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습관적으로 듣고 있는 음악파일이 있다. 오늘은갑자기 가사가 궁금해졌다. 꽤 유명한 팝송이지만 가사를 찾아 본 적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가사를 찾아 확인하니 역시나, 두어 곳 단어가 틀렸다. "from heart"로 들었던 단어는 "from home"이 원래 가사였다. 그 노랫말이 쓰인 배경까지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heart”보다는 “home“이 들어가야 맞는데 이 당연한 걸 생각도 안 해 보고 살았다.
십수년을 들었으면 뭐 하나, 오늘에서야 찾아본 노랫말 하나만으로 어느 순간 내가 얼마나 무뎌졌는지, 출퇴근길 나를 따뜻하게 해 준 음악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허무하게 밝혀지고 말았다.
내친김에, 몇몇 가수의 버전으로 리메이크된 노래들도 주욱 들어보았다. 아, 웨스트 라이프 버전이 있다. 그 시대의 아이돌 그룹. 중고등학생 때 책상 위 스탠드를 켜두고, 공부한답시고 분위기 잡고 있으면, 라디오에서 지겹도록 나왔던 그 음악들. 듣기는 너무 좋지만, 슬픈 사랑의 노래들이 가득하다. 겨울밤에 잘 어울린다.
10년쯤 질리도록 들었던 앨범인데 나는 그 중 [When you say nothing at all]이 나오면 심장이 떨린다. 이 음악은 언제 들어도 처음 듣는 것만 같은 설렘이 있다.
숨을 멈춘 채 듣는다. 그러나 내가 더 좋아하는 건 앨리슨 크라우스, 로넌 키팅이 부른 버전이다. 아름답고 감미로운 목소리들, 이 노래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목소리들이 있을까.
가수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이 음악의 가사에는 웹스터가 나온다. 언젠가 나는 '겁 없이' 이 음악의 가사를 영미문화와 서양 문학을 다루는 수업에 활용한 적이 있다. 벌써 5-6년 전 일이다. 이후에는 그 학과 전공수업을 하지는 않았으니 결국 영카지노 가입 쿠폰 수업은 그게 마지막이었나 보다. 알면 보이고 모른다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이 음악을 수업시간에 들려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대중음악 가사를 활용하는 수업은 보통은 외국어를 배울 때 많이 쓰는 방법이라 원어민 강사들의 단골 자료이니, 전공자들에게는 가벼워 보일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나는 시도해 보았다. 영어 사전의 역사 따위를 지루하게 연설하기보다, 이 단어가 나오는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니 보다 쉽게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대중음악 가사에 나오는 단어에도 꽤 수준 높은 스토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해 주고 싶었다.
[When you say nothing at all]의 가사 빈칸 채우기를 연습문제로 나눠준 날, 학생들은 꽤 흥미로워하면서 긴장을 푸는 듯 했다. 무슨무슨 개관 책을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시험문제에다, 시간마다 한 꼭지씩 한글풀이 설명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받았던 여타의 전공카지노 가입 쿠폰과 비교하면, 이건 공부라기보다는 대중문화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가사 부분을 화면에 띄워주고, 두 가수의 목소리로 처음과 끝에 한번씩, 두 번 들려주면 학생들은 꽤 신선해했다. 가사와 리듬을 금방 따라 부르고, 영화 [노팅 힐]을 찾아보거나 OST를 들어보는 성의들도 보여 주었다. 그리고나면 시험에서는 영어와 영카지노 가입 쿠폰의 역사 부분, 그리고 웹스터 사전에 대해서는 틀리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그냥 동서양 문화 차이나 서양문학의 역사만 한번 주욱 읽고 훑어주면 되었을 것을 나는 사서 고생을 하느라꽤힘들었다. 한 차시 카지노 가입 쿠폰을 두 가지 꼭지로 나누어 절반 정도는 교재의 진도를 나가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우리가 지금 이 시대에 문화와 문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를 각종 미디어 자료를 찾아 설득하는 자료까지 만드느라 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나는 학생들에게 ‘필수과목이니 그냥 학점을 따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영혼 없는 말 따위는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철없는 학생 마인드를 지닌 초보 강사로 학생들을 괴롭힌 것에 불과했다는 생각도 해 본다. 영화, 음악의 가사, 그리고 각종 사회적인 이슈들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에는 한 편의 글까지 써내야 했던 그 해의 영카지노 가입 쿠폰 수업들. 악명 높은 [영미문화의 이해]와 [미국문학의 이해].
서울에서 지방까지 오가느라 너무 힘들었던 그때, 수업이 끝날 때마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듣는 시간이 내겐 휴식 같았다. 그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서울로, 집으로, 또 다른 학교로 줄행랑치듯 이동해야 했기에 수업 시간 외에는 학생들은 이야기할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시험이 쉽지는 않았는데도 학생들은 최선을 다해 주었고 그 학기 강의평가는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강의 중에서 가장 높았다. 5.0점 만점에 4.9. 이 학교의 강의평가 결과는 무려 소숫점 넷째짜리까지 공개되므로, 정확히는 4.9961.
그 학과에서는 강의평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지금까지도 그 해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이 종종 언급된다고 한다. 당시 수강생이었던 그 학교 졸업생은 명절과 연말연시마다 잊지않고 안부를 물어준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쨌든 지금 나는 또 다른 강가에 서 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굿바이. 굿바이, 내가 사랑한 영카지노 가입 쿠폰.
나를 추억 속으로 끌고 간 따뜻한 멜로디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밤은 역시, 웨스트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