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든든하다.
그냥 글을 써야 할 것 같아서 노트북을 열었다. 글을 쓰고 싶은데, 글은 꾸준히 써야 하는데 무엇을 쓸까 생각하며 일단은 로그인하고 손가락을 움직여 본다. 요리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 요리라는 단어는 너무 거창하니 먹고사는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한 동안은 직장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집에서 음식 할 여력이 없어 사 먹는 게 많았다. 일이 조금 정리가 되고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일까 다시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오늘은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돌나물을 샀다. 무도 집에 있어야 할 거 같아서 하나 집어 들고, 찌개용 돼지고기도 한 팩 잡아 들고는 집으로 왔다. 직장에서 늦은 간식으로 치킨을 먹었더니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아 저녁으로 미니컵라면 하나를 먹었다. 라면 국물을 마시니 어제 담가놓은 막걸리 생각이 난다. 사실 라면 국물은 핑계고 그냥 막걸리가 먹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시원해진 막걸리를 나무로 만든 잔에 담아 한 그릇 들이켰다. 탄산도 달달함도 적당하니 맛이 참 좋다. 선물 받은 키트로 만든 막걸리인데 만드는 재미도 솔솔 하고 맛도 있다. 이참에 집에서 막걸리를 담아 볼까 싶다.
사 온 돼지고기로는 김치찌개를 끓여놔야겠다. 먹기 좋은 크기로 김치를 썰고 고기와 함께 푹 끓인다. 파도 미리 송송 썰어놓는다. 김치찌개가 끓는 동안 돌나물을 씻어서 건져놓고 설거지를 하다 보니 찌개가 제법 끓은 것 같다. 김치찌개에는 소스를 많이 넣지 않는 편이다. 다진 마늘, 간장, 참치액을 넣고 찌개 간을 맞춰보는데 생각했던 맛이 안 난다. 소금을 살짝 넣고 다시다도 조금 넣어본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은 정도의 맛이 되었다. 요즘은 찌개든 국이든 한 번 끓이면 양이 자꾸 많아진다. 비축해 두고 싶은 본능인 것 같다. 찌개 절반은 뚝배기에 덜어서 아빠가 내일 드실 수 있게 해 놓고, 절반은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둔다. 마음이 든든하다.
적당히 물기가 빠진 돌나물을 무쳐야겠다. 이렇게 저렇게 대충대충 알 거 같은데 고민하고 싶지 않아 레시피를 찾아봤다. 정량은 아니지만 대충 맞춰서 양념을 만들었다. 새콤하니 냄새가 제법 괜찮다. 장갑을 끼고는 스스슥 돌나물 구석구석 양념이 들어가도록 무치고 마지막에는 깨를 솔솔 뿌려 마무리를 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김치 말고 다른 반찬이 또 채워졌다. 마음이 뿌듯하다.
그저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생명이 다해가는 느타리버섯과 청경채를 구제했다. 청경채은 살짝 데쳐서 된장에 조물조물 무쳤다. 처음 해봤는데 머 이 정도 맛이면 됐다 싶다. 주방정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야채칸을 열었는데 검은 봉지가 보인다. '이건 머였더라?' 시금치가 한 움큼 들어있다. 지인이 나눠준 남해 시금치이다. 이 녀석도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 꺼냈다. 구정 전에도 시금치를 한가득 받아 무침을 해서 지인들한테 다른 반찬과 함께 나눠준 적이 있었다. 그땐 처음 해보는 양에 데치는 시간을 실수해 식감을 완전 잃었다. 이번엔 실패하지 말자 싶어 벌써 꺼내도 되나 싶은 타이밍에 시금치를 꺼냈다. 찬물에 한번 행군 후에 물기를 짠 후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이번에는 간 마늘을 평소보다 많이 넣어봤다. 마지막에 참깨까지 솔솔 뿌려서 간을 보는 데 내가 만든 거지만 참 맛난다. 이 맛에 요리를 하나보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가장 큰 부담은 먹고사는 문제였다. 어떻게 먹고살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 먹고살지?'에 대한 짐이 컸다. 동그랑땡 하나도 직접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먹인 엄마를 보면서 자랐다. 밖에 음식을 먹는 일도 자주 있지 않았고 웬만한 것들은 엄마가 직접 요리를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라서일까 반찬을 사 먹는 게 익숙지 않았다. 다행히 요리에 겁도 없고 못하지는 않아 반찬, 국, 찌개 등을 얼마간은 직접 해봤다. 내가 먹고 싶을 때 하는 요리가 아닌 의무감이 더해진 요리를 하다 보니 점점 버거워졌다. 직접 다 해야 한다는 마음과 잘하려는 마음을 비워냈다. 단골 반찬집이 생겼고 집에서 배달 음식을 먹는 횟수가 조금 늘기도 했다. 그랬더니 마음도 편해졌다. 꾀도 늘었다. 방금 만든 국이나 찌개를 선호하지만 다 완벽할 수는 없기에 어느 정도 포기하기로 했다. 한번 할 때 2,3인분의 양을 한 후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그럼 아빠는 내가 없는 밥시간에는 냉동실에 있는 것들을 꺼내서 데워먹는다. 정신없이 며칠이 지나면 냉동실은 점점 비워져 가고, 김치 말곤 반찬이 없는 날도 있지만 그 마저도 적당히 적응해 가는 것 같다. 아빠는 아빠 나름의 레시피와 루틴을 찾아가고 나는 내 나름의 방식으로 내 주방을 꾸려가고 있다. 세상엔 맛있는 것이 참 많고,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돈이 덜 들고, 어떻게든 먹고살아지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