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예술 속에 살고 있다.
올해 28살인 A는 정동에 위치한 회사에 입사했다. 아침 8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역에서 하차하여 새문안로를 따라 올라오다 흥국생명 건물을 지나 좌회전을 한다. 오늘도 거대한 사람 모양의 조각이 망치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워낙 거대한 조각인 데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근처에 있는 엔젤리너스 커피숍에 들러 카페라테 한잔을 테이크 아웃한다. 이어팟을 통해 들리는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비다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스마트폰에 뜬 앨범 재킷 속 프랑스 국기를 들고 사람들을 이끄는 여자의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동기 한 명이 오늘이 화이트데이라며 출근한 사람들에게 츄파춥스 한 개씩을 전하고 있다. A도 사탕 하나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운 좋게도 라임 레몬맛! 오늘 하루는 왠지 상큼할 것 같다.
어느덧 퇴근시간, 얼마 전 온라인으로 가입한 독서모임의 오프모임이 있는 날이다. 시간 맞춰 참석하려면 저녁 먹을 시간이 빠듯하다. 분식집에서 간단히 라면 하나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전철역 앞 분식집이 왠일인지 한산하다. 이미 저녁밥을 먹기 시작한 몇 명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고 밥 먹는 일에만 집중하는 탓에 TV는 홀로 떠들어대고 있다. TV 화면 속에선 공효진이 공유에게 “영어 좀 하죠?” 라며 SSG가 쓰여있는 타블릿을 내밀며 읽어보라 한다. 공유는 “쓱”이라고 답하고 공효진은 “잘하네”라고 말한다.
혼자 큭큭거리며 A는 물컵을 탁자위에 놓고 돌아서는 주인을 향해 라면 하나를 주문한다. 주방을 향해 라면 하나를 외치자 주방장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이는 아주머니가 라면봉지를 꺼낸다. 샛노란색 포장의 진라면이다. 이전에 알고 있던 진라면의 포장지가 아니라 새로 나온 라면이냐고 물었더니 주인아주머니는 진라면 30주년 행사상품이라고 말한다.
꼬들꼬들 잘 끓여진 라면을 서둘러 먹고 계산을 하려고 섰는데 계산대에 막대풍선을 꼬아 만든 강아지 모양을 한 은색 장식품이 하나 있다. 풍선인가 싶어 손카지노 게임 사이트 톡톡 쳐 보았더니 메탈처럼 도장이 된 플라스틱이다.
분식집을 나와 독서모임 장소를 향해 가기 위해 전철을 탄다. 15분만 가면 되는 거리인데 운 좋게 자리가 났다. 앉아서 오늘의 토론 책인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를 꺼낸다. 책 표지에 그려진 남자가 A 씨를 흘겨본다. 인상이 별론데… 하며 책을 휘리릭 넘기며 형광펜카지노 게임 사이트 표시해 둔 부분들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가상으로 꾸며본 A의 하루, 그는 과연 일상 속에서 몇 개의 예술작품과 조우했을까?
A가 맨 처음 흥국생명 앞에서 만난 거대한 조각품은 미국의 조각가 조나단 보로프스키(Jonathan Borofsky)의 작품이다. 해머링 맨(Hammering man, 망치질하는 사람)이란 이름의 이 조각은 높이 22미터 무게 55톤의 강철로 전 세계 11개 나라에 설치되어 있다. 이 중 서울의 해머링맨이 가장 크다. 조나단 보로프스키는 망치질이라는 행위를 통해 삶에 있어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고귀하고 위대한지를 표현하고자 했다. 사용하는 도구는 다를지언정 각자의 망치(도구)를 들고 일하는 세상 모든 근로자에 대한 존경이 담겨있는 서울 속 공공미술의 백미다.
A가 카페라테를 사기 위해 들린 커피숍 엔제리너스, 이 커피숍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브랜드 로고 속 앙증맞은 천사가 우리들의 눈길을 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와 더불어 르네상스 3대 거장 중 한 명인 라페엘로 산치오의 아름다운 걸작 ‘시스티나 성모’에 등장하는 아기천사를 모티브로 하여 일러스트레이터 이우일이 만든 심벌이다.
A가 출근길에 들었던 노래 비바 라비다(Viva la vida)는 영국의 락그룹 콜드 플레이의 대표곡카지노 게임 사이트 권력을 가졌던 왕의 몰락을 노래한 이 노래는 한국 팬들이 특히나 사랑하는 곡이다. 제목인 비바 라비다는 스페인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동명 작품에서 따왔고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앨범의 자켓과 뮤직비디오의 배경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용했다.
