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일
저는 무료 카지노 게임 신부입니다. 아름다운 오월에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사제로 서품되어 하느님과 교회, 신자들과 혼인했습니다.
사제서품식에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 오시고, 미주지역에 있던 대구대교구 무료 카지노 게임님들까지 함께 해 주셨습니다. 축하식에는 클리블랜드 한인성당 신자 뿐만 아니라 미국신자들도 오셔서 같이 축하해 주셨고, 주일 첫미사는 8년 반동안 사제직을 꿈꾸며 준비한 것을 마침내 실현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신학대학원 동기 세명과 함께 우리는 직접 서품식 전례를 준비했는데 오늘 예수님과 베드로의 대화가 바로 우리가 택한 복음입니다. '요한의 아들 하상바오로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예수님의 말씀에 '예, 주님!'하고 응답했습니다.
그리고 한달 휴가를 받아 귀국하여 대주교님을 뵙고 인사드렸더니 따뜻하게 맞아주셨고 주교관에 머물게 해 주셨습니다. 출신본당에서 첫미사를 봉헌할 때의 감격은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어서 신학교와 수녀원들을 방문하여 첫미사를 드리고 신자들에게 안수하면서 꿈같은 한달을 보냈습니다.
이미 클리블랜드 교구 보좌무료 카지노 게임로 발령을 받은 상태로 학생비자에서 종교비자로 바꿔 출국하는 것이 모든 일정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종교비자를 신청하고 서울 미대사관에 새벽기차로 올라갔습니다. 예전에 클리블랜드에서 공부했던 유학생들과 명동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두시간 넘게 미대사관 담벼락을 따라 선 긴 줄에서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제 인터뷰 차례가 되어 준비한 서류를 들고 대사관 직원 앞에 섰습니다. 흑인 여성이었던 직원은 서류를 보다가 대뜸 '가톨릭 무료 카지노 게임가 맞냐?'고 물었습니다. 끌레셔츠와 정장을 입고 갔으니 속으로 '보면 모르냐!'하고 말했습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알겠지. 신약성경의 첫번째 네 권의 책이 무엇인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마르코, 마태오, 루카, 요한'이라고 대답했는데, '순서가 틀렸다'고 해서 더 당황했습니다.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이라고 정정하니 바로 다음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신약성경의 마지막 네 권의 책은 무엇인가?"
오, 멘붕이 왔습니다! 더듬더듬 '마지막 책이 요한묵시록인 것은 알겠는데 그 앞에 서간들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무료 카지노 게임면서 그런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신자들을 사목하겠다고 하느냐?'고 해서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한번 더 묻겠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 공동체에 많은 편지를 썼는데 그 안에 '두가지 주요한 규율(Two major regulations)'이 무엇이냐?"
두가지 주요한 규율이란 8년 반 신학교 수업 중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습니다. 결국 뭐라고 대답을 하긴 했는데 분홍색 종이가 쑥 나오더니 비자심사에서 탈락했다고 했습니다. 오분만에 끝난 인터뷰를 뒤로 하고 대사관을 나오니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교구 사무처장 무료 카지노 게임님께 전화로 보고드렸더니 '바로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다시 종교비자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신학교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성경도 모르면서 어떻게 신자들을 사목하려느냐?'는 질책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나에 대한 실망, 제때 출국하지 못해 나를 기다리는 미국 본당 신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교구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부끄러움이 몰려왔습니다.
지인들에게는 떠난다고 이미 인사를 다 마친터라 만나는 사람마다 세가지 성경 질문과 나의 실패를 설명하기 어려워 신학교 손님방에서 칩거했습니다. 절망감이 엄습했고 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곧 유월말에 서품을 받은 새사제들을 대상으로 대구대교구 새사제 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무처장 무료 카지노 게임님은 제게 거기에 참여하라고 하셨습니다. 새사제들과 수업을 같이 듣고 수녀원 첫미사를 다니는 가운데 예수님께서 제게 물었습니다.
"요한의 아들 하상바오로야, 너는 이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나이도 많고 한달 일찍 서품을 받은 저는 헌무료 카지노 게임처럼 여겨졌고 새무료 카지노 게임들의 생기와 열정이 부러울 뿐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방에서 예수님은 또 물었습니다. "요한의 아들 하상바오로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동안 저는 자아도취에 빠져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만을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침묵과 고독이 견디기 어려워질 즈음 남문시장에서 김밥 한줄을 사서 팔공산 갓바위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무작정 갓바위를 올랐습니다(갓바위 부처님께 기도하러 간 것은 아닙니다). 숨을 헐떡이며 산 정상에 올라 바위에 앉으니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그때 바로 눈앞에 있는 봉우리를 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눈앞에 목적지가 보여도 길이 없으면 갈 수 없구나. 그리고 길을 만들어 주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등산길을 부지런히 걷는데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목적지가 보이지 않아도 계속 걸어가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두번째 깨달음이었습니다.
다시 예수님께서 물으셨습니다. "요한의 아들 하상바오로야,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저는 대답했고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어디서든 무료 카지노 게임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디서든 주님의 사람들을 섬길 수 있다. 다만 그분을 믿고 따르면 된다.'
저는 마음의 평화를 찾고 산을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