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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주 Feb 01. 2025

소년이 온다, 흰

책 읽는 우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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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 그때도 메리제인 슈즈가 유행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노란색 메리제인 슈즈에 카키색 플레어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를 입고 명동성당에 갔다. 일이 있어서였다. 그날 J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종로에 갈 일이 없느냐고 물었다. 딱히 없다고 하니 부탁이니 함께 가자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와 함께 가면 불신검문을 피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머리숱이 많고 길이가 좀 길었던 J선생님은 곧 걸음을 멈춰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내 핸드백도 경찰은 확인카지노 게임 사이트. 다행히 건성건성으로 뒤져보고 J 선생님에게가도 좋다고 말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런 시대에 살았다. 아직 광주 민주화 운동은 그냥 광주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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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학교 교사연합회 연수를 받으려면 명동성당에 가야카지노 게임 사이트. 1학년 5월인지, 2학년 5월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만남의 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꼬스트홀 1층엔 광주의 진실사진전을 하고 있었다. 흑백의 사진은 내가 티브이에서 봤던 게 진실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사진을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다. 너무 잔인해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이것이 인간이다를 확인하는 게 비참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진의 대부분은죽은 사람들이 나란히 누워 있거나 태극기에 싸여진 관이었다. 점령군처럼 그들 옆에 서 있는 군인들이 기다란 총을 허리에 대고 서 있었다. 내 또래의 젊은 여자의 가슴팍에 흥건히 적셔진 피, 흑백 사진인데도 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관속에는 사람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직사각형의 박스를 태극기 모양의 포장지에 싼느낌이었다.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미안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냥 사진 속의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이 갈리는순간들이 박제된건데, 나는 스쳐지나가는 사람에 지나지 않다니. 정말 미안카지노 게임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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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몹시 지쳤다. 나는 엄마인데 아직 어린 엄만데 억울한 게 왜 그리 많았는지.문득 광주에 가고 싶었다. 나하고 무엇 하나도 접점이 없는 광주, 그러나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방관자로 살았던 사람으로서의 미안함, 한 번은 가야 할 것이라고 늘 생각했었기 때문에 광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그리고 금남로의 한 여관에 짐을 풀고 시내를 다녔다. 저녁이라 광주는 반짝반짝카지노 게임 사이트. 십 년 전에 그런 비극의 역사를 가진 곳 같지 않았다. 올림픽을 치르고 한껏 세계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리고 비극의 역사를 지닌 국가의 이미지를 씻어내고 있을 때였다. 사진전에서 사진을 훑어보고 전시회가 열리는 장소를 나온 것처럼 나는다음 날 오후에 그곳을 떠났다. 억울해서 광주에 갔는데 그곳에 사는, 그들이얼마나 억울한 세월을 보냈을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얼마나 복에 겨운 투정을 하며 살고 있는지. 내가 돌봐야 할 아이에게 돌아가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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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는 성실하고 똑똑했다. 들어가기 힘든 서울대 의대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그는 누나와 함께 열심히 아주 열심히 시위에 가담했다. 내가 그를 걱정했더니 80년에 그는 광주에살고 있었고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고 했다. 시내에 살고 있는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의 구호와 총소리, 절대로 밖에 나가면 안된다고 말하던 어머니의 잔소리. 아직 살인마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 죽은 사람들의 외침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했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가 흥분하며 이야기했던 그때 광주에 살았을 때의 기억을 내가 부풀려 지금도 되새김하고 있는 줄 모르겠다. 그는 지금 정형외과 의사가 되어 있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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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동두천의 기지촌에서는 윤금이라는 여성이 미군에게 잔혹하게 살해당카지노 게임 사이트. 항문에는 우산이 꽂혀있어 직장까지 26cm 깊이까지, 성기에는 코카콜라병이 꽂혀 있었다. 온몸에 가루세제를 뿌려놓은 그녀의 시체는 세를 준 집주인에게 발견되었다. 사람들은 이방인의 손에 처참하게 죽은 여인으로 분노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양공주 하나 죽은 거로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 게 있느냐고 목소리를 냈다.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위해 침묵하라고 강요하면서. 윤금이라는 한 여자, 그녀도 인간인데, 인간에 대한 동정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 그러고도 네가 인간이냐, 라는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자괴감을 느낀다. 사람을 향한 궁휼의 감정이 없다면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야만의 시대는 저물지 않았다. 