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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Jan 25. 2025

2025년 1월 25일

오늘은 격주에 한 번씩 있는 교수님 카지노 게임에 가는 날이다. 공식적인 모임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인데, 툭하면 교수님이 샛길로 빠져 장광설을 늘어놓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시작해 6시가 한참 지나서야 끝나는 일이 허다하다. 그래서 모임에 오래 나온 사람들은 교수님의 일장연설이 끝날 무렵에 맞춰 나온다. 나도 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 중 하나이긴 한데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며칠전 모임의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와 무슨 말을 하다가 끝에 "근데 반지님도 일부러 늦게 오는 거예요?"카지노 게임 묻긴 했지만.


카지노 게임만 해도 그렇다. 내가 사는 동네는 교통이 불편하고 모임 장소는 서울대 저 안쪽에 있기 때문에, 가는데만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린다. 일찌감치 준비를 해서 나와도 버스를 기다리거나 하는 일로 시간이 걸리는데, 카지노 게임은 운 좋게 바로 버스를 탔다. 원래대로라면 세 정거장 뒤에 내려서 다른 버스로 환승해야 하지만, 내가 올라탄 버스가 마침 신촌역 근처까지 가는 버스라 그대로 타고 있으나, 내려서 환승해야 할 버스를 기다렸다 타고 홍대역에서 내리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할 거 같았다. 그리고 마침 신촌역 근처 중고서점에서 살 책도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있었는데 신촌역 근처에 와서는 기사님이 카지노 게임은 연세로로 못 들어가니 우회한다고 했다. 뭐라고요? 올해부턴 휴일에도 대중교통 제한 해제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하는 수 없이 몇몇 승객 틈에 섞여 내려서 신촌역 쪽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연세로 입구에는 이런 푯말이 붙어 있었다. '연세로 대중교통 제한 해제 축하 행사'. 대중교통 제한 해제를 축하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제한하는 이런 개똥 같은 행사는 누가 기획카지노 게임 승인카지노 게임 추진하는 걸까? 푯말아래에는 우리은행이 후원한다고 쓰여있었다. 내 우리은행에 대출만 없었어도 당장 계좌해지를 했을 텐데! 좀 더 안쪽으로 걸었더니 연세로 중앙에 마련된 축하 무대와 줄 맞춰 세워 놓은 플라스틱 의자 여러 개가 보였다. 목소리가 큰 어떤 아줌마가 축하 무대에 걸린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일행에게 "야, 이런 거 하는지 누가 아냐?" 하면서 요란하게 웃었고, 덕분에 내 분노를 잠깐 잠재우게 됐다. 이왕 늦은 김에 서점까지 천천히 걸었고 미리 위치를 확인해 놓은 서가로 가서 곧장 책 한 권을 뽑아 들고는 계산대로 갔더니, 마침내 앞의 사람이 책을 왕창 판 참이라 점원 두 명이 달라붙어 책 컨디션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굳은 얼굴로 서 있었더니, 잠시 뒤에 둘 중 한 사람이 "계산하실 거예요?"카지노 게임 물었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한 사람이 마이크에 대고 다른 직원을 불렀다. 좀 더 기다린 뒤에야 위층에서 쿵쾅대며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늦었지만 그래도 서두르면 그리 늦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촌역으로 뛰었고, 마침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뛰어 내려갔더니 아차, 반대 방향이었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 반대 방향에서 지하철을 기다린 뒤 올라탔다. 홍대역에 도착하자 꽤 많은 자리가 났는데, 어떤 여자 둘이 하필이면 내쪽으로 돌진해 뛰어들어 내 발을 콱 밟았다. 그러고는 내 옆에 앉아서 숨을 헐떡이며 재잘거렸다. 내가 인상을 쓰자 내 발을 밟은 여자가 "죄송합니다"라고 했고 그 옆에 앉은 여자가 "아프대?"카지노 게임 물었다. "체중을 실어서 밟는데 안 아프겠어요?" 내가 쏘아붙였다. 남한테 그렇게 쏘아붙여본 적도 잘 없다. 둘은 계속해서 소리를 높여 가며 떠들었다. 맥도널드 햄버거가 맛있는 이유에 대해, 하루에 두 개씩 먹으면 살도 빠지고 피부도 예뻐진다는 오렌지의 효능에 대해, 몇 년 전 먹은 피자 때문에 생겼다는 트라우마에 대해... 나는 가방에서 헤드셋을 꺼내 쓰고는 이 세계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술, 담배, 커피, 차, 초코 셰이크,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 주인공이 세 마디에 한 번씩 욕을 뱉는 영화, 또... 나는 헤드셋을 뚫고 쳐들어오는 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욱신거리는 왼쪽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미 늦었지만 늦은 이유에 대해. 아, 초코셰이크가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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