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현 Apr 08. 2025

나의 사랑 나의 카지노 게임

내가 사랑하는 것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우리 집 고양이

어렸을 때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반갑다고 달려오는 강아지가 무서워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뛰면 강아지는 더 빨리 뛰는 줄은.

그 작은 강아지는 반가움이었는데 나는 어린 마음에 계단까지 쫓아 뛰어오던 존재가 너무 공포스러웠던 터라 그 이후로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네발 달린 동물을 보면 피해 다녔다.


그러다 내가 중학생 무렵, 아빠가 고양이 한 마리 데려와 키워보면 어떨까 물으셨고, 나는 나쁘지 않을지도.라는 두리뭉술한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진짜 고양이를 데려올 거라고 생각 안 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뒤 우리 집에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집에 내가 예측 못하는 순간에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는 네발 달린 짐승이 있다는 사실이 무서워 집에 오면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있고, 밥을 의자 위에 올라가서 먹었다. 당시 우리 집에 잠시 와계셨던 외할머니는 유난 떨지 말라며 나무라셨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집 고양이 모모는 겁이 원체 많은 고양이라 에어컨 뒤나 좁은 틈 사이에 매일 숨어 지내기 바빴기 때문이었다. 나와 우리 모모의 첫 만남은 서로가 서로를 무서워 피해 다니는 모습으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렇게 서로 내외하던 어느 날, 아마 다들 자러 들어간 밤이었던 거 같다. 나는 물을 마시러 나오다 집에 있는 모모를 발견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무서운 마음에 갑자기 튀어나올까 봐 케이지 문을 닫았다. 둘이서 그렇게 케이지 문을 사이에 두고 한참을 눈 맞춤을 했다. 고양이와 친해지는 법을 검색해서 알게 된 고양이 눈인사를 하며 그렇게 한참을. 그리고 한 달이 안되어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고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졌고 안고 뒹구는 사이가 되었다. 우린 서로가 없어서는 안 되는 가족이 되었다.


카지노 게임와 산 지 14년. 어제 카지노 게임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6개월 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간 동물병원에서 모모는 신부전증 말기를 판정받았다. 모모가 잘 참고 숨기는 성격인 거 같다고. 많은 고양이들이 이미 신부전증이 많이 진행된 말기가 되어 병원을 찾는다고 하셨지만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동물병원에서 나와 차에 앉자마자 정말 펑펑 울었다. 그날 선생님은 길면 3개월, 빠르면 지금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한 한 달 동안은 정말 빨래를 개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정말 갑자기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이 눈물이 툭 하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신부전증 고양이로 사는 법과 그 고양이의 집사로 사는 법에 적응하며 우리는 6개월을 더 보냈다. 그러다 그 생활이 익숙해졌을 때쯤에 모모는 고양이 별로 떠났다.


모모는 내가 성장통을 겪는 그 모든 시간 내내 내 곁에 있어줬다. 내가 엄마와 크게 싸웠을 때에도, 시험에 불합격했을 때에도, 이별에 힘들어할 때에도, 무섭고 불안하고 슬퍼서 울고 있는 내 옆에 돌이켜보면 정말 매, 번, 있어줬다.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거나 무언가를 해야 해서 집에서 유일하게 깨어있는 날이면 모모는 항상 내 방으로 왔다. 작게 열린 문 틈을 제 머리로 밀고 들어와 내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똑같은 표정 똑같은 포즈로 내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그저 쳐다보다가 졸다가 또 쳐다보다가 졸다가 그렇게 하기만 했는데도 나는 외롭지 않았다. 그러다 할 일을 다 마치고 불을 끄면 모모는 자기 원래 자는 자리로 돌아갔다. 모모를 껴안고 이불을 푹 덮고 잠을 자는 일은 나에게 충전이었다. 털 복숭이 고양이를 껴안고 있느라 땀이 삐질삐질 나도 그건 포기할 수 없었다. 두툼한 배를 한쪽 팔로 안고 자면 모모는 내 팔에 머리를 기대고 골골거렸다. 그 보드랍고 따뜻한 게 내 옆구리에 붙어있는 그 순간은 그 어떤 것보다 나에게 치유였다. 모모의 눈을 들여다 보고 나는 영혼이 눈동자 안에 담겨있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그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눈동자는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사랑을 마구 채워가는 듯했다. 사춘기 시절 때부터 결혼을 한 지금 순간까지 모모는 늘 한결같이 나에게 위로이자 치유이자 사랑이었다.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도 모모는 천사였다. 혹시라도 혼자 있을 때 떠날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쉬는 날 모두가 다 모일 수 있는 날에 떠나 줬다. 나는 떠나기 전날 밤 내내 모모의 옆을 지키며 눈을 맞추고 쓰다듬고 이름을 불렀다. 내 인생에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모모가 내 인생에 있어줘서 내 마음은 훨씬 부자가 되었다고, 모모 덕에 누나가 정말 많이 행복했다고 미안하고 고맙고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카지노 게임처럼 따뜻하고 날씨 좋은 봄날에 카지노 게임는 떠났다.

이제 앞으로 영영 볼 수 없겠지만, 내 마음에 영원히 간직하고 사랑할 존재가 되었다.

나는 이제 이 허전하고 슬픈 마음을 오래오래 마음 안에서 둥글리려고 한다.


봄이 유난히도 잘 어울리던 우리의 아가 카지노 게임야.

이제 봄으로, 미풍으로, 너를 닮은 노란 유채꽃으로 우리 만나자.

정말 고마워. 정말 사랑해. 안녕.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카지노 게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