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의 카지노 게임 지성의 종말
예전에도 이야기 한적이 있지만, 생성형AI(혹은 챗GPT, AI에이전트)가 뭔가 생각이 있어서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생성형AI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결과물을 조합(혹은 생성)하는 원리이기에, 그럴싸한 답들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생성형AI의 이러한 기본 원리가 가지는 의미는 딱히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해가는 전형적인 방식인 집단카지노 게임(collective intelligence)이 더 이상은 쓸모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답이 딱히 없는 문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가장 그럴싸한 답이 정답이다(가장 잘 먹힌다) 이를 정치적인 표현으로 “다수결”이라고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집단 카지노 게임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데, 대부분의 경우 정답이 존재(정답이 존재하다고, 답을 반드시 안다는 의미는 아니다)하는 과학 문제들 조차도 다수결로 정답을 결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 수학의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경우, 정확한 답에 대한 과학적 증명(가능 혹은 불가능에 대한 증명)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다수결로 답을 바꿔 버린다거나, 혹은 과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현상(혹은 제품)에 대해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며, 어마 무시한 투자를 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도 한다 (참고: '역대급 사기' 홈스 前테라노스 CEO, 투자자들에 6천억 배상판결). 특히, 과학/공학의 문제에 대해서 고만 고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집단카지노 게임의 그럴싸한 (그렇지만, 비과학적인) 결과물은 오히려 독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럴싸한 답을 찾기 위한 집단카지노 게임은 여전히 유효하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정답이 없는 문제들에는 미술, 음악, 맛, 기호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의 선호에 관한 문제들도 있지만, 기업의 비지니스 전략이랄지, 마케팅 전략같은 집단의 의사결정 및 대중 심리의 문제들도 포함한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카지노 게임이 나름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잘 수렴해야 하는데, 원래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예측 불허인지라,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그리 만만하지 않다. 더구나, 이러한 정형화 된 과정(단체 미팅, 테스크 포스(TF; Task Force), 아이디에이션, 브레인스토밍 등)들을 거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정답 도출을 장담 할 수 없다. 물론, 애초에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한 답을 도출 하는 것이었으니 정답을 도출해 난다는거 자체가 불가능 하겠지만, 필자가 집단 카지노 게임에서 말하는 정답은 그럴싸한 답을 의미 한다. 다양한 인간들의 그나마 그럴싸한 답을 정답으로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바로 소셜스킬(social skill)이고, 그렇기에 기업해서 필요한 것이 리더쉽(leadership)이니, 협상력(negotiation)이니 하는 것들로, 경영 대학원에서 집중해서 가르치는 분야들이다.
경영 대학원에서 리더쉽이나 전략(strategy)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하는 집단 활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아이디에이션(Ideation)이다. 굳이 아이데이션이 아니더라도, 전략, 협상, 리더쉽, 인사, 혁신와 같이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할 때, 다수가 모인 집단 활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집단 활동의 주된 목적은 비지니스, 경영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집단 카지노 게임으로 해결하고자 하는데 있다. 경영 대학원에서 이러한 집단 활동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는 "한명의 머리보다 여러명의 머리가 낫다"는 집단 카지노 게임의 우월성에 기인 한다. 하지만, 필자는 평범한 머리의 집단 카지노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평범한 머리가 아무리 모여서 그럴싸한 정답을를 내봐야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식으로 이야기 했다가는 리더쉽, 전략, 인사, 혁신등의 분야로 밥벌이 하는 전문가들에게 욕을 먹겠지만, 양자역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이들이 아무리 모여서 양자역학 기술에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필자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양자 역학 분야에서 아무리 보편적인 지식을 조합해서 그럴싸한 정답을 내봐야, 양자 역학적 지식이 없다면 그런 대답들은 그럴싸한 아무말 대잔치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이쪽 관련 경영대 교수들은 집단카지노 게임을 이용하기 위한 집단 활동을 중요한 기술이라고 주장 하고, 이러한 집단 카지노 게임을 필요한 인간 관계에 대한 기술들(소셜스킬, 리더쉽, 협상력등)을 중요한 능력 내지는 가치로 여겨왔다.
생성형AI(혹은 챗GPT 혹은 AI에이전트)의 발전은 이러한 집단 카지노 게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인간적인 기술들이 더이상 무의미 해게 만든다. 이미, 생성형AI 학습을 위해 사용한 데이터는 왠만한 집단에 발현되는 집단 카지노 게임보다 훨씬 뛰어나다. 더구나, AI에이전트는 이렇게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인간들의 입맛에 맞게 정리까지 해서 알려준다. AI에이전트(혹은 생성형AI)의 등장으로 평범한 인간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 한답시고, 혹은 정답 없는 문제에 정답을 찾는 답시고, 몇 시간, 몇 일 동안 진행하는 집단 카지노 게임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전혀 필요 없게 되었다. 바꿔말해, 집단 카지노 게임의 발현을 위해 필요했던 인간을 다루는 기술들이라든지, 집단카지노 게임을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복잡한 과정들 자체가 필요없다. 적당한 질문을 던지면(이런걸 생성형AI에서는 프롬프트라고 칭한다), (학습 데이터의) 다수결에 의해 가장 인기가 많고 그럴싸한 답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세상을 살다보면, 정답(혹은 진리)이 있는 문제들 보다는 정답이 없는 문제가, 절대적인 선과 악의 문제들 보다는 선호나 기호와 같은 감정의 문제들이 훨씬 많고, 이런 질문들에 대한 그럴싸한 정답들 또한 사실과 논리적인 기반한 정답 보다는 심적 안정과 믿음을 주는 정답을 원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다 못해,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까? 내일 아침 어떤 옷을 입을까와 같은 문제들이 지구는 왜 공전하는가? 자동차의 자동 변속기는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가?와 같은 문제들 보다는 훨씬 더 자주 접하는, 딱히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고, 이에 대한 정답(?) 또한 개인의 선호나 취향에 따라 원하는 답이 달라지는 것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AI에이전트는 그럴싸한, 그리고 때로는 정답에 근접에 그러면서도 사실(fact)에 기반한 믿음직한(하지만, 진짜 정답임을 담보할 수 없는) 답을 줄 수 있다. 마치, 아이언맨의 토니스타크가 자비스에게 질문 하듯이, 여러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듯이 AI에이전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 된다. 그리고, 이때 즈음엔 집단 카지노 게임을 위해 필요한 인간관계에 대한 기술이나, 집단카지노 게임 발현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은 더이상 필요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