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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현성 Apr 18. 2025

카지노 쿠폰

[명사] 어떤 일이나 행위를 시작함. 또는 그 시작

-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에 샷 두 개 추가해서 하나 주세요.

- 드시고 가시나요?

- 네


원목 벽재와 가구들 곳곳에녹색으로 포인트를 준 프랜차이즈 카페는 아침부터 잠을 쫓으려는 카지노 쿠폰들로 가득했다. 베스트셀러는 당연하게도 아메리카노. 원두 갈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이 풍겨 왔다. 커피를 음미하는 카지노 쿠폰들 말로는 프랜차이즈마다, 원두마다 그 향과 맛이 다르다고 한다. 1년 365일, 일천 샷 이상의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도 나는 도무지 모르겠던데.


- A80번 손님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아침에는 카페에 머무는 손님이 별로 없어 자리 잡는 게 여유롭다. 덕분에인기 많은 볕 드는 창문 자리가 비어있었다. 짐을 풀고 앉아 검은 양잿물을 한 모금 빨았다.쪼옵. 쓰다. 너무 쓰다. 그래도 덕분에 눈은 좀 틔였다. 맛은 없어도 확실하게 잠이 깨는 기분, 이 맛에카페인을 못 끊지. 담배보다도 커피다.


웅웅웅. 손을 괴고 창 밖으로 걸어 다니는 카지노 쿠폰들을 구경하는데, 잔 옆에 올려둔 전화가 몸을 흔드는 소리가 났다. 선배, 미안해요! 거의 다 왔어요. 5분이면 돼. 5분. 아직 늦은 것도 아니었다. 약속 시간까지 10분이나 여유가 있었는데도, 그녀는 계속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 괜찮아. 아직 안 늦었으니까 천천히 와.

- 그러니까 조금 천천히 나오라니까는.

- ㅋㅋ


다섯 쌍의 커플이 지나갈 때쯤, 녀석이 왼쪽에서 프레임 인 했다. 그녀는 창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던져진 부메랑을 물고 돌아오는 강아지처럼 냅다 손을 흔들며 문 앞으로 뛰어 왔다.


- 아이고 숨 차! 나 커피 한 모금만 줘요.

- 고생했다.

- 아이 진짜! 이게 뭔 커피야! 사약이네. 사약. 이거 몇 샷이에요?

- 6 샷이지.

- 쓸데없이 한 결 같아 정말. 그래서,하기로 한 거예요?

- 일단은. 근데 뭘 써야 할지 잘 감이 안 오네.

- 시작은 자기 이야기 어때요?

- 야.. 그건 불문율이잖아.


녀석은 매고 있던 크로스백을 그제야 풀어 내려놓고, 한쪽 다리를 꼬며 팔짱을 껴고는 말했다.

- 뭐, 어때요.

- 원래 내가 재밌는 거랑, 내 이야기는 나만 재밌어.

- 누군가는 재밌어하겠지 뭐.선배 수필 꽤 재밌어요.

- 그런가?


쪼옵.




그래, 글은 종종 썼다. 꾸준히는 아니어도 블로그 비밀글이나 다이어리 같은 곳에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때면 마음을 비우는 느낌으로 조금씩 썼다. 보통의 카지노 쿠폰이라면 딱 그 선에서 만족하고 끝냈을 텐데, 나는 애석하게도 관종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 생각을 세상에 배설하고 싶다는 충동이 있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 글을 세상에 내놓는 건 내게는 선뜻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었다.


나는 무서웠다. 세상과 카지노 쿠폰이.아직 내가 어릴 적,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는 뜨겁지 않았다. 지금은 온 세상이 마그마 같다. 살짝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화상 입는 걸 넘어 타 죽을지도 모른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를 삼는 순간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내 의도가 그렇지 않았더래도 보는 사람과, 받아들이는 쪽에서 그렇게 느꼈다면 사과해야 하고, 고쳐야 하는 시대에서 솔직함은 더는 매력적인 무기가 아니었다.갑옷을 벗고 적진 복판에 뛰어드는 자해 행위에 가까웠다.심지어 말로 벌어먹고사는 직업이라면 더더욱.


아마도 슬럼프가 오지 않았다면 카지노 쿠폰 이 무리수를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문제는 슬럼프였다. 새해와 함께 카지노 쿠폰 여러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찾아온 여러 기회들을 최대한 잡으려 했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러나 버둥댈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선배를 만나 한 소리 들었다.

밥 값 못하던시기에 늘 통쾌하고, 호되게 혼을 내주던 그는 여전히업계에서 태산 같은 카지노 쿠폰이었다.


- 야, 뭘 하고 싶은 거야?

- 네?

- 그대로 해도 되긴 해. 회사가 시켜서 하는 거면 그대로 해도 돼. 그럼 욕은 안 먹을 거야.

- 네.

- 근데 그거야?

- 네?

- 그거냐고.

-...

- 아니면. 이제 네가 너를 찾아야지. 어필할 무언가가 있어야 해. 너 매력 없어 지금.너만의 매력이 있어야 해. 너만의 색깔. 너만의 강점. 네가 아니면 안 될 이유.


그래, 나는 회색지대에 있었다. 저마다 선명하게 빛을 내는 카지노 쿠폰들이 천지인 곳에서 나만 회색이었다. 누군가는 회색도 색이고, 오색찬란 속에 오히려 그 무채스러움도 개성이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너무 쉬운 선택지였다. 회색도 회색 나름이고, 검정도 검정 나름이었다.


카지노 쿠폰 그날 이후로 지금의 내가 잃어버린 색, 호불호의 요소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연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게, 마침 그 시기에 한 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며 온 카지노 쿠폰이 난리였다.모든 이슈가 책과, 소설과, 작가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나도한 번 (서점에)가 볼까? 나도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근처 교보로 갔다.


계획이랄 게 없었다. "나도?"라는 생각으로 서점에 갔으니 책을 고르는 데 기준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표지 디자인이 괜찮은 놈으로 몇 개, 여기에 날 오도록 도와준 한 강 작가의 작품 하나를 적당히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한 권, 두 권, 세 권. 특히 한 강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였을 것이다.


- 부럽네.


그들의 세상은 불편하면 안 사면 되는 거고, 절필하면 됐다. 누군가는 내 글을 좋아해 줄 것이고, 그 카지노 쿠폰들과 자신을 위해 펜을 쥐면 되는 곳이었다. 그곳은 짙은 어둠도,휘향 찬란한 빛도 아직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들처럼 쓰고 싶어졌다.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어졌다.


- 너는 너무 솔직해서 문제야.

- 솔직한 게 문제예요?

- 카지노 쿠폰을 어떻게 다 믿어?

- 그럼 너무 각박한데요.

- 조금 덜 솔직하면 괜찮을 거야.


아니, 아니에요. 사실 내 무기는 솔직함이었을지 몰라.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오늘부터. 아니, 지금부터 카지노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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