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예전의 나는 몰랐던 자신감이 조용히 마음 안에 싹트고 있었다.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이 선택은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잠시 책상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촉촉한 공기가 방 안 가득 스며들었다. 비에 젖은 나무들이 신선한 숨을 쉬는 듯했고, 머릿속도 조금은 맑아진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며 오후 일정을 머릿속에 정리한다. 병원에 제출할 서류도 있고, 강의에 쓰일 소도구도 몇 가지 챙겨야 한다. 문득 예전 같으면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졌을 일이 이제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배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내 삶의 연장이자 확장이라는 것.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생각은 '늦었다'가 아니라 '이제부터'라는 말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 나이에 뭘 새로 시작해?”라고 묻는다면, 난 “지금이 제일 빠른 시간입니다”라고 말하고싶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배운 것은, 삶의 계절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 나만의 봄을 시작온라인 카지노 게임 중이다.
저녁 수강을 준비하며 PPT를 다시 열었다. 발표 연습을 하며 모니터 속 아이들 얼굴을 상상해본다. 낯선 공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내가 전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기를 바란다. 실수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진심으로 마주온라인 카지노 게임 자세니까.
하루가 저물고, 책상 위에 남겨진 커피 잔 자국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웃음이 났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지만, 이 흐름이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또 하나의 ‘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삶’이 오늘도 천천히 써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