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메모를 남기는 학도병처럼
현재 시각은 새벽 5시 30분. 나는 지금 카카오로 부른 택시를 타고 출근 중이다. 강원도로의 출장이 어제 퇴근 1시간 전에 결정 됐다. 평소 직원보다 1시간 일찍 퇴근하는 사장이 곧 퇴근할 생각에 싱글벙글하는 나를 보며 말한 것이다. 얘도 내일 데려가냐?
그 한마디로 나의 출장은 결정되었다. 뭐 이런 돼먹지 못한 경우가 다 있는 지 알 수 없다. 노동자에 대한 이런 종류의 무례는 수 년 전 적도 아래 남방 오랑캐들의 플라스틱 사출 공장이후 처음 겪어본다. 아 전직장에서도 겪어봤던가? 맞다 편의점에서도 겪어봤다. 어라? 왕궁수문장에서도 겪어봤다. 빡쳐서 전 직원이 지켜보는데서 미국 로비스트 출신이라는 사장과 설전을 신청해 받아들여졌고 분위기를 점차 고조시키다가 마지막 순간 전날 고용노동부 노무사에게 확인한 노동법 몇 조였는지를 꺼내들어 사장 명치에 촌철을 꽂았다. 난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동료들은 골리앗이 무너진 것처럼 놀랐다. 동료들은 흥분카지노 쿠폰 노조를 만들자느니 니가 위원장하라느니 했고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발을 뺐고 어처구니 없게도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병신들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눈만 끔뻑이며 당하고만 있었으면서. 아직도 가끔 덕수궁 앞을 지나가면 말하고 싶다. 늬들 연차 생긴거 내 덕분이라고.
뭐 하여간 생각해보니 이런 무례따위 밥먹듯 당해왔으니 별 특별할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 그건 기분을 누그러뜨릴 이유가 아니라 더 빡쳐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화를 내기도 뭣하다. 그렇다고 내 어머니의 오빠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고보니 며칠 전 큰이모가 전화로 뭔가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하셨던게 가족을 신고해서는 안된다는 뜻이었나 보다. 역시나 당신은 다 아는 듯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 다 아신다.
사무실에 도착했다. 차 없는 카지노 쿠폰에 택시타면 25분 걸릴 길을 버스로 1카지노 쿠폰씩 걸려 오가고 있었구나. 수습기간이 끝나면 중고차 한 대를 장만해야 할까? 아니다. 그건 이 공장에 나를 더욱 단단히 묶는 꼴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돈이 지속적으로 들어갈 일은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옳다.
출발. 강원도까지는 한카지노 쿠폰 반. 생각보다 너무 이른 카지노 쿠폰이라, 중간에 어딘가 들러서 밥을 먹을 예정이라고 한다. 정작 출발하고 보니 나쁘지 않다. 뒷자리에 실려서 잠을 자든 이렇게 글을 쓰든 할 수 있으니까. 이제 남은 유일한 불만은 지금 이 카지노 쿠폰에 포괄임금제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합법 아니냐고? 디킨스의 시대에는 아이들의 탄광 노동도 합법이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까 택시 영수증을 안 챙겼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백미러를 보며 영수증을 깜빡카지노 쿠폰 매우 죄송하다는 표정을 연습한다. 어딜 가든 경리 심기는 안 건드리는게 이롭다.
가평 휴게소에 도착했다. 꼬치어묵우동을 먹었다. 어묵은 물에 담갔다 그대로 빼온듯 날것에 가까웠고 국물은 맹물 같다. 이런걸 그 가격 받다니 인의예지도 도리도 염치도 땅에 떨어진 세상이다. 물론 세상은 늘 엉망진창이었으므로 이 또한 새로울 것은 없다.
홍천에 도착했고, 두어시간 어리버리 까다보니 복귀다. 뭔가 허망하다. 앙증맞은 1톤 2.5톤 차량에 비해 15톤 짜리는 운전석 올라가는데도 무슨 마징가 제트에 탑승하는 듯 했다.
워낙에 한 게 없어 민망한 마음에, 장거리에 지루해하시는 본부장님을 위해 엔터테이닝을 시전했다. 내가 소싯적엔 봉천동 황금이빨이라는 명예로운 별호로 불린 적이 있다. 만족해하시는 부장님의 비해 대리의 눈빛엔 어쩐지 약간의 경멸이 스며든 느낌이다. 뭐, 왜, 내가 뭐?
강원도의 공기는 맑고 산너머 산, 그 너머에 산이 있다. 한껏 불평을 터뜨렸지만 실인즉 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