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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몰아친 한파가 아침을 지배했다면 오후는 조금 나른하더니 밤엔 다시 춥다. 이런 날… 아주 느리고 평온하지만 뭔가 애매한 음악을 들으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Pierre Puvis de Chavannes(피비 드 샤반)의 초기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겁거나 혹은 나른하게 만든다. 초기작 Le pauvre pêcheur(가난한 어부)에서는 알 수 없는 미량의 슬픔조차 느끼게 한다.
Jeunes filles au bord de la mer,Musée d'Orsay1879년 그린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그림이다. Jeunes filles au bord de la mer(바닷가의 어린 소녀들)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을 보면 샤반의 그림이 가지는 상징성을 어렴풋하게 감지할 수 있다. 바닷가에서 수영을 마친 세 소녀의 자세와 표정, 그리고 배경은 샤반이 활동했던 당시의 프랑스 정치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다른 시선과 자세를 취하고 있는 세 소녀 중 둘은, 아예 관객에게 등을 돌리거나 겨우 옆모습만 보여주는 자세다. 그나마도 앞쪽을 향해 있는 소녀마저 시선은 꿈꾸는 듯 초점이 부정확하다.
샤반의 이 그림은 프랑스 제3 공화국이 시작(1870~1940)되고 난 뒤에 그려진 그림이다. 하지만 공화정이 시작된 뒤 1년 후 파리코뮌(1871)이라는 사태를 맞이한다. 당시의 화두는 프랑스다움을 회복하는 것이었고 그러한 당시의 혼란과 시대적 고민 등이 이 그림에 묻어난다. 샤반은 공화정 체제에서 공화정 이데올로기에 맞는 작가로 인식되어 다양한 공공 작품에 참여한다.
샤반의 이 그림은 또 다른 프랑스 예술가를 자극하는데 그는 작곡가 Eric Satie(사티)였다. 사티는 아방가르드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방가르드는 군사용어로, 전쟁에서 본대에 앞서 적진의 선두에 나가 적의 움직임과 위치를 파악하는 척후병을 뜻한다. 아방가르드라는 용어가 예술에 전용(轉用)되어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예술을 탐색하고 이제까지의 예술 개념을 일변시킬 수 있는 혁명적인 예술경향이다.
근세 이후 종교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예술은 부르주아의 전유물이 되었고 장식적이고 충실한 현상의 재현과 묘사적인 테크닉에 따라 예술의 가치를 평가했다. 사진이 등장하면서 회화는 길을 잃었고, 축음기가 발명되면서 음악도 거대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카지노 가입 쿠폰 기존의 틀을 부정하고 그러한 기준이 지배해 온 숨 막히는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바로 아방가르드 운동의 시작이었다.
이탈리아의 미래파 운동과 스위스의 다다이즘 등은 예술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시대적 척후병으로서 기존의 틀에 박힌 합리적 이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다.
사티의 음악은 그런 지점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고 그 음악적 표현이 바로 Gymnopedie이다. Gymnopedie는 원래 고대 그리스 스파르타의 축제의 이름이었는데 사티가 1888년 자신의 음악 표제로 썼다. 사티의 친구 Patrice Contamine de Latour(라투르)의 시 ‘Les Antiques’(오래된 것들)에서도 역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Gymnopedie는 시대를 앞서 새로운 음악의 지평을 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o9ndTg3ak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