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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샘 Apr 04. 2025

남편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되었다

4월 3일 주제 - 변신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는 자신이 흉측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첫 문장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누구나 알 것 같은 이 소설 속의 주인공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던 가장이었다. 그런 가장이 하루아침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되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슬퍼하고 그를 걱정했지만 꽤나 빠르게 손절하는 모습으로 변신했다. 그레고르의 변신부터 가족들의 변신까지. 이 소설은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8, 9년 전쯤 동네 엄마들을 모아 ‘책맘’이라는 독서토론 동아리를 운영한 적이 있다. 꽤 재미있는 책들을 읽고 제법 진지하게 속마음들을 털어놓으며 삶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때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토론하면서 엄마들이 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우리 토론의 주제는 ‘남편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변신한다면 어떨까?’였다.


돈을 벌어다 주며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남편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변신한다면, 굳이 그렇게 비현실적인 느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약 무슨 불치병이라도 걸려 돈벌이는커녕 병수발이나 들게 하면서 돈만 쓰게 한다면, 남편을 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 제각각 다른 엄마들의 답변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사랑이라는 뜨뜻미지근한 감정이라도 남아있는 엄마는 미안해서 차마 못 버릴 것 같다 했지만, 남편에게 진절머리가 난 어떤 엄마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당장 에프킬라를 뿌리겠노라고 선언했다.



왜 하필 오늘 주제가 변신일까?


난 어젯밤에 부부싸움을 했단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진짜 남편 놈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보인다. 부부싸움의 시초는 항상 그렇듯 시시하고 유치하고 그래서 어이없다.


내가 물었다.

“자기야, AI를 너무 전적으로 믿으면 안 되는 거 알지?”

나는 어제 있었던 챗gpt의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말해주고 깔깔대고 웃으며 ‘좀 조심해서 사용해야겠네’라는 결론을 내리는 가벼운 담소를 나눌 생각이었다.

그. 런. 데.

저 말을 들은 남편 놈의 질병이 도져 급발진을 하면 성질을 버럭버럭 냈다. 그러더니 혼자 결론을 내버렸다. AI는 너무너무 훌륭한데 그걸 사용 못 하게 하는 너는 아주 한심하고 나쁘단다. AI를 사용하지 못하게 할 생각도 없었지만, 작금의 현실이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사용을 안 할 수 있는 현실인가? 내가 사용하지 말란다고 지가 듣기나 할 것인가? 말도 안 되는 그의 발작에 기도 안 차서 아후 저 또라이라고 욕을 해주고 방에서 나왔다.


아, 나의 실수다. 남편의 질병을 깜박했다. 그의 병은 그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 어떤 객관적인 평가도 듣지 못한다는 거다. 결혼하고 그 문제로 지긋지긋하게 싸움을 했는데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애플사, 민주당, AI. 남편에게 저것들은 종교다. 농담이라도 문제점을 말하면 발작을 한다. 발작을 하는 저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에프킬라 한 통을 다 뿌려버리고 싶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아니다. 로렌스 데이비드의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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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의 주인공 이름도 그레고리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그림책이란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그레고리에게 약을 뿌릴까 말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변한 그레고리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일까 사람일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애플의 아이폰, 챗gpt와 사랑에 빠져 발작을 하는 저 놈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일까, 사람일까?

지금 자고 있는 저 남편 놈에게 에프킬라를 뿌리면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오겠지?

뉴스에는 존경받을 일, 축하받을 일로 나오고 싶으니 꾹 참아야겠다. 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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