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어떤 기관이나 단체에 딸리는 것. 또는, 그 딸린 곳.
내가 어릴 적엔 꿈을 이루려면 누구나 관문을 지나야 했다. 가수는 오디션, 소설가는 문창과, PD는 언론고시.그렇게 정해진 길을 지나, 대학 문턱을 넘었다면 반쯤은 성공한 거였다.
방송 프로듀서를 예로 들면, 언론고시 합격과 함께입사만 성공하면 끝인 세상이었다. 꿈을 이룬 것이다.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저 눈앞의길을올곧게 걸어끝까지 도착만 하면 되는 세계가 바로 얼마 전까지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 수는 없다. 꿈과 목표에 도달해 부러움을 한 몸에 사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있는가 하면, 비원에 도착하지 못한 채 씁쓸해도 털고 일어나야 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도 있었다. 길이 명확한 만큼, 톨게이트를 통과하지 않고는 목적지에 갈 수 없었다. 영원히 맴돌거나, 포기하고 돌아가야 했다.
나는 연기를 죽을 만큼 좋아해서, 영화를 너무나 사랑해서 수년을 때려 박았음에도대학 문턱조차 넘지 못한 지망생들을 많이 보았다. 면접장 앞 분수대와, 공원과, 부모님 품 안에서 어울리지 않는 색의 립스틱이 번진 얼굴로 서럽게 울던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연기뿐이랴? 회사에서도, 명절 가족 모임에서도.씁쓸하게 현실을 찾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형과, 누나들과, 동생들을 나는 이미 수도 없이 보았다.누군가에게 나의 지루한 일상은 평생의 꿈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계획 없이 사는 나의 시작은 항상 변덕으로부터.
한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냥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 다음 주에 시간 되니?
- 네 가능해요. 무슨 일이셔요?
- 인플루언서들 송년회 하는데, 초대표가 남아. 갈래?
- 어..
- 안 내키면 안 가도 돼. 너 그냥 집을 잘 안 나오니까, 겸사겸사 세상 구경 한 번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평소대로면 대충 둘러대고 넘겼을 연락에 대뜸 "갈게요."라고 답을 보냈던 그 변덕 덕분에 나는 조금 달라진 세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송년회는 신논현 한 지하 건물을 빌려 진행됐다. 선배와 나는 계단 앞 카운터에서 신분 확인을 한 다음 목에 걸 명패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가운데 크게 난 크리스마스트리와 함께 왼편으로 음식들이 한가득이었다. 나무 바닥으로 된 무대 위 단상에서는 아나운서가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있었다. 무대 앞으로는 원형 스탠드 테이블 수십 개와 편히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일자형 벤치 의자와 소파들도보였다.
- 어서 오세요. 마중 나갔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네요.
- 괜찮아요.
-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이번 행사 진행 담당자예요.
- 아하, 이 친구는 저랑 같이 일하는 후배예요.
- 안녕하세요.
-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급하게 결정된 파티라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즐거운 시간 되셨으면 좋겠네요.(웃음)
코로나 이후로 오랜만에 오는 규모 큰 송별회였다. 사-오백 명은 족히 되어 보이는 인원은 저마다의 주제와, 이야기들을 하며 북적였다. 공간은 안녕하세요! 팬이에요. 어머나 반가워요. 이거 하시는 분이죠? 인스타 맞팔해요 우리! 같은 친목의 소리로 가득했다.
- 난 그럼 인사드릴 분들이 있어서 다녀올게.
- 네.
- 너도 잘 즐기고 있어. 돌아다니고 친해지고 그래.
- 노력해 볼게요.