A가 다음으로 만난 예술은 츄파춥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탕 회사 츄파춥스는 사탕에 손잡이 막대를 꽂아 요즘말로 대박을 쳤다. 그러나 초반에는 이 사탕의 포장지 디자인을 못해 고민을 했다는데 이 회사의 사장 베르나트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인 달리에게 로고 디자인을 의뢰했다. 달리는 한 시간 만에 상징적인 로고 꽃 모양을 완성했다고 한다. 사탕의 포장지 옆면이 아닌 사탕의 윗면에 꽃잎 모양을 그리고 그 안에 로고를 집어넣은 초기 로고는 현재 글자의 모양만 살짝 바뀐 채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A가 김밥집에 들어갔을 때 TV를 통해 방영되던 SSG의 론칭 광고는 색감과 분위기가 매우 특이한데 이 광고의 미장센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 도시민들의 평범한 일상 속 고독감과 절망을 인공적인 빛과 자연광을 대조시켜 공간속에 표현한 작품카지노 게임 사이트 명성을 얻었고, 그의 작품은 문학가, 화가, 영화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A가 SSG광고를 보면서 주문한 라면은 진라면이었다. 평소에 먹던 라면봉지와 달라 디자인이 바뀌었나 물어보니 주인은 30주년 기념 패키지라고 전했다. 근래 들어 상품에 미술작품을 접목시킨 아트 패키지를 심심치않게 발견하게 되는데 스페인의 화가 호안 미로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진라면 30주년 에디션' 덕분에 오뚜기는 시장점유율을 28%까지 끌어올리며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호안 미로는 추상미술에 초현실주의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을 만든 예술가로 피카소·달리와 함께 스페인 3대 거장으로 꼽힌다. 한 조사에 의하면 상품의 마케팅에 예술작품을 적용시킬 경우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상품을 프리미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으로 패키지를 만든 종근당의 펜잘, 우유팩에 명화를 넣은 동원 F&B의 덴마크 우유 시리즈가 아트마케팅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사례다.
A가 분식집 계산대에서 본 막대풍선카지노 게임 사이트 만든 강아지 모양의 장식품은 미국의 문제적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벌룬 독(ballon dog)의 미니어처 장식품이다. 제프 쿤스는 대중적인 인기와 상업적 성공 모두를 가진 가장 비싼 작가 중 한 명이다. 작고 가볍고 말랑한 풍선 강아지가 스테인레스 스틸의 거대한 강아지로 재탄생하여 우리의 관념을 무너뜨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덕에 그의 벌룬 독 Orange는 2014년에 이뤄진 경매에서 38,859,600유로에 낙찰되었다. 한화로 515억이 넘는 금액이다.
일반적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형 레플리카나 아트 토이는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 사이의 가격대를 형성한다.한정판카지노 게임 사이트 제작된 8인치 크기의 벌룬 독 아트 토이는 약 500달러에서 1,000달러 정도에 거래되는 반면, 대량 생산된 일반 버전은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A가 참여하는 독서모임 주제도서인 '달과 6펜스'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폴 고갱을 모델로 만든 서머셋 모옴의 소설이다. 폴 고갱은 소설 속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영국 화가로 등장한다. A가 읽었던 책의 표지에 그려져 있는 남자는 고갱의 자화상이다. 이는 고갱의 명작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의 일부로 고갱의 새로운 예술사조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 주요 작품이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A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8개의 예술작품과 직, 간접적으로 조우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벌어먹고 사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예술 특히 미술작품들은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누군가는 미술작품을 활용해 더 나은 마케팅을 하고, 누군가는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예술적 사고를 하고 통찰을 얻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예술가처럼 창의적인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답을 찾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가? 예술은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나? 먹고 사느라 바빠 예술을 감상할 여유가 없는가? 그림은 나와 상관없는 세계인가? 혹은 너무 어려운가?
예술, 그중에서도 미술의 세계는 위로와 즐거움, 혁신과 통찰로 가득하다. 미술을 통해 발견한 영감은 날실이 되어 지식과 경험이라는 씨실과 엮이어 넓고 깊은 깨달음을 직조해낸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화가의 숨결과 시대의 숨소리를 듣는 일이다. 그들의 호흡으로 빚어낸 작품들은 시대를 이해하는 열쇠이자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다. 그렇기에 예술 감상이란 작품의 표면에 드러나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보는 것은 물론 화가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의 맥락을 함께 읽어내는 통합적 경험이어야 한다.
그림은 비밀스러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같다.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그려냈다. 우리는 이제 그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손에 쥐고 그들이 살았던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늘 그렇듯 새로운 여행의 시작은 설렘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