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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향 Jul 31. 2024

삶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만나는 것

만성비염 치료 때문에 2년 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녔었다. 처음 몇 달은 한 주에 한 번, 두 주에 한 번씩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니다가 1년 동안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갔다.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오전 10시가 나의 예약시간이었다.

병원에 가는 날에는 하루의 루틴이 정해져 있다. 9시 20분쯤 집에서 출발하면 10시쯤 병원에 도착한다. 치료를 받고 나면 대략 11시 30분쯤이 된다. 그럼 병원 근처에 있는 이마트 푸드코트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마트로 가는 길에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지만 결론을 늘 같다. 날이 더워지기 전에는 미소라멘, 여름이 시작되고는 비빔국수. 거기에 맥도날드 콜라 한잔을 추가하면 나의 고정 메뉴가 완성된다.

배를 채우고선 장을 본다.직장에서 매월 첫 번째 일요일에 회의가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오는 날 간식을 사면 타이밍이 적절하다. 회의 때 먹을 간식을 사고, 집에 필요한 것들을 산다. 카트 한가득 채워 장을 보고 나면 피곤이 살짝 오면서 나른해진다. 한 잠잤으면 싶지만 이 상태로 집에 가면 늘어지기 밖에 더 하겠나 싶어 나온 김에 할 일을 최대한 하고서 들어간다. 사무실에 들러 잠깐 글을 쓰거나, 운동을 가곤 했다. 볼 일을 충분히 보고 저녁시간이 되기 전 집에 들어가 아빠와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면 나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이게 1년 동안 특별한 변동 없이 유지했던 마지막 주 월요일의 루틴이었다.

이번 달 온라인 카지노 게임 갔더니 치료가 마지막 회차라고 했다. 비염치료 때문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찾을 일은 더 없었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왔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더 이상 오지 않게 된다니 약간의 허전함이 찾아왔다. 병원오던 이 시간에 이제 멀하지라는 물음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침대에 누워 치료받으면서 자는 게 꿀잠이었는데 그것도 괜히 아쉬웠다. 선생님이 차트에 ‘30회’라고 적으면서 ‘오늘이 마지막이네요. 다른 데 불편 한 곳이 있으면 언제든 오세요.’라는 말에 병원에 올 이유를 적극적으로 찾을 뻔했다. 비워지는 시간에 대한 허함과 내 삶에 어떤 한 부분이 종료가 되는 듯한 상실감을 잠깐 느꼈던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헤어짐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헤어짐은 상실감을 안겨주거나, 공허함 혹은 결핍이라는 감정을 던져주고 갈 때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숱한 헤어짐을 경험하면서 산다. 그런 감정들은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와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고 다니던 직장을 퇴사를 할 때도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다.

얼마 전 책 한 권을 다 읽은 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양희은선생님의 ‘그러라 그래’인 듯하다. 책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서 뒤표지를 덮는 순간 마치 책과 헤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쉬움에 표지를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고, 군데군데 줄 그었던 부분을 다시 펼쳐봤다. 그렇게 책을 다시 한번 찬찬히 보고 나니 그 책과의 만남이 완전히 끝이 났다. 이제 이 책은 책꽂이 한 귀퉁이에서 내가 만났던 책이라는 기억과 기록으로 오랜 시간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그리곤 이내 내 손에는 한가득 쌓여있던 책 중에 한 권이 다시쥐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겪게 되는 만남과 헤어짐이 한 권의 책을 만나고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새로운 책을 집어들 때의 설렘, 읽는 동안 즐거움, 마지막 장을 덮을 때의 아쉬움 그 모든 것이 삶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과 비슷했다. 어떤 책들은 도저히 읽히지 않아 꾸역꾸역 넘어갈 때도 있고, 또 어떤 책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마지막 문장을 마주할 때도 있다. 배움과 성장이 있고, 재미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긴장감이나 깊은 고뇌를 느끼게도 한다. 삶을 가볍게도 하지만 때론 끝도 없는 무거움에 빠져들게도 한다. 그런 모든 것들이 삶이 되는 것이다.

한 권의 책 안에서도 한 챕터가 끝나면 다른 챕터가 기다리고 있고, 한 권의 책이 끝이 나면 다른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다 읽은 후 책꽂이에 꽂힌 책은 그대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양분과 추억이 되는 것이고,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책은 현재의 나를 채워가고 있는 삶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다. 누군가, 무언가와의 만남과 헤어짐도 다를 게 없다. 끝나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계속 붙들기보단 이후에 마주하고 채워질 것에 대한 설렘으로 빈 공간을 채워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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