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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문화답 Mar 02. 2025

욕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재난인가

나이 든 사람과 집의 공통점은?

'쩍쩍'하는 소리를 내며카지노 게임 사이트 벽면 타일이 갈라지고 터진다. 하얀 먼지와 함께 타일 조각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내린다. 문을 열고 선 채 나는 망연자실할 뿐이다. 타일이 떨어져 나간 벽면을 따라 시멘트의 거친 속살이 드러났고 곧이어 벽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애써보지만 역부족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무너지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커튼 틈을 뚫고 여명이 발끝에 도달해 있다. 침대 모서리에 앉아 손바닥 세수를 하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조금 넘었다. 아직 동이 트려면 먼 시간이다. 어지러운 정신을 가다듬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로 향했다. 불을 켜고 벽면을 훑어보았다. 며칠 전 일하는 사람들이 와서 새로 붙여놓은타일들은 얌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며칠째 반복되는 악몽이다. 잠을 청해 보지만 녀석은 이미 십 리 밖으로 달아나 버렸다.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요즘 들어서 느닷없이 잠에서 깨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다. 오늘처럼 나쁜 꿈을 꾸거나 좋지 않았던 기억들로 잠이 채워진 날이면 온종일 기분이 우울해진다.




처음 이사 올 때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 타일의 상단 부분에 가늘고 짧은 실금 두세 개가 보였다.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그 상태로10여 년이 지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쪽에서 느닷없이 '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주로 한밤중에. 한두 번 그 소리를 따라가 보았으나 별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았다.


일이 터진 것은 북극보다 더 춥다는 극한 한파가 이어지던, 한 달에 한 번 대청소하는 날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벽을 청소포로 문질러 닦은 다음,샤워기로 물을 뿌려 씻어내고있었다.그때였다. 갑자기 '뻑'에 이어'쩍'하는 소리가 났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 보니 벽면 타일에 굵고 긴 줄이 그어지고 있었다. 타일이 붙어있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3면 중 2면의 가장 상단에 붙어 있는 타일 10여 장이 그렇게 속절없이깨졌다.


바닥으로 작은 부스러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를 몰라서 급히 투명 박스 테이프를 가져다가 갈라진 부분에 덕지덕지 붙였다. 임시라도 그 테이프가 감당해 주기를 바라며. 잠시 후 실컷 갈라졌는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이러다가 벽이 무너지는 건 아닐까? 뉴스에서 순살 아파트 어쩌고 하던데 혹시 우리 아파트도? 이런저런 걱정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주말이어서 통화가 될지의문이었지만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언젠가 위층 화장실에서 물이 새는 것을 깔끔하게 수리해 준 적이 있는 A인테리어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현장에 나와 있다며 당장은 어렵고 동호수를 찍어주면 월요일쯤에 방문하겠다고 했다. 월요일도 아니고 월요일쯤이라.... 일은 꼼꼼하게 잘하는 것 같지만 어쩐지 반응이 느리다.


며칠이나 연락이 오기를 애타게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지나가다 본 적이 있는 B인테리어 전화번호를 찾았다. 다음 날방문하겠다고 했다. 신속한 대응이 마음에 든다. 지인 중 한 분이 분당에서 인테리어업을 하고 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이런 작은 공사를 부탁하는 것은 아무래도 폐가 될 것같았다.


사실 동네에서집수리하는 인테리어 업체가 어떤 자격이나 규모, 기술력을 갖춘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사장님 한 분이 주치의처럼 소소한 보수 공사를 맡아서 하기 때문에 영세하다. 따라서 개인차도 크고 공도 완벽하지 않아 이런저런 고객 불만 사항이 발생할 소지가 적지 않다.


