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또한 죽음을 준비하는 법이기도 하기에
호스피스 완화의학 전임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억나는 환자분들은 셀 수 없이 많지만, 오늘은 그중 두 분에 관한 추억을 나란히 기록해 볼까 한다.
광둥어를 하시던 80대의 Q 카지노 쿠폰는 2년째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셨다. 젊은 시절 자녀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오셔서 봉제공장 등에서 일하시며 열심히 사신 플러싱(뉴욕에서 중국, 한국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대표되는 뉴욕 아시안 노동 이민 1세대들의 이민사를 온몸으로 살아내신 분이시다. 할머니의 그 희생과 뒷받침으로 할머니의 자녀분들과 그 손자손녀 세대는 미국 사회의 주역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여느 미쿡 환자분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는데 의사결정이 지극히 수동적이었다는 것이다. 나랑 면담 중에도 이야기가 조금 길어진다 싶으면 잘 모르겠고 나는 이미 오래전에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니 자세한 건 카지노 쿠폰 손녀랑 이야기하라고 손을 내저으시며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손녀에게 맡기셨다(이런 것을 의료 결정 대리인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나고자란 나는 이런 할머니의 행동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지만,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깊이 존중하는 서양의 환자들에 익숙한 나의 교수님은 이런 할머니의 행동을 매우 신선하게 여기며 할머니 병실로 광둥어 통역사를 불러서 할머니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자고 하셨다(미국 병원에서는 보통의 경우 전화 통역 서비스를 사용한다).
광둥어 통역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카지노 쿠폰 팀에게 할머니는, 첫 몇 질문에는 대답을 곧잘 하시다. 아 아까 내가 다 말했잖아 도대체 몇 번을 물어보는 거야! 하시더니 다시 카지노 쿠폰 손녀에게 물어봐라고 하시고는 돌아누워 버리셨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로 인한 회피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나타날 수가 있지만, 내가 본 바로는 할머니는 자기가 처한 상황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정말로 여한이 없으신 것 같았다. 할머니의 그 결단력과 카지노 쿠폰 대한 초연함에 경탄하는 나의 교수님을 보며, 그래, '때가 되면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떠난다'라는 안분지족의 동양적 사고가 서양에서는, 특히나 인간의 욕망의 정점에 있는 뉴욕시티에 있는 이 월드클래스 암병원에서는 낯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깡마른몸매에금발머리의전형적인백인미인R 씨는이름들으면알만한유력한언론인의부인이었다. R 씨의암은다행히완치되었지만그로인한후유증으로나의외래지도교수님께통증관련진료를계속해서보고계셨다. 뉴욕외에도집이있으셔서다른집에머무실때는그곳에서유명한의사에게진료를받으시지만카지노 쿠폰교수님을신뢰하셔서계속해서원격진료로진료를받고계셨다. 우아한교양과넘치는품위가인상적이었던R 씨는예민한체질이라새로운약을쓰거나약의용량을조절하는것이쉽지않았는데, 그런만큼자신의케어에깊이관여하여주체적으로결정해나가셨다. 한번은통증이너무심하여마약성진통제를쓰게되었는데그약을드신후얼마안있어기억상실이발생했다고하시는게아닌가. 나도깜짝놀라이야기를더들어보니낮잠을주무시다잠깐깨어남편과몇마디를주고받은후다시잠이들었는데, 다음날잠깐깨어남편과대화한사실이전혀기억이나지않아너무놀랐다고하셨다. 마약성진통제를썼을때그런일이일어나는것이흔하지는않지만아주드문일도아니라바로약을중단하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종종 그런 것 같은데... 앗, 그럼 나도 일과성 완전 기억상실(Transient global amnesia) 인가.
카지노 쿠폰을살아가면서수많은문제들을접하게되는데어떤문제는정면돌파로끝까지물고늘어져야하고, 어떤문제는날잡아잡숴~ 하고나를내어주어야하며, 어떤문제는묵묵히지금하고있는일을성실하게하다보면저절로해결이되기도한다. 좀더어릴때는어떤문제든지결자해지의 열심으로 내가해결했다고생각했는데, 지금돌아보면굳이그문제들은내가'해결'했다기보다는시간이지나면서, 혹은주변환경이바뀌면서저절로풀린것도많은것같은데.
좀 더 나이가 들고 삶의 경험이 쌓인 나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를 분별하는 지혜가 있을까. 내 안에는 안분지족의 평안함이 자리 잡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