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쏘다
- 운명을 쏘다 -
어쩌면 우리는 유리를
향해 돌진하는 새와
같은 시간 위에 있는
지도 모른다
오로지 보이는 대로
날고 날았을 뿐인데
정말 그랬을 뿐인데
갑자기 목적지 목전에
나타난 자신의 모습을
새는 거부하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자신을 영정 사진 보듯
보는 유리 안의 자신을
새는 깨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을 향해
부리를 힘껏 당겼는
지도 모른다
과녁에 닿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쏠 수밖에없는
운명을 타고났음을
새는 직감으로 아는
지도 모른다
화살 한 대가지지 못한
나는 빈 활만 당겼다
시간이 길게 휘어졌다
추락하는 새가 화살이 되는
순간 시위를 놓았다
추락하는 새가 내게 와 박혔다
유리 안 새 옆에 내가 걸렸다
추락하는 내 눈이
나와 마주쳤다 그 순간
운명에 금 가는 소리가
천둥소리보다 크게 났다
구급차는 벚꽃 지는
속도로 오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