아내는 인테리어를 하던 중 공사를 맡은 업체들 때문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속을 썩였다는 직장 동료의 경험담을 내게 전하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분당 지인의 독백처럼 인테리어 업체들이 오십보백보, 도긴개긴이라면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업체랑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더 낫다. 앞으로도 손봐야 할 일들이 계속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 벌어진 상황을 수습하려면 마음이 급하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 두 명이 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상황을 쓱 살펴보더니 이 아파트는 타일을 좋지 않은 것을 썼다며 우리 집뿐만 아니라 이런 현상이 벌어진 집이 몇 있다고 했다. 그리고 타일을 전부 새로 교체해야 한다면서 다짜고짜 150만 원을 불렀다. 하루는 타일을 붙이고, 다음날 수건걸이같이 벽면에 부착된 고정물을 다시 설치하면 된다고 했다.


비싸다. 내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사이 아내가 '지긋지긋'한 셀프 인테리어를 경험한 직장 동료를 통해 학습했다는 내용을 물었다. 아내는 이른바 '덧방'을 하느냐고 질문했고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즉, 갈라진 타일만 뜯어내고 나머지 멀쩡한 타일은 그대로 둔 채 그 위에 새로운 타일을 덧붙인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하면 시공은 비교적 간편하되 새로 붙이는 타일의 두께만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면적이 좁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는 전부 뜯어내고 새로 시공해 달라고 요청했고, 금액은 130만 원으로 하자고 수정 조건을 제시했다. 한참을 구시렁거리며 머리를 굴리던 B업체 사장이그럼 135만 원에 해주겠다고 했다.


타일을 뜯어낼 때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를 제기하자,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고 이웃 동의를 일일이 받으려면 골치 아프다며 최대한 조용히 할 테니 얼른 해치우는 것이 낫다고 했다. 느닷없이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면 공사 동의서를 내밀며서명을 부탁하던이웃들이 생각났다. 우리도 처음 이사 올 때 욕조를 뜯어내는 공사를 했는데 그때는 공사를 맡은 업체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 처리해 주어서 우리가 직접 해 본 적은 없었다.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듯해서 옆집과 위 아랫집에만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아침 9시가 되자 일하시는 분들이 도착했다. 전날 이분들이 마실 음료수를 사면서 많아야 세 명 아니면 두 명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 생각이 맞았다. 문을 열자 업체 사장과 타일을 붙이는 기술자로 보이는 덩치가 곰만 한 아저씨가 들어왔다.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문제가 발생했다. 타일공 아저씨는 덧방을 하는 걸로 알고 왔다는 것이다. 다 뜯어내고 붙인다면 본인은 그다음에 오겠다며 손을 탁탁 털면서 그냥 가버렸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인테리어 사장님은 그제야 나를 다시 설득하기 시작했다. 다 뜯어내려면 공사가 커지고, 소음 때문에 이웃 주민이 몰려와 공사를 중단시켰던 사례도 있다며 은근히 겁을 주었다.


나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미 일주일 전에 다 공부한 내용 아닌가? 인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다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어느덧 10시가 지나고 있었다. 시간은 없고, 일은 벌어졌고, 수습은 해야 했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결정을 내렸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면적이 다소 줄어드는 리스크만 감당하면 된다. 아내는 싫어하겠지만 지금 현장 상황은 나를 그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신 공사비를 당초 135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조정했다. 나중에 분당 지인에게 물어보니 타일공 일당 35만 원과 자잿값을 제하고 인테리어 업체가 30~40만 원 정도 가져간다고 했다. 만약뜯어내는 비용이 35만 원이었다고 추정한다면 이 돈은 누가 가져갔을까? 인테리어 업체 사장? 타일공?사장은 전화를 걸어 집으로 가던 타일공을 다시 불렀다.




그렇게 시작한 공사는 오후 3시쯤 끝났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4시간 정도 소요된 것이다. 덧방 시공이어서 소음이 심하지 않았고 공사도 수월하게 진행되는 걸로 보였다. 내일 이 시간쯤 마무리 작업을 하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이분들은 도구와 장비를 챙겨서 홀연히 떠났다. 물론'아, 청소도 좀 해드려야 하는데?' 하는 인사치레도 잊지 않았다.


