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연인이 헤어지는 이유에 관하여
카페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선택한 메뉴가 바로 내가주문하려고 했던 메뉴였다. 아메리카노도 라테도 아닌 남들이 보기엔 왜 여기까지 와서 저런 걸 먹지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조금 독특한 차였다. 얼굴도 모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나와 똑같은 것을 주문하고선 자기 자리로 가져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 보니 다른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은 비슷비슷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 그 남자와 나는 서로 똑같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점점 날씨가 따듯해져서 시원하고 구수한 평양냉면이 생각났다. 같이 갈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없어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혼자 들어와 앉았다.
나이도 나와 비슷해 보이는 데다가 나처럼 혼자서라도 이 묘미를 즐기러 일부러 찾아왔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다. 그것도 서울 시내에서 유명한 오래된 이 냉면집을 퇴근길에 들르다니.
주말이 되었다. 코로나 이후로 가보지 못했던 취미를 즐기기로 했다.
동네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한증막 사우나에 들어가 앉아 하염없이 상념에 빠져 있는 일이란 설령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이토록 긴장을 풀어주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인생은 정반합이라고 싸우나와 냉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깃털처럼 날아갈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드디어 주말이 왔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함께 충청도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맥주를 따놓고 시끌벅적 친구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가 남자 한 명을 데리고 왔다며 소개를 해주었다.
인사를 나눠보니 해맑게 웃는 그 남자의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아침에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치는 것처럼 그 남자의 눈빛에서 상쾌한 빛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보니 이 남자가 경험해 온 중에서 많은 게 나와 겹쳤다. 나는 순간 이 남자와 내가 결이 맞다고 판단했다.
평양냉면을 좋아하고 커피보다는 차를 즐기며, 해가 쨍쨍한 날보다는 비 오는 날과 흐린 날 마음이 더 차분해지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모습에서 공감하기가 쉬웠다. 그래서 내 친구들도 그렇고 나 또한 이 남자와 결이 맞다고 생각했다.
주위에서도 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경험이 서로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를 연결시켜 주려는 노력을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해줬다. 캠핑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도 그 남자를 따로 부를 정도로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었다.
어느덧 그 남자와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나는 그 남자와 결이 맞다고 생각했다.
요즘 다들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결이 맞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관계를 이어나가라는 세간의 이야기가 마치 내게 하늘의 선물인 것처럼 뚝하고 나타난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사귀자고 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와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이 맞았다고 생각했을 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과거의 경험도 너무 비슷했고 좋아하는 것들도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같았고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를 즐기는 점도 비슷했다.
그래서 나는 그 남자와 결이 맞다고 생각했으며, 더더욱 이를 부추긴 것은 그동안 이렇게 비슷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슬픔이 마음에 넘쳐서 내 말속까지 스며들었다.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들을 회피하기 시작했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많은 곳도 꺼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생각나는 L오빠가 있었다. L오빠라면 무슨 말이라도 해주겠지, 그리고 나도 무슨 말이라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그 오빠에게 연락했다.
운을 띄우듯이 답답한 속내를 내비치니깐 L오빠는 산책을 하면서 얘기를 하자고 했다. 때마침 너무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지못해 L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L은 우리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만나기 어렵다고 하는데, 실제로 L과 나는 그리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었다.
만나려고 한다면 언제든 쉽게 만날 순 있었겠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생각을 L도 나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공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L이 저만치에서 나타나자 서로를 알아본 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잘 지냈었냐고 안부를 묻던 L에게 사실 그렇지 않았다면서 최근에 실패로 끝난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 안부를 묻던 L에게 나 또한 안부를 물었어야 했는데 이미 내 마음속에 여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내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L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려보면 왜 그렇게 내 얘기만 하게 되었는지 생각만 해도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내 얘기를 한참 듣던 L은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꺼냈다. "너희 두 사람의 결이 같다고 주변에서 말하고 너도 느꼈다고? 그렇게 믿었다고?"
L이 이런 말을 꺼냈을 때는 한숨을 푹 쉬면서 맞다고 대답했다. 그랬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놓쳐버린 데에 따른 실망감, 죄책감 그리고 자신에 대한 끝없는 책망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결이 같다고 판단한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믿었던 거야?"
"그야 서로 좋아하는 것들이 같고, 어렸을 때부터 겪었던 경험들이 너무 비슷한 것들이 많았어. 그 남자의 얘기를 들으면서 언니들도 나한테 너랑 결이 같다고 말했을 정도였어."
"그렇다면 너와 결이 같다고 믿을 정도의 사람과 헤어진 건 왜 그랬던 거야?"