우린 학살자의 시간에서 언제 깨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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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지금 살아계신다면 89세다. 엄마는 전쟁을 모른다고 했다. 너무 어려서. 돌아가신 아버지도 전쟁의 기억이 없다. 그냥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을 알았다고 했다. 아버진 소년병으로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았다. 지금 전쟁의 기억 때문에 '빨갱이'를 말하는 사람의 위선을 나는 혐오한다. 빨갱이에 대한 기억도 없는 사람들이 빨갱이를 외치며 마치 자경단처럼 살의를 갖고 사람들에게 욕을 하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은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두번째 읽는데도 먹먹했다.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을 덮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 갠즈스 강에서 죽고 싶어하는 사람을 등에 업고 걷는 오쓰의 한 걸음, 한 걸음의 무게감이 '소년이 온다'에서도 전해진다. '인간이 이렇게 슬픈데 주여, 바다는 너무나 푸르릅니다.' 엔도 슈사쿠의 비문에 적힌 문장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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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에 갔다. 아우슈비츠로 가던 길은 흰 안개가 자욱했다.붉은색 벽돌의 건물여러 동이 주변이 황량한평지에 세워져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방 하나하나의유리벽 안에 물건이 있었다. 머리카락만 있기도 했고안경만 쌓여있는 곳, 가죽 서류가방 등 각종 가방만 아무렇게나 가득한 벽면, 신발들이 제 짝을 잃고 크기가 각각인 것들이 모여있는 곳. 나중에서야 그 물건이 죽어간 유태인들의 유품이라고 했다. 피부 돌기가 오돌토돌 올라왔고 털이 곤두섰다. 겨울이기도 했지만 피부 안으로 스며드는 한기로 옷을 여몄지만 차가운 기운은 가시지 않았다. 가스실은 크지 않았고 소각장에선 살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나치가 수많은 유태인을 죽인 현장에서 나는 온 신경이 곤두서는 긴장감을 느꼈다. 소각실을 지나는데 비명이 들리는 듯도 했다. 사진을 찍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흰 형체를, 알 수 없는 무늬가 찍혀 있었다. 빛이 아니었다. 흡사 연기와도 같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빛이 들어간 거라고 하는 말에 '그렇겠죠?'하고 고개를 갸웃하다 결국사진을 지웠다. 어쩌면 그곳을 맴도는 영혼이 내 카메라에 담긴 건 아니었을까. 가끔, 아주 가끔 지나치는 인가의 마당에 십자가가 보였다. 교회에도 십자가와 비석이 세워져 져있었다. 장 아메리가 떠올랐다. 수용소에서의 기억으로 평생을 고통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스트리아의 작가, 마르고 섬세했던 김진수씨와 겹쳤다. '소년이 온다'를 읽는데 문득 22년 전에 아우슈비츠의 풍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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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에 계엄령이 발표되었다. 그날은 1월에 하기로 한 연극 공연을 25년 5,6월에 하자는 결정을 내린 날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티브이를 보는데 비현실적인 내용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드라마인가? 현실 맞아? 독립한 딸에게 전화카지노 게임 사이트. 집이니? 얼른 집에 들어가. 계엄령이 내려졌어. 여자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거야. 집에서 나올 생각도 하지 마. 전화를 끊고 여의도로 달려가야 하나, 차 키를 들었다가전철을 타고 가야 하나 집안을 서성거렸다. 손발이 떨렸다. 화재에 불타는 광주 MBC의 화면이 떠올랐다. 폭도들이라며 시민들이 투석하는 것만 보여주는 화면이 떠올랐다. 군인들은 보여주지도 않았다. 총을 쏘고 몽둥이로 사람들을 패는 군인들은 화면에 한번도 비춰주지 않았다. 그러다 화면조정으로 넘어가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진실은 화면 속에서 이야기로 만들어졌고 세상에 나온 이야기는 온통 거짓이었다.그런 날이 또 오는 것인가. 잠을 이루지 못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게 현실인가, 꿈인가. 왜 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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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그토록 힘들게 페이지를 넘기던 책 두 권을 조용한 집에서 무겁게 페이지를 넘기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우두커니 눈발이 날리는 걸 지켜봤다. 그때도 눈이 부신 낮이 있었고 잠을 청하는 밤이 있었을 터인데 그들은 어떻게 견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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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신 후, 염의 순간에 돌아가신 엄마의 시신은 유난히 희었다. 원래 흰 피부에 혈색까지 없으니 더더욱. 엄마는 평화롭게 누워계셨다. 늘 엄마의 염색을 내 손으로 해드렸기 때문에 마지막 가시는 길의엄마의 머리카락은 내가 정돈해드리고 싶었다. 염장이에게 빗을 넘겨받아 엄마의 머리카락을 빗으로 빗겨드렸다. 잠깐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진 것도 같았다. 엄마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빗겨드리고 두상 밑으로 한움큼 쥐어 쪽을 진 것처럼 가지런히 해드렸다. 그렇게 엄마를 보내드렸다. 엄마를 싸고 있던 수의의 흰 빛이 유난히 희어 보였다. 슬프지 않았다. 흰 색이 지닌 의미, 이제 엄마가 이 복잡한 색깔의 세상에서 살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다 싶었다. 책을 덮고 동호가 정대가 영재가 정미가 슬프게 했는데 김진수씨가 임선생이, 동호의 둘째 형이, 동호의 엄마가나를 더슬프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살아남은 사람의 고통은 죽음에 이르는 고통보다 삶을 더 꿰뚫어 짓이기고 헤집고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의 슬픔이 죽은 이의 고통과 억울함보다 못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 살 떨리는 경험, 계엄의 트라우마로 깨운 우리 역사의 비극을 다시 마주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년이 온다 중에서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 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 보지 않을까. 강당을 나서기 기직전에 너는 뒤돌아 본다. 혼들은 어디에도 없다. 침묵하며 누워있는 는사람들과 지독한 시취뿐이다. p13

