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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Feb 07. 2025

카지노 게임 염려증도 유전이 되나요

10짤된 조카가 건강 염려증이 있다. (조카는 감기에 자주 걸리는 것 외엔 건강하다...) 그런데도 어디가 조금만 아프면 극단까지 생각을 밀어올렸다가 내려온다. 물론 10짤이 생각할 수 있는 극단까지지만. 지난 번에 언니가 조카의 건강 염려증을 들먹이며 나를 지목했다. 너한테 유전된 것같다고. 귀여운 조카가 나랑 닮은 점이 있는 건 너무 좋지만, 그게 하필 건강 염려증이라니. 그렇지만 나는 건강 염려증이 아니고 정말 건강이 안 좋은 건데...?


나중에 내가 오래 살아서 70이나 80살(어쩌면 90살)쯤 되면 사십대 중반인 지금을 웃으며 회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땐 그렇게 골골대더니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생각하며.얼마 전에 언니한테 농담조로 나는 오래 살진 못할 것같다고 말했는데(나는 원래 나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데, 그땐 정말 큰 맘 먹고 부정적인 말을 했다...), 언니가 헛웃음을 웃으며 너는 오래 살 것이고, 할머니가 됐을 땐 내 유전자 하나하나까지 다 꿰고 있을 거라고 했다. 나 역시 (조카를 닮아?) 몸 어디가 안 좋으면 정보를 찾아보고 찾아보다 극단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곤 하므로.


물론 지금까지 나를 찾아온 병들은 나의 수명을 단축하진 않는 것이라고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증상이 지나갔다 싶으면 새로운 증상이 찾아오고, 심지어 배로 불려 찾아오고 있으니, 스트레스때문에 수명이 단축될 지경. 몸이 안 좋아질 때마다 (언제나처럼) 또 카지노 게임 서적을 급주문해 (나보다 더) 바닥까지 내려갔던 사람들이 카지노 게임해지는 과정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고 식단을 관리하는데, 과연 이번엔 오래갈까?...


이번엔 수전증이 찾아왔다. 언니, 나 수전증이 생겼어. 언니한테 말하니 언니는 오래전부터 글을 쓸 때 손이 떨려 남들 앞에서 못 썼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 이 순간 나는 나의 악필을 떠올렸고, 나 또한 오래전부터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어 남들 앞에서 제발 쓰지 않게 되길 바라왔다는 것 역시 떠올렸다. 혹시 나의 악필은 수전증 때문이었던 걸까, 싶고.


검색을 해보니 수전증도 유전이 된다고 한다. 언니와 나는 같은 수전증 유전자를 물려받은 건데, 나는 지금 언니보다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해진 상황인 듯하다. 어제는 집 앞 신경외과까지 갔다 왔는데, 의사샘이 말하길 "제가 보기엔 큰 문제 아닌 것은데 얼굴을 보니 원인을 꼭 알아야겠다는 것처럼 보이네요. 정확한 원인을 알려면 신경외과가 아닌 신경과를 가셔야합니다. 의뢰서 써드릴게요"라고 말했고, 나는 신경과를 가는 대신 마그네슘을 구입하는 것으로 이번 걱정은 우선 마무리하기로 했다.


카지노 게임만 하면 정말 하루하루가 가뿐할 것같지만, 매일매일 가뿐한 하루가 이어지면 거기가 바로 천국이겠지.

이것도 다 인생이다..., 생각하며 오늘도 흘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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