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Mar 11. 2025

나 카지노 쿠폰국 안 먹어

중학생 쉽지 않다


카지노 쿠폰국에 밥 말아줄게


중3 딸아이가머리만 쏙 내놓은 채 이불 안에 돌돌 감겨있었다. 나는 보았다. 정수리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한번 더 물어보았다. "먹을 거지?"정수리는 또다시 응답했다. 긍정의 끄덕임으로 굳게 믿었다.



거실 식탁 위에 카지노 쿠폰국에 밥 말아놓은 그릇을 올려두고 큰방으로 들어갔다. 5분 10분 지났나. 조용하다. 안 나왔다. 국물이 다 불어서 밥알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제야 방에서 나온 큰아이는밥그릇은 거들떠보지도않고 "먹지"라며 냉장고 문을 연다.

"카지노 쿠폰국 안 먹어"

"어제저녁에 안 카지노 쿠폰서오늘 아침에 먹는다 했잖아. 그리고 아까 먹는다고 고개 끄덕였잖아"

"내가 언제?"라고하더니시리얼에 우유를 붓는다.



말문이 막혔다.바로 싱크대에 밥그릇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이럴 때일수록침착하려고 사춘기에 대한 책도 보고 글도 쓰는것이 아닌가.자리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아이가 등교할 때까지 큰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엎드려서 책을 읽었다.

문이 열리더니 등교하기 전 인사를 한다.

"갔다 올게요"

"어"


마음속구에 불덩이가 한 줌 식었다.거실로 나와 퉁퉁 불은 밥을 냄비에 부어 팔팔 끓였다. 국물은 없지만 덕분에(?) 든든히 먹고 출근하였다.






어제 아침에도 카지노 쿠폰국을 먹었다. 저녁에도 학원에서 오면 주려던 소고기 국이었다. 녁 담당인 도 늦게 퇴근해서 내가 저녁을 준비했다. 목살 세 덩이가 있었다. 나와 딸 둘이 먹으려니 좀 모자랐다. 나는 적게 먹고 딸 주려고 몇 점 더 남겨두었다. 국도 있고 시금치나물도 무치고 다른 반찬도 있으니 이대로 먹으면 충분하다 싶었다.

집에 오자마자 큰딸은 "고기 이거밖에 없어?" 하더니 국은 안 먹는단다. 라면 안 주려고 저녁 준비해 놨더니고기 있으니 비빔면을 먹는단다.(맛있는 건 알아가지고) 대신 소고기 국은 내일 아침에 먹는다고 했다. 아침 줄게 있어서 다행이었다.



내일 아침 뭐 먹냐는 질문에 카지노 쿠폰국에 밥말아준 다니"싫어"(그새 마음이 바뀐다), 삶은 달걀 줄게. "싫어" 과일 준다 해도 "싫어"

그냥 주면 주는 대로 먹으면 안 되겠니? 이럴 때마다 진짜 굶기고 싶다. 쫄쫄 굶어봐야 감사한 줄 알고 먹을 것인데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침메뉴로 제일 만만한 달걀밥도 싫단다.난감하다. 줄 수 있는 게 다. 안 그래도 음식에 자신 없는데 더 잘해줄 생각은 않고 기운만 빠진다.



매일 아침에 뭘 먹을지 물어보고 대답해 주면 한번 만에 승낙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초등학생 때는 밥이랑 김만 줘도 좋다고 먹던 아이들인데 쉽게 키웠다. 중학생 쉽지 않다.

카지노 쿠폰


아침에뜨끈한 국물에 밥 먹고 등교하면 얼마나 좋아. (둘째는 아침과일을 좋아한다) 밥도 안 먹고 갑자기 시리얼을 먹는다니 뒷골이 겼다. 시리얼은 내가 못 일어났을 때 최후의 수단인 것을. 아침 주려고 일찍 일어났더니 평온한 마음에 불씨가 화르륵 붙었다.



소고기 국을 좋아한다. 주말에 친정엄마가 끓여주었다. 나는 왜 딸에게 소고기 국을 먹이고 싶어 했을까? 내가 좋아하는 국이라서 딸이 같이 좋아해 줬으면 했나 보다.나는 아침을 안 먹어도 딸은 밥을 먹이고 싶었다. 참 모른다 몰라. 중학생은. 아니 내 딸은. 나중에 결혼해서 너랑 똑같은 딸 낳아라! 그때 돼야 내 마음 조금이라도 알라나.

적다 보니 우리 엄마 심정인가. 지난달 친정 가서 밥 먹으라는 소리에 라면 끓여 먹은 게 생각났다. 그렇네. 나도 똑같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