선배는 조명이 거의 들지 않아 조금 어두운 뒤편의 솜사탕 기계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샴페인이 담긴 유리잔 하나를 들고는 적당한 기둥 자리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 지금부터는 장기자랑 시간입니다! 인플루언서 분들이 각자의 개인기를 보여주실 텐데요. 인기투표 1등에게는 선물도 드릴 거예요! 자 먼저.. 첫 무대는!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다양한 공연들이 무대에서 시작됐다. 마술과 개그, 춤, 발라드와 랩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카지노 가입 쿠폰은 그들의 몸짓과, 음색에 뜨거운 찬사와 환호를 보냈다. 무대 위 카지노 가입 쿠폰과 관객들 모두 즐겁다는 감정이 직렬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섯 번째쯤에는 꼬마 인플루언서와 매니저인 아빠의 합동 공연도 있었다. 꼬마는 무대를 뛰노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객석으로 내려와 순회공연을 다녔다. 녀석이 지나갈 때마다 플래시가 켜졌고, 여자들의 꺄악 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먼발치에서 보던 내게, 그들은 그저 평범한 동네 친구,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쯤으로 보였다. 지하철을 타다 우연히 지나갔을 수도 있고, 도로 위에서,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쳤지만 서로를 자각하지 못해지나쳤을 수도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착각이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누구는 30만, 저쪽은 70만 구독자 채널의 대형 유튜버였다. 무대를 마음껏 쥐락펴락하던 꼬마는 광고도 찍은 소위 연예인이었다. 그들은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단위의 수익을 올리며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들이었다.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렀던 카지노 가입 쿠폰은 앨범을 낼 준비도 하고 있다고 했다.이미 공연을 하고 있거나, 앨범 수익을 거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놀랐다. 눈이 핑하고 돌았다.머릿속전구가 팍 하고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노래를 부른다는 건, 가수를 한다는 건.
오디션을 통과해 카지노 가입 쿠폰사에 들어가고, 앨범을 내고, 차트 성적까지 좋아야 했다.
그제야 비로소 ‘가수’로 인정받는 세상이었다.
한국에서 인디로 살아남기란 어려웠다. 딴따라의 꿈을 꾸다 평범한 직장인과 부모가 된 사람이 내가 아는 것만한 트럭이었다.
내가 경험했던 세상에서 꿈은 이룰 수 있는 곳과 시기가 있었다. 그걸 놓치면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과, SNS를 통해 그냥 하면 됐다. 연기가 하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영화도, 개그도, 춤도, 마술도, 무엇이든 간에 하고 싶으면 그냥 하면 됐다. 그리고 그걸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생기면 직업이 되고, 일이 되고 그런 세상이었다.
생각해 보니 웃겼다. 팬이 없는 카지노 가입 쿠폰사 가수와 팬 있는 유튜버 가수.
그래 그럼 누가 가수인가? 아니 그 이전에 직업의 기준이랄 게 대체 무엇일까?
그날 내가 보았던 건 학력도, 카지노 가입 쿠폰도, 나이도 어떠한 것도 상관없는 세계였다.
가수를 꿈꾸다, 회사원이 되었지만 그래도 노래가 부르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해 업로드를 하다 구독자가 늘어, 앨범을 내고 방송을 타고 전업 가수가 된 사람부터.
배우 캐스팅이 되지 못해 매번 극장과 안방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일상 스케치 코미디와 웹 드라마를 통해 꿈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는 카지노 가입 쿠폰까지.
인플루언서들은 그런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다.
운이 좋았든, 그렇지 않았든 묵묵히 성실하게 제 낭만을 붙잡고 있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었다.
그리고 시대가 이제는 그걸 도와주고 있었다.
어른들은 말했다. 너는 왜 이렇게 애사심과 애국심이 없냐고. 카지노 가입 쿠폰에 대한 책임을 더 가지라고.
그런데, 그런 세상이 되었다.
회사와, 집단과, 카지노 가입 쿠폰이 내 권위가 되던 시절이 갔다.
그들이 내 꿈의 둥지와 시작점이 되던 세상에서
더는 그들의 권위와 명예 없이도 내 할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렇게 카지노 가입 쿠폰이 나를 증명하던 시대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