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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민 Jan 19. 2025

모두 다 카지노 게임 있다

숙제는 제때 제때 해야지 밀리지 말고

1.


지난 연말, 십수 년만에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이십 대 중반, 어렵다는 취업에 성공하고 들뜬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언제 마흔이 훌쩍 넘었나 싶다.


각자의 일터에서 밥벌이로 분투하느라 정신없는 친구들 대신, 이번에는 첫째와 둘이서 여행을 떠났다. 한참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에 빠져있는 아들에게 일본은 늘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생일 선물로 《마이 히어로 아카데미아》 주인공 피규어를 사달라는 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 여행지를 딱 한군데 골라야 한다면, 그건 도쿄 뿐이었다. 그래, 중학교 가면 더 같이 여행가기 어렵다는데, 함께 갈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가자.


출국 전까지 혹여나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 긴급한 일이 회사에서 생기지 않기를 바랬는데, 산타 할아버지가 40대 아저씨의 소원도 들어주긴 하는지 다행히 무사히 도쿄에 제때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 마자 카지노 게임와 함께 아키하바라에 갔다. 카지노 게임 눈이 휘둥그레졌다. 종종 가는 홍대 애니 굿즈샵같은 매장이 건물 한 채를 꽉 채우고 있는 광경을 마주하니 테마파크라도 온 듯한 표정이었다. 이 층 저 층 둘러보며 몇 시간동안 실컷 피규어 구경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촌동생 선물 산다는 핑계로 한 번 더 갔다.


다음 날에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인 《스즈메의 문단속》과 《너의 이름은》의 배경이 된 공간들을 둘러봤다. (아빠는 사실 《심야식당》 속 공간들이 더 궁금했지만…) 같이 극장에 가서 봤던 애니메이션 속 공간들을 직접 두 발로 걸어다니며 카지노 게임도, 나도 즐거웠다.


“아빠, 여기 신주쿠지? 나 여기 알아!”


그렇지, 여기가 《너의 이름은》에서 나온 거기 아니겠니 하고 대답하려는 순간,


“여기 《주술회전》에서 나온 결전 무대잖아!”
“아, 그렇지…”
“시부야는 어디야? 그 역도 가보고 싶어.”


아이에게는 도쿄의 주요 지하철역도 흥분의 순간이 되는구나 싶었다.


2.


낮동안 이만 보 가까이 쏘다니다 어둑해졌을 즈음 숙소에 돌아왔다. 카지노 게임가 가방에서 문제집을 꺼낸다. 수학 문제집이다.


"숙제를 미리 해놔야 수업에 들어갈 수 있어."


카지노 게임는 비대면으로 수학 수업을 듣는다. 서울에서 그랬던 것처럼 같은 시간 도쿄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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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단방향 ‘인강’의 시대를 지나 줌으로 수업을 하는 학원들이 꽤 늘어났다. 학원가가 아닌 동네에서 사는 카지노 게임에게 비대면 학원은 오프라인 학원의 부재를 다소나마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편이다.


아이 입장에서는 도쿄가 서울과 시차가 없다는 게 애석하기 그지없는 일일 것만 같았다. 기껏 여행왔는데 숙소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한다니. 초등학교는 체험학습 신청이라도 있는데.


호텔이 턱없이 비좁아 아무리 해도 줌 속 선생님 시야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외투를 입고 밖에 나와 호텔 앞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따뜻한 커피 온기를 손에 느끼며 창밖 구경을 하다 수업 끝날 즈음에 맞춰 다시 엘리베이터를 탔다.


어라 지난 주에도 이랬는데. 여긴 호텔인가 학원인가. 분명 여행을 왔는데, 여행 속에서도 평소와 비슷한 일상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의 스케줄에 나를 끼워 맞추는 일상이.


방에 들어오니 수업을 끝낸 카지노 게임 얼굴에 후련한 기색이 스쳐지나간다.


“잘 들었어? 여기까지 와서 공부해야 하니 힘들지…?”
“괜찮아. 그래도 제때 안해서 다음에 못 쫓아가면 더 힘들어.”


사춘기를 목전에 앞둔 카지노 게임는 시크한 표정을 짓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래, 제때라는 게 있을 수도 있겠다. 사람의 시간이라는 게 참으로 요상해서, 그 시기를 지나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경우가 꽤나 많으니까.


길다고 하긴 그렇지만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공부를 해야 하는 때도 있었고, 일을 찾아야 하는 때도 있었고, 다른 무엇보다 가족과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카지노 게임 어긋났을 때는 나중에 후회해봤자 이미 늦은 경우가 많았다. 오늘은, 이달은, 올해는 바쁘니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고 미루다 어느새 보니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일들…


그래서 아이야, 함께 이렇게 지내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그저 좋은 기억들을 많이 쌓아두자. 차곡차곡 많이 쌓아서, 네가 살면서 힘든 순간이 닥쳤을 때 나중에 하나씩 꺼내서 지펴볼 수 있게.


아들, 다음 번에 도쿄에 오게 되면 근처 가마쿠라에 가보자. 너는 아직 못봤겠지만, 아빠 생각에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의 작품은 역시 《슬램덩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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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jm.bae.20


다음 책이 언제 나올 지 모르는 에세이스트. 윈스턴 처칠의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라'라는 말을 좋아한다. 죽기 전에 카지노 게임들과 함께 고향 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우승을 보는 것이 꿈이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 《아들로 산다는 건 아빠로 산다는 건》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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