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하고도 몇 달간 일을 하지 않다가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주스를 한 잔 마시고 도시락을 싸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빠르면 저녁 8시, 늦으면 9시 30분을 넘길 때도 있다. 작은 디자인 회사라 야근이 잦다. 회사에서 종일 글자를 들여다보는 일을 하기 때문에 퇴근 후엔 한 글자도 보기 싫고, 그럼 내 글은 언제 쓰지? 하는 의문이 남지만 이 의문도 피로에 슬며시 지워진다. 착착착, 쉴 틈 없이 바쁘게 신작을 내는 작가들-심지어 그들도 직장인인 경우가 태반-을 보면 존경과 동시에 자괴감이 들지만 매일 성실하게 출근하고 도시락 싸는 것만 해도 기특하다고 나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오월엔 일이 아닌 글들을 좀 더 읽고 쓸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