굵은 폐자재와 쓰레기만 수거해 갔기 때문에 나머지 뒷정리와 청소는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내일까지 그냥 둘까 하다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상태라서 어쩔 수 없이 팔을 걷어붙였다. 물을 쓸 수가 없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현관 출입구까지 비로 쓸고 일일이 물티슈를 뽑아 손으로 닦아내었다. 본드 냄새와 먼지들로 머리는 지끈거렸고 허리와 팔다리가 아프고 저렸다. 아, 역시 집수리는 재난이다.




다음날, 인테리어 업체사장이 와서 마무리 작업을 했다.종이컵, 나무젓가락, 작은 그릇 같은 것들을달라고 불러대는바람에 나는 계속 옆에 대기하면서 심부름을 해야 했다. 그런데 전문가이어야 할 분의 손놀림이왠지 어설퍼 보였다. 차라리 안 보는 게나을 것같아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래 믿어보자. 이런 일을 한두 번해보겠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끝났으니 나와 보라는 큰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다 끝났구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한눈에 봐도 수건걸이의 수평이 맞지 않았다. 오른쪽이 올라가고 왼쪽이 내려와 있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자로 쟀는데?'를 연발하면서 다시 측정해 보더니 나보고 어떻게 한 번에 그걸 알아냈느냐며 감탄을 했다. 나 원 참....


그리고 이때다 싶었는지 또 다른 실수를 자백했다. 삼각 선반을 고정하는 나사못을 박다가 타일을 깨 먹었다는 것이다. 크게 표시가 나지는 않았지만 약 10cm 정도가 금이 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기울어진 수건걸이 나사못을다시 박는 것을두려워했다.고정 나사못 두 개 중한 개만빼서 최대한 위로 올린 다음 실리콘으로 붙였다. 처음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기울어진 것을 완전히 잡지는 못했다.


게다가 샤워부스 유리 칸막이는 가로줄을 제대로 맞추지 않아 삐뚤게 고정되었다. 그 바람에 잘못 건드리면 뒤틀림을 가중된 유리 칸막이를파손시킬 위험성이 높아졌다. 혹시라도 실수로 툭 쳐서 깨지면 돈도 돈이지만 또 일이 커진다.


뿐만이 아니다. 콧대를 휘날리며 휙 나가버렸던 덩치가 곰만 한 타일공도 마찬가지였다. 구석으로 갈수록 메도시가 안 맞아 1cm 정도 차이가 생겼고, 타일과 타일 사이에 바른 백 시멘트는 모자랐는지 아니면 대강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 코너 쪽에는 완전히 채우지 않아 살짝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불완전 시공이었다. 이쁘게 마무리해 주면 아파트 주민 커뮤니티에 올려 주겠다는 약속은 이미 취소다. 다만, 모든 하자가 아슬아슬하게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해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말해야 내 입만 아플 것이 뻔했고 나도 누구처럼 '지긋지긋'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에 욕조를 뜯어내고 타일 색깔이 맞지 않았던 부분이 통일되었고, 톤이 낮아져 약간 어두워졌으나 나름 세련된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그래 이만하면 됐다. 어떻게 100% 만족하겠어. '오십보백보, 도긴개긴' 이라는데. 그분들도 나름 열심히 했을 테니 그냥 넘어가자. 아내는 바로 공사비 전액 입금을 완료했다. 만약 이 공사와 관련해 어떤 AS 사항이 발생하면 부디, 제발,약속한 대로 '바로 와서 처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사람이나 집이나 나이를 먹으면 부득불돈도 들고 힘도 든다. 그나저나아무리 온도차에 의한 급격한 수축과 팽창 탓이라고 쳐도 왜 하필이면 맨 윗줄의 타일만 나란히 깨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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