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025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2025년이라니!
내가 사는 오늘이 2025년의 어느 하루라니……. SF 영화에 나오는 미래의 어느 장면 속에 서 있는 기분이다. 시간은 차근차근, 또박또박, 순서대로 흘러간다. 객관적인 사실만 따져 본다면, 시간은 정해진 속도에 맞춰 흐트러짐 없이 제 박자대로 흘러갈 뿐 나의 변덕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 같은 건 그 흐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어쩐지 내가 느끼는 시간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랬다저랬다 하며 흐르는 것 같다.
나의 2024년은 어지럽게 속도가 바뀌는 시간의 소용돌이에 갇혀 있었다. 한없이 늘어지는 시간을 향해 빨리 내달리라고 채찍질을 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고, 어지러울 정도로 거칠게 나를 떠미는 시간의 힘 때문에 휘청였던 순간도 있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2024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때문이었다. 나의 지난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아무래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다. 휘몰아치는 시간 속에서 갑작스레 불어닥친 돌풍과 흔적도 없이 흩어져버린 고요한 외침들을 견뎌내며 한 해를 보냈다. 참기 어려울 만큼 느릿하게 흘러가는 순간들이 끝없이 밀려와 거세게 나를 흔들며 주저앉히려 했을 때 나를 붙들어준 것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다.
뒤늦은 다짐
새해를 맞이하며 거창한 다짐을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딱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그만큼 희미한 다짐에 불과했던 것 같다. 가끔 일출을 보러 가서도 그저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해주세요’ 같은, 진심을 꾹꾹 눌러 담긴 했지만 특색 없이 뭉뚱그린 그런 소원을 빌었을 뿐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025년을 맞아 특별한 다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다짐이라는 건 대체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거나 지금껏 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하겠다는 식의 더 나은 미래를 꿈꿀 때 하게 되는 희망 가득한 결의 같은 게 아닐까. 새해가 시작되고도 이미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새삼 마음을 다지는 것 역시 함께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서로를 지키는 울타리가 되어 매일 1mm만큼이라도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덕에 불쑥 ‘나는 올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는 올해 무얼 해내고 싶은지’ 좀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올해 나는 ‘하고 싶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보다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돼볼 작정이다.
내가 돈키호테보다는 햄릿형 인간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건 고등학생 때였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멋진 일을 상상하고 부당한 일에 맞서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언제나 거기까지였다. 그나마 대학을 서울로 간 것이 오롯한 나의 자유 의지를 펼친 첫 기억이었다. 부산에서 대학을 가든지, 서울로 갈 거면 여대로 가라는 부모님의 뜻을 꺾고 굳이 부산에 있는 학교도 아니고, 여대도 아닌 곳으로 진학한 게 내 인생 최초의 반란이었다. 대학을 선택할 때를 제외하면 그다지 내게 요구되는 역할에서 비켜나는 과감한 모험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늘 그랬다. 울타리 너머 낯선 세상에서 펼쳐질 모험을 동경하면서도 이미 정해진 안전한 길을 따라 조심조심 걸었다. 세상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 반항심을 숨기고 괜찮은 척 그럭저럭 무언가를 해내는 게 답답했지만 모든 보호막을 벗어던질 각오를 하고 그 틀을 깨는 건 쉽지 않았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언제나 실제로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실행력보다 희미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를 보면 번역가도 얼마든지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 부풀어 올랐지만, 마감에 쫓기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금세 꿈은 시들해졌다. 안 되는 이유가 퍼뜩 떠오르면 어쩔 수 없다며 간단하게 포기하는 게 나의 오래된 습성이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늘 시키는 대로 안전하게 살면서 머리로만 꿈을 꿨다. 갖은 생각을 머리에 품은 채 밖으로 뿜어내지 못해서 내 머리가 늘 무거웠던 걸까?
‘하고 싶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vs.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나는 주로 ‘하고 싶어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을 뿐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아니었다는 쓰라린 사실을 깨닫게 된 건 한 요리 블로거 때문이었다. 아이가 잘 먹을 만한 이유식 레시피를 찾아 온갖 책과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던 시절, 같은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요리 블로거를 발견했다. 그녀의 레시피에 고개를 끄덕이고, 육아 이야기에 공감하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습관처럼 블로그를 방문했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그녀의 정성은 대단했지만, 사실 전문적인 요리 블로거에 비해 솜씨가 뛰어나지는 않았다. 특별한 것 없는 재료로 간단하게 만들어낸 요리를 평범한 그릇에 담아낸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꾸준했다. 꾸준히 레시피를 올리고, 공동구매도 진행하고, SNS 세상에서 인맥을 키워나가는가 싶더니 결국 그녀는 인플루언서가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심 그녀가 ‘공구팔이’, ‘팔이피플’, ‘SNS에서 인맥을 과시하는 허영덩어리’ 정도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녀가 블로그에 공짜로 적어둔 레시피를 참고해 이유식을 만들면서도 돈을 주고 산 이유식 책에 적힌 레시피를 대할 때와는 달리 은근히 그녀를 낮춰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당당했다. 요리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 사이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건지 이따금 인터넷 서핑을 하다 그녀를 비난하는 글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블로그에 레시피가 올라오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었고 그렇게 그녀의 블로그는 나의 즐겨찾기 목록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한참 만에 방문한 그녀의 블로그에서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유식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아이의 사진을 그대로 노출하는 것도, 별것 아닌 물건을 과장되게 설명하며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것도 조금은 한심하게 느껴져 아예 발걸음을 끊은 지 몇 년 만이었다. 나는 여전히 ‘하고 싶어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었는데 그녀는 이미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되어 있었다. 나는 언젠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만 간직한 채 어제와 같은 오늘을, 내일과 같을 오늘을 살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한 권의 책을 내고, 또 한 권의 요리책을 집필 중인 어엿한 작가님이었다. 뿐만 아니라, 요리 블로거라는 장기를 살려 주방용품 브랜드를 만들어 온오프 시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사람과 ‘하는’ 사람은 다르다. ‘하고 싶어’ 하지만 그 마음을 품은 다음에 반드시 디뎌야 하는 실행 단계, 즉 실제로 ‘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결국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나는 ‘하고 싶다’는 허약한 열망을 품었을 뿐, 체면을 지키느라(딱히 지킬 체면도 없다), 혹은 무언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마찬가지로 딱히 잃을 것도 없다) 머리로만 수없이 성을 쌓았을 뿐 그 어떤 새로운 길도 뚫지 못했다. 반대로, 그녀는 그 길 위에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재지 않고 겁 없이 내달렸다.
‘하고 싶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 후에도 나는 오랫동안 ‘하고 싶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2025년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이미 지난해에 한 권의 공저를 출간했고, 원고 청탁을 받아 작년에 기고한 글이 <월간 에세이 2025년 2월 호에 실렸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2025년은 누군가의 글을 번역하는 삶과 나의 글을 쓰는 삶이 공존하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제는 함께 읽고 쓰는 삶을 나눌 사람들이 있기에,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되겠다고 소리 없이 다짐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슬쩍 꽁무니를 내뺄 수도 없게 됐다. 어영부영 ‘함께’의 힘을 믿으며 매일 새롭게 다짐하며 꿋꿋하게 나아갈 생각이다. 비록 넘어지더라도,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도전하면 그만이다.
이제 오랫동안 꾹꾹 가슴에 새겨온 그 자각을 동력 삼아 ‘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돼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