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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강 Apr 24. 2025

카지노 게임 되어 하늘에 머무르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서 C. 클라크, 김승욱 옮김, 황금가지

아이들 어렸을 때 서울 시내에 있는 천문대에 갔었다. 안드로메다은하와 함께 우리 은하 동영상을 먼저 보고 옥상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읽으며 그때 봤던 은하 동영상이 떠올랐다. 서울부터 시작해 아시아, 지구, 태양계를 지나 우리 은하,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 이후 수많은 은하까지 뻗어나가며 은하로 이루어져 있는 카지노 게임 공간이 너무 아득해서 아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숫자와 시간, 공간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이랄까. 거리는 빛의 속도인 광년으로 측정되고 내 감각, 보고, 듣고, 만져지는 감각 저 너머에 내가 간다는 건 아마도 내가 사라지는 느낌? 내 존재가 소멸해 버릴 것만같아 카지노 게임에 가보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또 한 번은 경기도 고양에 있는 항공카지노 게임박물관에서 모형 카지노 게임선을 타보았다. 실제 카지노 게임인의 경험을 시뮬레이션해 보는 체험이었다. 애들만 체험하게 하면 되는데 왜 나까지 들어갔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지옥 경험이었다. 몸이 뒤집히는데 훈련되지 않은 몸이라 온종일 불편함을 느낀 이후로 카지노 게임선을 타보기라도 하고 싶다는 마음조차 완전히 접었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NASA에 가서 카지노 게임선 체험도 해보고 연구원들 사무실에도 가보았지만, 도대체 왜 이런 엄청난 돈을 써가며 쓸데없는 일을 하는 걸까? 이 사람들은? 카지노 게임여행은 나에게 딱 이 정도였다. 그저 별이 좋아 별을 바라보고 싶었지, 별에 가보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읽으면서도 계속 의문이 들었다. 지구 이외에 생명체를 향한 동경은 뭘까? 지금 여기, 바로 곁에 카지노 게임 지구 사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지적인’ ‘생명체’에 대한 갈망은 왜일까? 자기가 만들어 낸 창조물(HAL)의 심리상태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면서 인류와 완전히 다른 존재, 외계인과 의사소통하려는(272쪽) 무모함은 뭘까? 내가 낳은 아이라고 내가 이해할 수 카지노 게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는 그저 나의 몸을 빌려 세상에 오는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 낸 창조물이라도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프랑켄슈타인박사의 괴물처럼. 내가 만든 존재는 만드는 순간 내 손을 떠난다. 갈 길 찾아 스스로 잘 간다.


여태 읽은 SF와 달리 카지노 게임여행을 하며 인간 진화의 끝까지, 그야말로 카지노 게임 끝까지 가본 것 같다. 아서 클라크의 묘사가 너무 실제 같아서일까? 아니 가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실제 같다고 생각하지? 근데 그럴듯하다. 피와 몸의 한계에서 기계 생물의 시대를 거쳐 거추장스러운 몸의 억압에서도 풀려나고 끝까지 남는 건 그저 사물도 아닌 순수에너지로 남을 거라는 상상력도 대단하다. 주인공이 카지노 게임여행의 아득한 끝에 발견하는 것이 환상이고 가짜임을 받아들이고, 시간 자체가 뒤로 흘러가는 의식의 영역에 들어서 퇴행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묘사는 압도적이다. 보먼이 과거를 다시 경험하는 듯, 빠르게 되감기고 있는 녹화 테이프처럼 펼쳐진다고 할 때는 90세 인지장애 노인의 머릿속 이미지를 형상화했나 깜짝 놀랐다. 1917년생이라는 아서 클라크가 50세 때 이런 생각을 하고 묘사를 하다니 놀라웠다. 문학의 상상력은 IT를 압도한다.


삼촌을 돌볼 때 참가했던 <치매 노인 가족 교육에서 보여주던 "치매 노인이 보는 세상"은 이미지 픽셀이 대부분 뭉개진 상태였다. 치매 노인이 걷는 길은 우리가 눈 감고 걸어가는 세상이라고 강사는 설명했다. 테이프가 느리게 되감기 중인데 오디오도 겹쳐 들리고, 군대 생활했을 때, 대학 생활할 때의 수십 년 전 친구를 지금 찾아 나서고, 지금 여기 공간과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어 새로 지어진 아파트 앞에서 옛 아파트가 어디인지 찾는다. 2020년대 봄을 사는 나에게는 엉켜있고 뒤죽박죽인 삼촌의 세상이지만 삼촌이 나를 알아보고 눈을 마주칠 때는 잠깐이라도 삼촌과 나는 시공간을 공유한다. 그리고 삼촌은 또 빨리 여태까지의 기억과 경험을 차츰 잃어버리면서 다른 시공간을 향해 다가간다. 그러므로 이제 하루하루 천천히 바래는 의식 사이로 언뜻언뜻 스치는 옛 기억이 지금인지 과거인지 중요하지 않다. 의미가 있는지 무의미한지도 중요하지 않다. 삼촌은 이미 다른 시공간에 올라탔고 삼촌의 삶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아주 천천히 뭉개지면서, 허물어지면서.


그는 시간의 복도를 따라 역행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차츰 잃어버리고 어린 시절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지금까지 그의 모든 것이 더 안전한 저장소로 옮겨지고 있었다. (344쪽,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중에서)


저자 아서 클라크는 1968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첫 서문에서 지금 살아있는 모든 사람의 등 뒤에는 서른 명의 유령들이 서 있다고 했다. 태초부터 약 1,000억 명의 사람들이 지구라는 행성을 누볐다고 한다. 이 숫자가 궁금했지만 찾아보지는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구를 거쳐 죽어갔을까. 클라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은하수에 존재하는 별의 숫자도 약 1,000억 개라고 한다.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이 각각 이 카지노 게임 안에 자기만의 별을 하나씩 갖고 있다고. 카지노 게임 여행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소설은 죽음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삼촌에 대한 내 기억이 사라지고 내 존재도 사라지면 ‘풋’ 바람처럼 사라진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어쩐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련이 남아서라기보다 세상에 와서 뼛가루보다 가벼운 상태로 돌아가지만, 빛이 되어 별이 되어 하늘에 머무를 수는 있겠구나. 죽어서 별이 되어 다시 아기로 태어나는 것, 아니 세상에 다시 오지 않더라도 별이 되어 카지노 게임에 머무른다면 그 또한 매혹적인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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