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토플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일본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서는 토플 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사실 나는 2021년 당시 게이오대학교에 이미 교환학생 합격을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서 가지 못했다.코로나가 풀리고그때 이루지 못했던 못다 한 교환학생의 꿈을마저 이루기 위해서,이번엔 시간도 여유로우니 도쿄대학교로교환학생을 가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게이오대학교의 경우 토익 800이 기준인데,도쿄대학교의 경우 토플 iBT 90이 필요해서토익보다 어려운 토플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거의 7년 전에 쳤던 수능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니 막막하고 뭐부터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수능에서도 영어를 제일 못했다. 학교가 좋아도 내 수능 영어 성적은 2등급이었고 현역 당시에는 만년 3~4등급이었다)
내가 재수를 할 당시 영어단어를 외우며 썼던 공책들이다. 내 영어단어 암기법은 주로 쓰면서 외우는 것이었다. 소위 깜지라고 하는, 막 10번, 20번씩 쓰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어를 여러 번 쓰면서 암기를 했다.
간단하게 내 공부법을 설명해 보자면 1일 차에는 영어단어와 뜻을 쓰고 동시에 다른 한 공책에 영어단어만 쓴다. 그다음 날에 영어단어만 써둔 공책으로 스스로 테스트를 본다. 맞춘 단어는 넘기고, 틀린 단어는 다시 다른 공책에 새로 쓰고 이후 단어장이 꽉 차면 틀렸던 단어만 모아둔 공책을 새로운 단어장으로 외운다.
총 세 번 정도 단어를 쓰는 일이지만 써야 하다 보니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내 경우 항상 아침 시간에 1~2시간 동안은 내내 이 단어 쓰기만 했던 것 같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토플 교재도 구입했지만 막막한 마음에 '토플 공부법', '토플 1달 만에 100점' 등 유튜브에 검색해서 영상을 찾아본다. 영상을 보다 보면 알고리즘이 꼬리를 물고 물어서 각종 영어 공부법부터, 서울대 공부법, 뽀모도로 공부법이니 별별 공부법들이 다 나온다.
카지노 쿠폰 영상들을 보니소위 '깜지'라는 것에 대해서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쓰면서 공부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공부 못하는 애들 특 = 깜지 씀'
'1번 쓸 시간에 5번 읽을 수 있고 읽는 게 낫다'
https://youtu.be/C-NFMuUv59w?si=0aL5pit0IBB1g0N3
깜지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은 내가 잘 챙겨보는이윤규 변호사의 유튜브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다.하지만 그렇게 여러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아 내가 비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있었던 건가?'
'내 카지노 쿠폰이 틀렸구나'
'난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구나...'
하는 불안감과 동시에 내공부법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고 '내 공부법은 틀렸어'라는 명제가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된다.
그렇게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 공부법으로 하다가 조금 안 맞다 싶으면 또 다른 공부법 영상을 찾아보고, 어느 유튜버가 추천해 준 공부법, 어느 명문대생이 추천하는 공부법, 이런저런 공부법을 다 시도하면서 공부의 흐름은 자꾸 끊기고, 능률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가고 공부를 해야지 해야지, 만 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자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냥 내가 했던 방법으로 다시 시간이 오래 걸리든 말든 영어단어를 쓰고 정리했다.
그러자 갑자기, 문득 정말 오랜만에내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모로 가든 서울로 가면 되는데 어디로 갈지, 어느 방법으로 갈 지에 벌써 한 달은 넘게 써버렸고 그때서야 내가 공부법에 얽매여서 시간을 허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좋아하는 러닝도 시작할 때뭐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지알아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냥나가서 뛰었으니까.
이 말고도 우리들은 남들의 의견과 방법론에 휘말려서시작해야 할 것을 못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냥 시작하면 되는데 내가 하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닐까, 누군가 나를 보고 내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비웃지 않을까 하고 시작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