사실 나는 L에게 헤어진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그제야 그 사실을 깨닫고선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되었다.
"있잖아. 연인들은 성격이 달라서 헤어지는 게 아니야."
한참 동안 말이 없던 L이 이런 엉뚱한 말을 꺼냈다. 나는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는 눈빛으로 L을 보고 있었다.
"뭐가달라서 헤어지게 되는 걸까? 그게 뭐냐면 가치관이 달라서 헤어지는 거야. 성격이 다른 걸로 헤어지진 않아. 성격이 달라서 싸우거나 갈등이 생길 순 있지만 정작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건 다른 성격이 아니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야."
L의 말이 맞았다. 나도 그와 헤어졌던 이유가 바로 한 가지 사건을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그와 내가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했을 때 그가 나에게 시간을 갖자고 말했었다. 일단 알았다고 했지만 난 그가 말한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되는 시간인지 알 수가 없었다.
조바심이 나서 참지 못해 하루가 지나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잠자코 있던 나는 내심 무시받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모욕감을 은연중에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시간을 갖자고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걸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나는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고 결국 분노가 터진 나머지 영영 그를 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더욱이 나는 답답한 나머지 이러한 상황을 아는 언니들에게 죄다 말해버리고 말았다. 언니들은 내 얘기를 듣더니 분개하면서 '너를 무시한 것이다, 그런 남자는 만나면 안 된다, 정말 나쁜 놈이다'라는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러한 얘기까지 L에게 들려주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후회하는 심정으로, 마치 배 속의 내장을 모두 토해내는 심정으로.
"P야, 연인들은 싸워서 헤어지는 게 아니야. 남의 말을 듣고서 헤어지게 돼. 그런데 두 사람 사이의 일은 두 사람이 가장 잘 알아. 아무리 답답하고 힘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너희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말해선 안 돼. 너희 두 사람의 운명결정권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양도해서는 안 돼."
L의 말을 듣고 나서 머리가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고개를 떨구고 시선을 내리깔면서 나의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최대한 인정하는 것을 가급적 미뤄왔었구나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에 대해서도 좀 얘기할게. 아무리 봐도 이게 원인이었던 거 같기도 해. 네가 아는 언니들이 그 사람과 네가 결이 맞다고 했다고 했다면서? 보통 사람들이 결이 맞다고 하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L의 질문을 듣고 보니 결이 맞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아무 조심성 없이 '결이 맞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찾고 있지 않던가.
"결이라고 하는 걸 잘못 쓰고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나뭇결, 물결처럼 결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결의 의미를 파악하지도 않고 남발하는 거 같아. 지그재그 무늬가 서로 딱 들어맞을 때 결이 맞다고 하는 게 아니야. 방금 한 말은 비유이긴 한데. 자세히 말한다면 평양냉면을 좋아하거나 싸우나가 취미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게 같다는 건 결이 맞는 게 아니라 취향이 비슷한 것뿐이야. 너희들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잘못 파악한 것 같은 거야."
"그러면 결이 맞다는 건 뭐가 맞다는 거야?" 심각한 표정이 되어버린 나는 L에게 되물었다. 이것을 알아야 뭔가 실마리가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이 맞다의 결은 성품이나 그 바탕을 말하는 거야. 성품의 바탕이라고 한다면 그 사람의 가치관이라든가 세계관이겠지. 그래서 너희 두 사람이 어떤 사건을 두고 첨예하게 의견 대립이 일어났을 때 파열음이 날 수밖에 없었던 거야. 너희 두 사람은 성품의 바탕이 달랐으니까. 가치관이 달랐기 때문에 같은 사건을 두고 바라보는 면이 달랐어. 그래서 의견을 조율할 틈도 없이 각자의 성품대로 일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게 되었던 거야. 그런데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하게 되면서 그 일에 가속도가 붙었던 거야."
나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여전히 고개를 들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마음이 아픈 나머지 큼지막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L에게 들키지 않고 혼자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어깨가 흠칫흠칫 떨렸는지 내 모습을 보고 L이 말했다.
"미안해. 아픈 델 찔렀지? 이제 그만 걷고 맥주나 한잔 하러 가지 않을래? 그리고 나도 그래. 나도 위로 좀 해주라."
피해자라는 말에 몰래 울고 있던 나는 손으로 급하게 눈물을 훔치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L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 여자가 있었어. 그 여자도 너처럼 조언을 구했나 보더라고. 눈빛이 예전과 완전히 달랐어. 그리고 떠났어. 그 사람도 가치관이 달랐던 모양이야."
쏟아지던 눈물 때문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 보였다. 나는 다시금 그 남자가 떠올라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