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시간과 휴식장소가 있다는 것
내 머릿속엔 공항도면이 들어있다. 각 층별 평면도, 케이크 자른 것처럼 건물 중간을 툭 자른 듯 표현된 단면도, 멀고 가까운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 투시도, 나는 새의 시선이 되어 바라본 조감도까지. 퇴근하고 와서는 머릿속에 든 그 지도를 굳이 꺼내쓸 일이 없지만 출근해서는 꽤 유용하다. 공항 어느 곳을 걷고 있더라도 동서남북 방향 감각을 갖고 커다란 터미널 안에서 여기가 어디쯤인지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점이 되어 파악하면서 돌아다닌다. 직업병을 넘어 공항지도를 머릿속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셈이다.
출발층에늘어선 면세구역을 점검할 때의 일이다. 화려한 명품 매장들 사이에 있는 직원 전용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좁다란 골목 끝에 다다르자 커튼월(유리 외벽)과 매장 사이에 철골 트러스 구조물들이 있고 그 사이에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지친 몸을 남모르게 충전하는 장소였을 거라 짐작 가는 모습에서 그 자리의 사용자에 대한 작은 연민이 피어올랐다. 업무 중이어서 감상이 끼어들 틈이 없었을 텐데, 너무 넓은 공항에 뿔뿔이 흩어져 찾아가는 것이 더 힘든 직원휴게실은 엄두가 나지 않아 이렇게 새둥지처럼 자신의 공간을 꾸렸을 직원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매장의 뒷면이어서 공항이용객의 사용이 없는 공간이라서 텅 빈 공기와 공간을 지키고 있는 건축 구조물들만 있는 곳이다. 규정상 그 자리에 개인 소지품을 두고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나는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지 않은 듯 그 자리를 떠나왔다. 아마 다시 찾아가 봐도 거기엔 누군가의 휴식을 보장해 줄 간단한 소지품들이 놓여있을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점검자가 와서 보았더라면 어떻게 처리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른 체 하고 싶었다.
신입직원 때는 출근과 퇴근 사이에 휴식이 없었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선배들의 심부름을 하다가 정작 내게 주어진 고유업무는 모두가 퇴근한 밤시간에 시작하곤 했었다. 그땐 휴식을 꿈꾸지도 못하던 까마득한 옛날 문화였으며 나도 원하는 걸 말로 표현하는데 애를 먹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젠 내가 좋은 기분과 컨디션을 유지해야 나에게도, 팀에게도, 우리 회사에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의 휴식은 소중하다.
직원들은 터미널에서 근무하며 회사 유니폼과 보안구역 출입증을 항상 패용하고 있다. 사복을 입어도 직원들끼리는 공항 직원인지 여행객인지를 단 1초 만에 구분할 수 있다. 직원들에겐 설렘은 찾아볼 수 없는 경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공항이어서, 여행 가고 싶은 마음에 더 고독해지는 마음을 달래는 상주직원들에게 아늑하고 조용한 휴식 공간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여카지노 게임 사이트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흐물흐물한 젤리처럼 바닥으로 축 처져버리던 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모습이 떠오른다. 최상의 서비스를 위해 자신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일, 그 일 뒤에 얼마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겠는가. 외모를 꾸미는 일 이상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태도를 근사하게 만드는 일을 하면서 업무 준비에만 많은 열정을 쏟았을 것이 분명하다.
공항직원들이 충분히 쉬고 산뜻해진 컨디션으로 인천공항만의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행객들에게는 감동을 선물해서 함께 마음이 진동하는 날이 많아지면 좋겠다. 쉬는 건 노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내가 되어 다시 업무에 임하겠다는 자기 약속의 표현이다. 당신의 쉬는 시간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