이상하게도 나는 혼자였어. 그러니까 혼들을 만날 수 없는 거였어. 지척에 혼들이 이아무리 많아도, 우린 서로를 볼 수도 느낄 수도 없었어. 저 세상에서 서만나자는 말 따위는 의미없는 거였어.p47

눈을 감을 을수 있다면. 수십개의 다리가 달린 괴물의 사체처럼 한덩어리가 된우리들의 몸을 더이상 들여다보지 않을 수 있다면. 깜빡 잠들 수 있다면. 캄캄한 의식의 밑바닥으로지금 곤두박칠 수 있다면.p54

그때 알았어. 우리들을 여기 머물게 했던 게 바로 저 살갗과 머리털과 근육과 내장이었다는 걸. 몸들이 우릴 끌어당기는 인력이 빠르게 허약해지기 시작했어. 덤불숲 사이사이로 물러나 서로의 그림자를 스치고 기대며 어루만지던 우리들은, 우리들의 몸에서 뭉클뭉클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타고 단숨에 허공에 솟아올랐다.p62

어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p77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그녀는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치욕스러운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지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가고팠다. 지난 오년동안 끈질기게 그녀를 괴롭혀온 온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p85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어서 먹선으로 지워진 넉줄의 문장들은 그녀를 기억카지노 게임 사이트. p95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p96

군인들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상한 건, 그들의 힘만큼이나 강렬한 무엇인가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p114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 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을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리는 깨지지 않는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 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p130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는모든 이들이 인간이라는 것을.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선생도 인간입니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입니다.p135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ㅣ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p135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야 합니다. 심장을 누르듯 가슴 왼편에 오른손을 얹고 나는 걷는다. 캄캄한 도로 가운데에서 얼굴들이 어슴푸레 빛난다. 살해된 사람들의 얼굴. 내 가슴에 대검을 박어넣은 은살인자의 공허한 얼굴.p211


<흰 중에서

지난 여름, 내가 도망치듯 찾아든 곳이 이지구 반대편의 어떤 도시가 아니라, 결국 나의 내부 한 가운데였다는 생각이 들만큼.p27

모든 것이 경계 안쪽에서 숨죽이고 있었다.p27

숨을 참으며 다음 안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이 한번 죽었었다. 이 나무들과 새들, 길들, 거리들, 집들과 전차들, 사람들이 모두.p30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p59

인도유럽어에서 텅빈 blank와 흰빛blanc, 검은 black, 불꽃flame이 모두 같은 어원을 을갖는다고 그녀는 읽었다. 어둠을 안고 타오르는 텅 빈 흰 불꽃들.p81

어떤 기적들은 시간으로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이아니다.p83

지금 이 도시에서 그녀가 통과하는 는시간은 그렇게 흰 밤일까. 혹은 검은 낮일까. 묵은 고통은 아직 다 오므라들지 않았고 새로운 고통은 아직 다 벌어지지 않았다.p96

언니, 라고 부르는 발음은 아기들의 아랫니를 닮았다. 내 아이의 연한 잇몸으로 돋아나던, 첫 첫잎 같은 두 개의 조그마한 이.p127

자작나무 숲의 침묵 속에서 당신을 볼 것이다. 가을 해가 드는 창의 정적 속에서 볼 것이다. 비스듬히 천장에 비춰진 광선을 따라 흔들리는, 빛나는 먼지 분말들 속에서 볼 것이다. 그 흰, 모든 흰 것들 소겡서 당신이 마지막으로 내쉰 숨을 들이마실 것이다.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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