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주체는 누구인가?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이제는 창작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하며 인간 고유의 활동으로 여겨졌던 예술과 글쓰기, 심지어 학술적 탐구의 영역마저 넘보고 있다. 소설, 시, 그림, 음악은 물론, 최근에는 칼럼이나 논문까지 AI의 손을 거치지 않은 창작물을 찾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AI가 만들어낸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 창작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법적 이슈를 넘어, 창작의 본질과 인간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게 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턱을 괸 채 고뇌에 잠긴 인간의 본질을 조각한 작품이다. 창작은 바로 이러한 사유의 결과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하며 마침내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처럼, 인류는 고통과 시행착오를 통해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AI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등장해 인간의 창작 과정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든 AI는 어느새 창작의 '주체'로 간주되기도 한다.
고민하는 존재는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인간이 아닌 인공의 모델에게 우리의 정신 일부를맡기고 있다. 시나브로 우리의 뇌는 점차 근력이 떨어질 것이다.생각하는 힘은 고뇌한 만큼 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게 우리의 고민까지 넘겨서는 진정한 창의력은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진정한 고민의 흔적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표상이라고 믿고 싶다.판도라의 상자는 한번 열리면 쉽게 닫히질 않는다.누군가 열어놓은 그 상자에 도취해 우리의 혼을 파는 행위는 인성의 퇴보로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나 역시 나름 긴 세월을 살아왔고, 최근 들어 AI의 유용함에 눈을 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하물며 젊은 세대에게 AI는 매우 자연스럽고 친근한 창작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을 것이다. 글쓰기, 발표자료 작성, 엑셀 작업, 심지어 시나리오나 광고 문안 작성까지, AI는 이미 전천후로 활용되고 있다. 그 유용함을 한번 경험하면 되돌아가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성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은 누구에게 속하는가? AI도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것이라면, AI의 산출물은 결국 기존 창작물의 재조합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것은 창작이 아닌 표절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 행위를 전제로 한다. 즉, 법적으로 저작권은 오직 인간 저작자에게만 주어지며, 인공지능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AI가 만든 텍스트나 이미지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신, AI를 도구로 활용한 인간에게 그 권리가 귀속된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이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정교한 문장, 고유한 스타일을 생성해 내는 경우, 인간과 AI 사이의 창작 주체성 경계는 흐릿해지고 있다.
예컨대, 누군가 AI에게 “가을의 정취를 담은 시를 써줘”라고 명령했을 뿐인데, 그 결과물이 문학적으로도 우수하다면, 과연 그 시의 저작자는 누구인가? 명령한 사람인가, 아니면 AI인가? 또는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영역의 창작물인가? 이런 질문은 단지 이론적 고민이 아니라, 실제 출판·광고·콘텐츠 산업에 매우 현실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AI의 편리함이 인간의 창작 태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과거 창작은 고통의 산물이었고, 배움의 과정이었다. 수많은 독서, 반복된 실패, 스스로 써 내려가는 시행착오 속에서 한 편의 글이 탄생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이들은 AI에게 간단한 지시만 내리고, 빠르게 얻은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을 추구하는 태도는 창작의 본질을 훼손시킬 위험이 크다. 특히 학계나 교육 현장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학생들이 리포트를 AI에게 맡기고, 연구자들이 논문의 초안을 AI로 작성하며, 학습과 탐구의 정신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그렇다고 AI의 활용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만은 없다. AI는 인간의 창의적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사고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이 AI와의 협업을 통해 참신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으며, AI는 이제 창작의 파트너로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협업이 의미 있으려면, AI의 기여와 인간의 기여가 어떻게 구분되고 조화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대안적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기존 저작권 제도가 아닌 ‘인접권’ 혹은 ‘출처 명시 의무’ 같은 새로운 법적 개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AI의 산출물이 공공재처럼 사용되되, 이를 활용하는 인간에게 최소한의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자는 방안이다. 둘째, AI를 활용한 창작에 대해 인간의 편집·지시·구성 기여도를 평가하여 권리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는 AI의 도구적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창작 책임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이라는 행위의 중심에 인간의 감정, 경험, 윤리가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AI가 아무리 많은 글을 써줄 수 있어도, 그 글에 ‘진정성’과 ‘삶의 흔적’이 담겨 있지 않다면, 그것은 단지 텍스트의 나열일 뿐이다. 기술이 아무리 진보하더라도, 창작은 인간의 내면과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고유한 표현 행위이며, 그것이 예술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결국 AI와 저작권의 문제는 단지 소유권의 귀속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창작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책임지며, 그 과정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의 문제다. AI는 도구이지, 창작의 주체가 아니다. 그러나 그 도구가 점점 더 ‘주체처럼’ 작동하는 오늘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보다 윤리이며,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편리함이 깊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점을, 우리는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