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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Feb 06. 2025

리스본 성당에서의 카지노 게임 추천

잊고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여행의 힘

리스본에 도착해 하루가 지났다. 이 년 전 유럽여행을 왔을 때는 시차 적응에 완전히 실패해서 처음 며칠간은 몸이 많이 힘들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기내에서 자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뭐 그래도 많이 자지는 못했지만 조금은 적응이 빨라졌다. 나와 남편은 여전히 이곳 시간 4-5시에 깨지만 아이들은 잘 적응해 6시쯤 일어난다. 8-9시쯤 자서 6시쯤 일어나니 긴 비행 후에도, 많은 걸음 수에도 몸의 피로가 쌓이지 않는 느낌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천주교 신자인 우리는 성당에서 미사를 봐야 했다. 남편은 출발 전부터 우리 주변의 여러 성당의 미사시간을 조사해 두었고, 아침 8시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미사를 하는 성당을 알아냈다. 우리 숙소에서는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던 상도밍고 성당이었는데 이 성당은 리스본 대지진 때 건물이 무너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시차 적응 중이라 새벽 6시면 모두 기상하게 된 우리 가족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첫 미사인 8시에 가기로 한다. 채비를 하고 나서는데 밖이 환하다. 이곳은 한국보다 춥지는 않았는데 어제는 날이 흐렸었다. 그런데 오늘은 구름이 사라지고 분홍빛 하늘이 우리를 맞아준다. 이 분홍빛은 날씨가 좋은 날 출근길에 종종 마주하던 그 빛이다. 아직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날이 맑은 것 같았다. 날이 흐림에도 아름답기만 했던 도시인데 파란 하늘까지 더해지니 그 아름다움이 어떨지 더 기대가 되었다.


이른 아침의 리스본 거리는 한산하고 고즈넉하다. 분홍빛만이 채워진 광장이나 거리가 몽환적이다.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되어 몽롱한 것일까. 무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 여행의 기쁨이었다.


성당에 들어가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신자들이 많지는 않았다. 동네의 성당에서 미사볼 때는 왜인지 뒤쪽의 자리 나 구석진 자리를 선호하는데 여행지에선 맨 앞에 앉고 싶어진다. 성큼성큼 걸어가 맨 앞자리에 앉아 미사 시작을 기다린다. 오래된 성당이고 리스본 대지진 때 조금씩 부서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성당이라 그런지 깊은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깊은 동굴 속에서 우리 가족만 미사를 보는 듯한 성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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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하늘을 보며 골목길을 내려가 동굴 속 같은 신비한 성당으로


여행자로 미사를 볼 때는 동네에서 미사볼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른 아침에 미사를 드리니 우리를 제외한 사람들은 주민처럼 보이는데 이를 테면 신자들끼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스몰토크를 하는 모습, 미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표정, 신부님의 표정 등등을 이방인의 눈으로 보게 된다. 이렇게 여행 왔을 때 말고도 이방인의 눈으로 미사를 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때였다. 당시 나는 노량진에서 동생과 함께 살며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노량진의 작디작은 방에 살고 있긴 했지만 나는 그곳 주민이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이방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주일이 되면 동생과 아침 미사를 드리러 노량진 성당에 갔다. 노량진 성당은 비탈길을 올라야 있었는데 미사시간에 늦을까 봐 언제나 조금 급하게 올랐다. 헉헉대며 도착한 성당에서 당시 나는 무엇을 기도했을까? 당연히 준비하던 시험의 합격을 빌었을 것 같지만 사실 너무 현실적인 것을 기도하기엔 다소 염치가 없어 일주일을 무사히 보낸 것을 감사하다고 기도했던 것 같다. 공부가 잘 되었을 때는 이번 주처럼 잘되게 해달라고, 안 될 때는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고 기도했더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행지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를 드리면 그때가 생각이 난다. 비슷한 이방인의 처지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를 드려서인가. 다만 그때는 그 여정이 빨리 끝나길 빌었고 지금은 이 시간을 꽉꽉 채워 천천히 지나길 바라는 것이 다르달까.


살면서 노량진에서의 나를 떠올릴 때는 별로 없었는데 너무나 접점이 없는 이곳에서 문득 그때가 떠오른다. 불평이 차오르는 때에 여행을 떠나왔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 노량진에서 바랐던 것들을 대부분 이룬 것도 같다. 그럼에도 감사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불평불만이 나를 채웠던 것은 아닐까?


리스본 성당에서 나오면서 노량진 성당에서 나오던 때가 겹쳐졌다.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채 공부하던 그때, 미사를 보는 것으로 마음이 충만해진 거 같던 그 시간들. 미사 후에는 언제나 빵을 조금 사먹었는데 그 빵만으로도 행복하다 느끼던 시간들이 기억났다. 여행은 이렇게 내 안에 있는 줄도 몰랐던 시간들을 불러오는구나.


막내가 에그타르트를 먹고 싶다고 해 정신을 차리고 어제 갔던 그 카페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에그타르트를 먹는다. 달콤한 타르트를 베어무는 순간, 내가 가진 행복들이 다시 나를 깨운다. 지금 이 시간들도 내 안에 잘 머물다 불평으로 보내는 어두운 시간에 찾아오길.

이 여행의 시간들이 좋은 기억으로 모두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길. 다시 기도했다. 그러자 비로소 카지노 게임 추천를 완전히 드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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