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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PLS 이혜령 Feb 12. 2025

카지노 게임 남긴 감정의 흔적, 애도의 윤리를 다시 묻다

김관욱ㆍ김희경 외,『달라붙는 감정들』

사회적 카지노 게임는 단순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다. 그것은 집단적 기억 속에서 뒤엉켜 반복되며, 우리 몸과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달라붙는 감정들』에서 의사와 연구자 등 다섯 명의 인류학자로 구성된 저자들은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휩쓴 세월호 카지노 게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코로나19, 이태원 카지노 게임로 형성된 정동의 계보를 추적한다.


정동이란 “‘말문이 막히다’, ‘몸이 얼어붙다’, ‘속이 타들어간다’와 같이 물리적 신체와 뒤얽힌, 인간을 존재하게 만드는 생명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힘을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개념”이다. 이 책은 카지노 게임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를 목격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새겨진 감정적 층위를 분석하며, 한국 사회가 어떻게 무관심과 무기력을 학습해 왔는지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세월호 카지노 게임와 코로나19 확산과 이태원 카지노 게임는 각각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우리 기억 속에 서로 뗄 수 없는 일들로” 엉겨 있다. “우리는 모두 TV나 포털을 통해 일상의 시공간에서 카지노 게임를 목격했고, 그 경험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겼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으며, 무엇을 앗아갔을까?


책에서 저자들은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정동으로 ‘무관심’과 ‘무기력’을 꼽는다. 우리는 충분한 애도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카지노 게임가 반복되는 것을 목격했다.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반복적으로 좌절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학습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무기력은 사회적 감각으로 자리 잡으며, 카지노 게임조차 점점 ‘개인의 문제’로 환원된다.


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피해자의 감정을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낙인찍으며 차단하는 구조가 있다. “‘감정적’이라는 말은 이성의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이른바 ‘이성적이지 못한 상태’임을 탓할 때 자주 사용된다.”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과격한 반응’으로 규정되고, 피해자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사회적 애도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채 억눌린 감정은 정동적 진공 상태로 변하며, 결국 사회 전체가 무력감 속에서 표류하게 된다.


책은 의료 체계에서의 ‘기다림’을 중요한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의료 체계의 기다림은 단순한 서비스의 문제를 넘어, “시민과 순응적 주체를 오가는 과정”이다.”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는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체제의 처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으며, 이는 돌봄과 권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저자들은 이러한 기다림이 개인의 무기력함을 학습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기다림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무심함의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정부의 지침을 충실히 따랐던 정유엽 군이 의료 시스템의 무관심 속에서 목숨을 잃은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의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만일 욕을 하고 난리를 쳤더라면, (...) 우리 아들이 살지 않았을까.” 시스템을 신뢰하고 지침을 따랐던 사람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되었고, 이는 사회 전체에 깊은 ‘도덕적 상처’를 남겼다. 저자들은 이러한 사례가 개인의 비극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트라우마’로 전이될 위험이 있음을 경고한다. 반복되는 배신과 무시는 사람들을 점점 더 순응적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를 ‘체념’이라는 정동 속에 가두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 인상적인 논의 중 하나는 애도의 결락이다. 유가족들은 슬픔과 분노 외의 감정을 허락받지 못한 채 ‘진짜 피해자다움’을 강요받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순간 ‘정치적 행위자’로 낙인찍혔다. 국가가 애도의 시공간을 통제하면서 피해자를 “‘마약 사용자’, ‘놀러 갔다 죽은 사람들’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구조는 이를 더욱 강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병원에서 사망한 이들이 제대로 된 장례 절차도 없이 화장되었던 상황은 ‘애도의 윤리’가 어떻게 실종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이 강조하는 바는 분명하다. 무력감과 무관심이 결코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학습되고,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애도되지 못한 상실감은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무력감을 강화한다. 한국 사회가 애도하지 못한 카지노 게임들로 인해 우울이라는 정동에 갇혀 있음을 설명하며 저자들은 애도가 단순한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책임의 문제임을 강조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카지노 게임가 초래한 일상적 정동에 ‘역사를 부여하는’ 일일 것이다.” 아메드의 말을 빌려와 슬픔, 분노 등 카지노 게임로 인해 내몰린 감정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망각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애도의 감각을 되찾고, 돌봄을 복원하며, 무기력한 순응에서 벗어나는 길은 ‘기억’에 달려 있다. 이태원 카지노 게임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증언하고, 세월호 카지노 게임 생존자들이 여전히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정치적 행위다. 기나긴 혁명은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매 시도들은 조금씩 변화를 생성한다.”


『달라붙는 감정들』은 카지노 게임와 돌봄, 애도와 무관심이라는 정동의 계보를 추적하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복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방향과 실천을 모색하며 정동 이론을 통해 우리가 다시금 연대하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책이 제기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내 앞에 고통받는 존재가 있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카지노 게임
p.8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각자의 삶 안에 들어온 카지노 게임의 기억과 거기에 찐득찐득하게 엉긴 감정이나 정서 등으로 명명되는 정동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기에 이르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이었다.
p.53
카지노 게임를 대하는 국가의 무응답과 무시는 사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p.131
테일러에게 인지증과 사는 삶이란 시간이 멈춰진 진공의 무의미한 삶도 아니고 일방적인 두뇌 퇴화 과정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지증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은 세상과 마주하면서 “포용”하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는 등 상응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변화되는 “생성”적 존재라고 강조한다.
p.196
우리는 언제나 '집단'으로 묶어버리는 방식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집단으로 치환하는 순간 단순한 숫자가 되어버리듯이, ‘유가족 집단'으로 호명되는 순간 그들의 삶과 경험과 고통은 납작해져 버린다.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장막으로 인해, 고령의 시부모를 모시며 아이에게 생선 중간 토막을 한 번도 주지 못했던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은 집단 호명 속에 설 자리를 잃는다.
p.212-213
책의 방향을 잡기 위해 애쓰던 시기,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것은 '이태원 카지노 게임와 애도의 부재'였다. 이태원 카지노 게임 이후 우리를 에워싼 정동은 세월호 카지노 게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태원 카지노 게임는 정부가 애도의 시간을 상정하고 재빨리 치워버리려 노력한 탓인지 카지노 게임 1주기가 다가오기도 전에 순식간에 잊히고 휘발되는 듯했다. 제대로 기억조차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책은 그렇게 반복되는 카지노 게임 속, 반드시 마련되었어야 할 애도가 상실되고 무뎌지는 과정을 추적하고 기록/하기 위해 기획됐다.



달라붙는 감정들

김관욱, 김희경 외 지음 | 아몬드, 2024
사회학 | 225쪽
#정동 #카지노 게임 #돌봄

책계정 | Insta @boi_w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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