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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Mar 28. 2025

아무 무료 카지노 게임

지옥불이 넘실거리는 뒤틀린 황천 골반춤

실인즉 난 남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은 다 갚아야 하니까. 그 갚는게 싫어서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받지도 딱히 베풀지도 않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특히나 아버지의 상을 치르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면 남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받지 않고도, 베풀지 않고도 살아갈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무료 카지노 게임는 가려서 받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 사건이 있었다.


갓 20살이었다. 이후 연락이 끊긴 여사친과 안양의 모 술집에서 대작하는데, 갑자기 시키지도 않은 안주가 나왔다.잘못 왔나보네요. 저희는 시켰는데요?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알바생은 매우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 그게... 저쪽 테이블에서 보내주시는 건데요.


세상에, 서양인이 나오는 영화 등에서나 봤던 장면이었다. 보통은 분위기 있는 바에서, 멋진 카이저수염을 기른 바텐더가 정중하게 드라이 마티니를 (흔들지 않고 저어서)건네며 저쪽의 무료 카지노 게임께서 보내주시는 겁니다, 하기에 고개를 돌려보면 저쪽어둑한 조명 아래 화려하게 입은 금발 미녀가 살짝 눈길을 주거나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에게 안주를 보내준 그 아저씨는 촌스러우리만큼새카만 머리칼에, 홀로 4인석 테이블에 자리잡고 그 위에 산더미처럼 쌓은 안주와 술을 우물거리고 있을 뿐이었다.무엇보다그곳은 너무나도 밝고 떠들썩한, 누룽지 막걸리를 주력 매출로 삼는 민속주점이었다.


여사친은 찜찜하다고 했지만,난 순박하게 그걸 받아먹었다. 그리고 웃으며 우리가 연인처럼 보이는 모양이라고, 어린 연인이 귀여워서 저 '아저씨'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보이는 모양이라고 했다. 여사친은 더욱 얼굴을 찌푸렸다.


바보야, 아저씨가 아니라 아줌마야!


나는 뜨악했지만, 너무 놀란 기색을 보이면 나에게 무료 카지노 게임를 베풀어준 아저... 아니 아줌마에게 실례가 될까 싶어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그 뒤로도 저쪽 테이블의 무료 카지노 게임께서는 계속해서 무언가 보내주셨다. 안주를 다 먹으면 안주가, 술을 다 마시면 술이 나왔다. 여사친은 뭔가 이상하다고 입에도 대지 않았기에, 거의 모조리 내 입으로 들어갔다. 저쪽 테이블의 무료 카지노 게임의 지갑과 내 뱃속의 여백 중 무엇이 먼저 바닥나느냐의 싸움이었고, 몇 시간 후 나는 내 생애 가장 기분 좋았던 패배를 경험했다.


머리 꼭대기까지 취한 나는 가난한 스무살이었음에도 호기롭게 내가 계산하겠다고 했고, 물론 내가 계산할 것은 닭똥집 한 접시에 누룽지 막걸리 한 사발 뿐이었지만, 하여간 저쪽 테이블의 숙녀분께 잘 먹었다고 정중히 인사한 뒤 카운터로 가서 지갑을 꺼냈다. 그 때였다.


텁.


오른쪽 어깨 위에 여래신장이 떨어진 기분이었다.누군가 내 어깨에 장격을 출수했... 아니, 어깨를 짚었다. 워낙에 취해있었기에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더니, 아니 글쎄, 분명 저어쪽 테이블에서 눈길도 주지 않고 술만 자시고 계시던 무료 카지노 게임께서 어느새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은 갈급함이 느껴지는 어투로 말했다. 학생,


다 먹어놓고 어딜가?!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과 함께 끔찍한 공포가 몰려왔다. 그 근간은 숙녀분의 대사보다는, 대사와 함께 이어진... 뭐랄까, 굳이 표현하자면, 순식간에 뒷배경이 지옥불로 넘실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뒤틀린 황천의 골반춤이었다.


내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순식간에 술에서 깼다. 아마 그 순간엔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해도 무료 카지노 게임것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왜 이러세욧!


나는 얼른 여래신장을 뿌리치고 계산도 잊은 채 홀로 술집 밖으로 도망쳤다. 친구를 버리고 갈 수도 없었지만 술집으로 되돌아갈 용기는 더더욱 없어 근처 화단에 숨어서 지켜봤다.


잠시 후, 여사친이 하늘을 보고 껄껄 웃으며 나왔다.어떻게 됐어?알바랑 싸우고 있어.그래? 오늘 너무 즐거웠다. 다음에 봐!커피나 하자는 여사친도 뿌리치고 그대로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나쁜 친구는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뒤로 다시 본 적은 없다. 그러고보니 수 년 후에 애니팡 하트를 보내준 적은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쨌든 살아갈 작정인 이상 누군가의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받지 않을 도리도, 무료 카지노 게임를 베풀지 않을 도리도 없다. 그러나 그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받기 전에, 혹은 베풀기 전에 한 번 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지옥불 뒤틀린 황천 골반춤이 내게 준 교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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